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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세월호, "이젠 ..."

행복을 나눕니다 2014. 5. 26. 16:02

 

 

 

세월호, "이젠 슬픔·절망 딛고 위로하고 치유할 때"

신앙·삶 일치 '기독교 양반' 펴는 손인웅 덕수교회 원로목사

 

변칙을 재주로 생각하고 영웅시하는 풍조 지양

의식·가치관 뜯어고쳐 학생들 희생 헛되지 않게 해야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책임감, 윤리의식 절실한 상황

교회도 성장제일주의 벗어나 義人 키우는 터전 돼야

일부 세력, 세월호 유족들 원통한 마음 정치적 이용

 

사회갈등 부추기는 건 유족을 더 아프게 하는 것

손인웅(72) 덕수교회 원로목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 욥이 전 재산은 물론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잃었을 때, 친구들이 찾아와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함께 있어 줬다. 그게 진정한 위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또 "세상이 이렇게 어려워진 데는 교회의 책임도 크다. 교회가 성장제일주의에 빠져, 건물을 크게 짓고, 신자 수만 늘리는 게 부흥이라고 믿어온 게 잘못이다. 신자들이 정직하게 살고, 자신의 일터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야 한다"며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손 목사는 한국 기독교계에서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폭넓은 신망을 받는 원로다. 1977년부터 덕수교회 담임목사로 35년간 목회활동을 했고, 1990년대 말 고() 옥한흠 목사와 함께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를 만들어 교회의 갱신과 일치, 섬김 운동을 주도했다. 재작년 은퇴한 후에도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회장, 한국교회희망봉사단 이사장, 생명신학협의회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손인웅 덕수교회 원로목사는 세월호 참사는 참담한 사건이지만,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품고 일어서야 한다. 교회는 정직하게 살고, 자기 일터에서 책임을 다하는 게 신앙인의 길이라고 힘써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지난 주말 경기도 안산제일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치유와 회복을 위한 한국 교회 연합기도회'에서 죄책고백 순서를 맡았다. 무엇을 고백했나.

 

"첫째는 우리 스스로 자성하고 참회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번 사고는 결국 우리 모두의 안전 불감증, 방관이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다음은 유족과 안산 지역의 주민들을 위로하고 그분들께 용서를 구하자고 했다. 셋째로는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좌절하지 말고 서로 치유하며 회복하자. 희망을 가져야지 이렇게 침몰할 순 없다. 그것만이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다. 300명 넘게 희생된 참사를 보면서 어떤 심정이었나.

 

"참담하다. 그 말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선장과 승무원들의 직무유기, 정부의 무능과 부패. 모든 분야에서 시스템, 사람들의 의식·가치관을 점검하고 다시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희생된 학생들이 그런 계기를 만들고 갔다. 그 뜻을 따라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승객을 돌보지 않고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들을 보면 화가 나지만,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돕는 의인들을 보면 희망이 있는 것 같다.

 

"사도 바울이 로마로 호송될 때 풍랑을 만나 배가 침몰 위기에 몰렸다. 바울은 먼저 짐부터 바다에 버리라고 요구했다. 결국 모두를 살린 것은 생명을 가장 먼저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울이었다. 세월호도 그 배의 상황과 비슷했다. 선주(船主)는 돈을 벌기 위해 짐을 지나치게 많이 실었고, 선장은 사고 순간에도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아무도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의인(義人) 한 명이라도 있으면, 예루살렘을 멸망시키지 않고 살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의인이 있으니 희망이 있다. 세월호 안에서 서로 살리기 위해 애쓰다 숨진 사람들부터 혹시 살아있을지 모를 실종자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닷속에 뛰어든 군·민간 잠수사들, 진도와 안산에 몰려든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보면 그렇다."

 

세월호 사건은 종교계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

 

"한국 사회가 고도성장을 겪으면서 안전 의식이 약했고,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젠 한계에 온 것 같다. 교회도 이런 사회의 풍조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장단 맞추면서 성장제일주의에 빠졌다. 교회 건물을 크게 짓고, 신자 수만 늘리는 게 부흥이라고 믿었다. '유사(類似)유물주의'라고나 할까. 신자들이 정직하게 살고, 자신의 일터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걸 소홀히 가르친 책임이 크다.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을 지었다. 하지만 요즘 건강한 교회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막스 베버는 직업을 신이 주신 소명(召命)으로 해석, 기독교인들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정신적 기반을 제공했다.

 

"기독교가 말하는 직업은 그 일 또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처럼 마음을 다해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세계를 벼랑으로 끌고 가는 병든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하는데, 교회가 거기에 편승을 한 잘못이 있다."

 

품위를 갖추고 신앙과 삶을 일치시키는 '기독교 양반'을 평소 한국 기독교인의 모델로 제시해왔다.

 

"기독교인은 영성과 도덕성, 공동체성을 고루 갖춰야 한다. 교회는 나오는데 도덕성은 예전과 다름없고, 사회에서 비윤리적으로 산다면 이건 잘못된 믿음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정기적으로 종교 신뢰도 조사를 하는데, 기독교가 바닥이다. 교회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책임감, 윤리의식을 갖춘 의인들을 길러내야 한다."

 

세월호 사건의 배후로 기독교와 연관된 특정 종교집단이 거론되고 있다.

 

"신앙의 자유는 차치하더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큼 윤리의식이 희박한 종교집단은 문제가 있다. 신자들에게 재산을 다 바치게 하고, 그 재산으로 장사하는 게 그렇다. 생활이 건실한 사람들은 이런 곳에 잘 끌려들어 가지 않는데,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든지, 인간관계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미혹된다. 교회가 이런 사람들을 잘 보듬어서 건강한 크리스천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 한 책임도 있다."

 

이번 사건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 사회 전체가 정상적인 가치관과 생활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변칙을 재주로 생각하고 그것을 영웅시하는 풍조를 지양하고 땀을 흘려서 수고하는 사람들이 성공하고 인정받는 풍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 것을 사회적으로 앞세우는 운동이 있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항의집회에서 정권 퇴진이나 대통령 하야 요구까지 나온다.

 

"유족들의 원통한 심정은 이해가 간다. 다만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위험하다. 유족들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이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뜻있는 방향으로 승화시켜 나가야지 갈등을 부추겨서 사회 분열을 만들고 혼란을 만들면 안 된다. 유족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구체적인 개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희생자 유족들은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이 닥쳤을까" 또는 "하필 왜 내 자식을 데려갔느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할 수 있겠는가. 예수님도 십자가에서 '하나님, 왜 날 버리십니까'라며 항의를 했다. 하나님은 침묵했다. 하지만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는 아들을 끌어안고 함께 계셨다.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아파하시고 함께 울고 계신다."

김기철 기자 권승준 기자 입력 : 2014.05.13 03:02

 

* (15:34) 제 구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 누구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자신이 어떤 고난과 고통을 당하면 버림받은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잘 극복한 사람은 그것으로 인하여 발전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을 감당하시고 부활의 영광을 받으셨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어려움을 당하는 당사자들과 모든 국민들이 현실의 아픔을 잘 극복하고 한 계단 올라서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이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