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기만 했는데, 어느 날부터...”
8년째부터 보이는 목회와 보이지 않는 목회가 있다
작은 교회 섬기는 임마누엘교회 주용태 목사
오산 임마누엘교회(담임: 주용태 목사)는 지난 11월에 ‘작은(개척)교회 목사님 사모님 초청 감사세미나’를 열었다. 소속 교단(기장)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초청해 개척교회 목회에 도움이 되는 강의와 정성이 담긴 식사와 선물, 그리고 도서비 까지 제공하는 이 감사세미나는 벌써 9번째다.
예산이 적지 않게 드는 이 감사세미나를 통해 이 교회가 득을 보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년째 계속 해오는 이유가 있다. 주용태 목사도 처음엔 “밑바닥부터 박박 기어본” 눈물겨운 목회가 있었다. 지금은 1천명이 넘는 교인수를 가진 큰 교회가 되었지만, 그도 처음엔 작은 교회 목사였다.
주 목사는 지난 85년 군목에서 제대하고 오산읍 궐리교회에 부임했다. ‘잠깐 들른다’는 마음으로간 교회는 상가 주인이 바뀌면서 명도소송에 걸린 상태였다. 소송에서 패한 그는 달랑 3백만원 들고 12명의 교인과 거리로 쫓겨났다. 오산 역전에 있는 한 건물에 들어가 간판을 ‘임마누엘교회’로 바꿔 달았다. 주 목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개척교회 아닌 개척교회가 시작된 것이다.
최악의 상태에서 개척하다
“최악이었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개척하는 것이 나았죠. 개척을 하면 최소 몇 천만원은 가지고,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다는 장점이 있죠. 그런데 그때 저는 패잔병 같은 분위기에서 이런 저런 가시들을 안고 시작했어요. 사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었죠.”
그러나 열심히 목회한 덕에 1년 만에 30명을 돌파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후로 더 이상 숫자가 늘지 않았다.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주 목사는 교회 부흥에 좋다는 모든 것을 다 해보았다. 1년, 2년, 3년, 세월만 흘렀다.
“7, 8년이 되도록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니까, 목회를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그 사이에 기도원도 많이 갔어요. 하나님께 못하겠다고 하면 하나님은 그때마다 계속하라고 하셨죠. 그러나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8년째 되던 해에 하나님과 이렇게 약속을 했어요.”
이번 1년 더 목회해서 교인이 70명으로 늘지 않으면 개척목회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응답으로 받겠습니다. 대신에 1년 동안 모든 것을 희생하고 외부에 나가지 않고 오직 목회에 모든 것을 쏟아 붓겠습니다. 다른 교회에서 혹시 청빙이 오더라도 가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결심한지 한달 쯤 되었을까요, 정말 150명 규모의 좋은 교회에서 청빙이 왔습니다. 대부분의 목회자 같으면 그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아마 90%는 청빙에 응할 겁니다. 그런데 너무 희한한 게, 정말 갈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일언지하에 거절했지요. 1년 동안은 아무데도 안간다는 약속대로요.”
목회는 미련하게 해야 한다
훗날 깨달았다. 목회는 미련하게 해야 한다고. 인간적인 어떤 생각으로 꾀부리거나 요령피우는 것을 하나님은 좋아하시지 않는다고. 그렇게, 1년 동안 목회에 ‘올인’했던 그 해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매주일 몇 명씩 새신자가 등록했다. 그전 7년 동안은 보지 못했던 주일 풍경이었다. 연말이 되니까 교인이 50명까지 성장했다.
“예, 처음에 목표한 70명은 못되었죠. 그런데 50명이 되니까, 놓고 싶지 않더라고요. 교회 부흥의 길이 보였습니다. 매주 등록 신자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이게 하루 아침에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랬다. 주 목사는 지난 7년 동안 ‘오산을 이 잡듯이 뒤지며’ 전도를 다녔다. 아침 9시면 교인들을 봉고에 태우고 해가 지도록 오산 곳곳을 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7년을 하루같이’ 그렇게 복음을 전했지만 그동안은 열매가 없었다. 뿌리는 데만 7년 걸렸다. 그런데 8년째부터 열매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저는 보이는 목회와 보이지 않는 목회가 있다고 말합니다. 노력을 해도 결과가 안나오는 기간이 있다는 것이죠. 그런 기간에 낙심하지 말고 계속 헌신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거두게 하신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중국의 어떤 대나무가 그렇대요. 심어도 싹이 안 나다가 한 8년 되면 싹이 나고 갑자기 확 큰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제 목회와 너무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갈라디아서 6장 7절 말씀을 좋아해요.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불투명한 컵에 물을 따르면 어느 정도 찼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넘친다. 목회도 이와 같다고 주 목사는 조언한다. 목회자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목회자는 불과 1년 또는 3년 만에 결과가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자신처럼 8년 만에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후 계속 매주 신자가 등록하더니 그 25평 상가교회에 최고로 114명까지 나왔어요. 자리가 없어서 강대상 옆까지 교인들이 다 앉아서 예배를 드렸죠. 땅을 사서 성전을 건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돈이 부족하죠. 그때 우리 교인들 중에 집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개척교회가 원래 그렇잖아요. 그런데 그때 IMF가 터져서 오히려 우리는 땅을 싸게 샀고 건축비도 예상보다 절반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울고 싶어라’ 부르던 시절도
성전을 건축하니까 그때부터 ‘완전 날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상가교회였을 때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봉고차 끌고 오산 곳곳을 전도하며 훈련된 교인들이, 이제 번듯한 교회당까지 생겼으니, 거칠 것이 없었다. 매주 많게는 수십명씩 새신자가 등록하면서 교회가 다시 좁아지자 지난 2011년 10월, 현재의 성전(경기 오산시 내삼미동 652-7)을 건축하고 헌당예배를 드렸다.
“2003년부터 교인들이 낸 선교헌금을 보람되게 쓰자는 마음에서 작은 교회 목사님들을 섬기는 이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목회해온 과정이, 밑바닥에서부터 박박 기면서 눈물겨운 목회를 해왔기 때문에, 개척교회를 돕는 세미나를 하자는 마음이 들더군요. 1년 동안 들어온 선교헌금에 추수감사절 헌금을 합쳐서 이 세미나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성전 건축을 힘들게 했기 때문에 예산이 넉넉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것만은 해야 된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주 목사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예배가 있다. 25평 상가교회 시절 어느 주일날, 전도대상자 초청의 날을 가졌다. 강대상에서 기도하고 있던 주 목사는 시간이 얼추 다 되어가자, 몇 분이나 왔나 궁금해서 뒤를 돌아봤다. 교인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충격이었다. 새신자가 오더라도 교인이 어느 정도 앉아있어야 보기도 좋을 텐데….
“이제 난 끝장났구나, 그런 맘이 들었어요. 정말 그 자리에서 엉엉 울고 싶었죠. 예배고 뭐도 다 놓고 훌쩍 어디로 도망가고 싶었어요. 그런데요, 그때 하나님께서 또 다른 마음을 주시는 거예요. ‘너 이렇게 해가지고는 목회 실패가 아니라 네 인생이 실패다. 이 고비를 이기지 못하면 너는 목회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을 해도 안된다.’ 그래서 마음을 강하게 먹고 다시 열심히 기도했죠.”
11시가 되어 일어난 주 목사는 깜짝 놀란다. 텅텅 비어있던 회중석에 사람들이 가득 차있었다. 그날 10여명의 새가족이 등록했다. 그때가 목회의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다고 한다. ‘울고 싶어라’를 불렀던 작은 교회 시절을 그는 아직 잊지 않는다. 앞으로 작은 교회를 돕는 목회연구원을 만들고 싶다는 주 목사. 작은 교회 동역자들을 잊지 않는 그 ‘헝그리정신’이 오늘 그의 목회를 더 단단하게 하고 있다.
아이굿뉴스 이성원 기자 igoodnews@igoodnews.net 2013년 11월 27일 (수) 00:14:21
* (요 4:37) 한 사람이 심고 다른 사람이 거둔다 하는 말이 옳도다
* (갈 6:7)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 사람의 일생은 씨를 뿌리는 삶입니다. 결과의 일부는 삶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삶의 끝자락에서 나타납니다. 최종적으로는 죽음으로서 천국과 지옥으로 구분됩니다. 천국의 상급도 그 사람의 믿음의 삶을 통하여 거두는 것입니다.-이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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