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냄새
난 아버지의 그 까칠한 손이 정말 싫었다.
내 얼굴을 만질 때면 사포 같은 그 손, 냄새도 났다.
아버지 몸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났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냄새,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때 그 냄새,
비 오기 전에 풍기는 흙냄새... 뭐라 딱히 표현할 수 없다.
난 음식점 식당보조로 일하시는 아버지가 너무 창피해서
친구들한테는 아버지가 ‘요리사 주방장’이라고 거짓말했다.
소림사 주방장이 무술을 꽤나 잘한다고 믿을 때였다.
그 당시 아침이면 항상 아버지는 형과 나를 동네 점방(가게)으로 데리고 가셔서
날달걀을 한 알씩 주고 마시라고 하셨다. 그 맛은 비렸다, 엄청...
그런데 그걸 마셔야만 과자 한 봉지씩 사주셨다.
내가 좋아하던 과자는 조립식 로봇이 들어있던 과자였는데,
그 로봇을 모으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다 6년 전 아버지는 하늘로 떠나셨다.
떠나시던 그 날 비가 엄청 내렸다.
그 날 난 병원 원무과와 장례식장을 오가면서 장례 준비에 더 신경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버지 사망소식을 전하느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애도는커녕 아버지를 그리워할 겨를도 없었다.
바보 같은 놈.....
39살이 된 난, 생선을 파는 생선장수다.
내 몸에서는 언제나 생선비린내가 난다.
집에 가면 딸아이가 아빠 좀 씻으라고 타박한다.
내 몸에서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내 아버지의 그 냄새가 나는 걸까?
아들 녀석은 내가 자기 얼굴에 손대는 걸 싫어한다.
내 손이 어느새 그 까칠까칠하던 내 아버지의 손이 된 걸까?
아버지가 한없이... 때로는 정말 미친 듯이 보고 싶다.
아버지의 그 냄새를 다시 한 번만 딱,
정말 딱 한 번만 맡아봤으면 좋겠다.
아내가 묻는다.
“당신은 아침에 그 비린 날달걀이 먹고 싶어요?“라고...
그러면서 애들에게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 한다.
“계란 껍질에 병균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좋다고 쭉쭉 빨아 먹어요?
당신 이상한 사람이에요.“라고
난 웃는다.
여태껏 겨울시장 통에서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동태를 손질했다.
난 오늘도 날달걀 먹고 나온다.
또한 오늘도,
아버지의 그 냄새... 나도 생선냄새를 풍기며 일한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 최승용 옮겨 정리 /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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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자리는...
세월이 지나서 내가 아버지가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느끼는 존재인가 봅니다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옮김-관리자)
* (요일서 3:1) 보라 아버지께서 어떠한 사랑을 우리에게 주사 하나님의 자녀라 일컬음을 얻게 하셨는고, 우리가 그러하도다. 그러므로 세상이 우리를 알지 못함은 그를 알지 못함이니라.
# 세상살이엔 찬바람이 불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땐 바람을 막아주는 벽이나 문이 필요하고 그 안에 따뜻한 아랫목이 있으면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좋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아랫목 같은 사랑입니다. 자녀들은 이런 사랑에서 따스함을 쉽게 느끼고 좋아하고 오래 기억합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바람을 막아주는 벽이나 문 같습니다. 자녀들은 이런 사랑에 별다른 느낌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떤 때는 불편하게 여기다가 막상 문이 떨어져 나가고 벽이 허물어지면 그제야 그것이 얼마나 요긴했었는지 늦게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부모님의 사랑 정도는 기본이고, 그 보다 더 큰 사랑도 주시는 분입니다. 나를 위하여 죽어 주시는 사랑입니다. 내 죄를 책임지시고 내 대신 죽으시므로 최고의 사랑을 실천하셨으며, 능력으로 다시 살아나셨고, 나를 하나님의 자녀 되게 하시고 날마다 나의 필요를 채우시며 눈동자 같이 돌봐주시는 사랑입니다.-이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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