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주변 이야기

67. 목걸이에 “연명치료 거부”

행복을 나눕니다 2014. 9. 1. 10:52

 

 

 

 

목걸이에 연명치료 거부

 

 

목걸이 하나를 만들었다. 생전 처음 걸어보는 것이다. 군에도 못 갔으니 군번 목걸이도 걸어 보지 못했는데, 지난달에 군번줄 목걸이에 군번이 아닌 [장기 및 시신기증희망, 연명 치료거부. 이박준, 전화번호]라는 글을 새겨 목에 걸었다.

 

이 글은 평소에 가족에게 유인물로 부탁했고, 또 내 블로그에 [가족에게 부탁하는 글]이라는 메뉴에 길게 올린 글을 요약한 핵심내용이다.

 

그런데 굳이 목걸이를 한 이유는,

일전에 나 혼자 운전하여 강원도 인제 어느 산골 군부대에 가면서 느낀 바가 있어서다. [만약 이 길에서 사고라도 난다면 응급처리 과정에 내 뜻과는 상관없이 혼선이 빚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앞으로도 나 혼자 운전을 하거나 외출을 했다가 어떤 일을 당했을 때 응급 의료진들에게 내 의사를 밝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목걸이를 만들게 됐다.

 

한국 사람은 삶의 마지막이 코앞인데도 연명 치료를 계속하기로는 세계일등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족으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자위가 될지는 모르나, 환자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다. 삶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마지막도 품위 있게 마무리해야 좋은 것이다.

 

대한민국이 연명 치료율이 높은 이유는, 복지 부분은 열악하지만 의료보험제도가 잘되어 있어서, 의료비가 여러 선진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한편으론 의료진의 과잉치료가 연명 치료의 문제점일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죽음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는 생각 때문에 연명 치료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즉 오래전부터 기독교 신앙으로 천국을 소망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죽음을 천국 가는 과정으로 알고 받아들이는데, 한국은 영원한 이별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서 죽음과 끝까지 맞서 싸우는 것 같다. 그럴 형편이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형편이라면 모두가 더 힘들어진다.

 

한국의 정서는 죽음을 영원한 이별이라는 의미로 영결식(永訣式)을 하지만, 기독교 신앙인들은 천국 환송식이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드러내놓고 하지 않는 이유는 이 진리를 잘 모르는 분들의 거부를 최소화하기 위하여서다.

 

예수님을 믿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에서 주어진 삶을 잘 마치면 이 세상 보다 훨씬 좋은 천국에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례식에서도 그렇게 비통하게 울지 않는다. 다만 좋았던 사람과 잠시나마 헤어지는 아픔의 눈물이 있을 뿐이다. 더 쉬운 표현은, 사랑하는 가족이 나보다 먼저 천국으로 이민 갔다. 나도 언젠가는 가서 만난다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은 맞이하는 그 날에, 요즘 말로 2,3,4, 로 천국 가기를 소망하며 기도한다. 2,3,4 라는 말은 병들어 오래 고생하지 않고, 이삼일 아프다가 천국 가기를 희망하는 은어다-이박준

* (딤후 4:18) 주께서 나를 모든 악한 일에서 건져내시고 또 그의 천국에 들어가도록 구원하시리니 그에게 영광이 세세 무궁토록 있을찌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