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주변 이야기

69. 은사님께 죄송한 마음으로

행복을 나눕니다 2014. 11. 12. 08:52

 

 

 

 

은사님께 죄송한 마음으로

고인 되신 은사님을 직접 뵙고 용서 구할 길 없어

 

은사님을 실망시킨 일이 있는데, 지금은 고인이 되셨기에 달리 용서를 구할 방법이 없어 글로서 마음을 표시해 본다.

 

내용인즉 이렇다.

오래 전 어느 날 오전 심방을 마칠 즈음 은사 목사님께서 전화로 하시는 말씀이 [내가 지금 영등포 대방동 00 음식점에 친구 증경 노회장과 함께 있는데 여기 좀 왔다 가면 안 되겠나...].

 

[무슨 일이신데요, 지금 심방 중이라서 ...]하고 머뭇거리는데...

[심방은 나중에 하더라도 다녀가라]하시는 말씀은 진지했다.

지금도 그 음성이 내 귀에 들리는 듯하다.

 

내가 있는 곳은 서울 송파구인데 그 당시 교통 사정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2시간은 소요될 지경이고, 교회 차로 가려니 운전도 서툴고 길도 잘 모르고, 심방으로 몸도 좀 피곤하여 [가능한 가도록 하겠습니다....] 답하고는 망설이다 결국은 가지 않았다. 그 후 다시 뵙지 못했고 은사님은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늦게 들었다.

 

그런데 지금도 궁금한 것은.

은사님께서 친구 목사님이 계시는 식당으로 나를 왜 부르셨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점심값이 없어서 찾으신 것은 결코 아니다. 아주 여유 있는 분들이니까요...

 

두 가지 정도를 짐작해 본다.

은사님은 친구 목사님과 내기를 하신 모양이다.

[누구의 제자가 스승의 부름에 신속히 응하는지] 하는 그런 것..

두 분은 아주 절친한 사이고 연세가 드시면서 이런저런 내기를 자주하시는 듯했다. 아마 서로 제자 잘 뒀다고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는 그 당시 은사님은 탄탄한 목회를 하시다 정년은퇴를 앞두고 계셨다.

후임선정을 두고 나를 한 번 시험해본 것 같다는 짐작도 해본다.

 

만약 내 짐작이 맞고

내가 부름에 신속히 응했더라면 지금 쯤 내 삶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무튼

은사님의 친구 제자가 부름에 응했는지 아닌지는 모르나,

만약 부름에 응했고 나만 응하지 않았다면 은사님의 실망이 컷을 것이다.

상상해 보니 끔찍하고 부끄럽다.

 

그 당시에는 그런 상황이 상상되지 않았는데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사람들을 가르쳐 보니 은사님께 죄송한 마음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후일 부끄러워 무슨 얼굴로 뵐지..,

너그러우신 은사님께서 용서하는 마음으로 만나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날 제자의 길을 걷는 많은 사람들은 나와 같은 경우를 당할 때,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스승을 섭섭하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참 스승은 제자를 언제나 좋은 길로만 이끄시지만, 제자를 잘못되게 하는 사람은 스승이 아니니 조심할 일이다.


은사님의 부름은 다시 들을 수 없어 섭섭하지만...

나의 영원하고 참된 스승이신 예수님의 부르심에는 신속히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주님 앞에 인정받고 상 받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

 

오늘도 [살아있는 사명]을 다하려고 마음을 모으면서,..... (이박준)

 

* (3:14)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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