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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내가 캔 산삼 10%는 소아암 환자들의 것

행복을 나눕니다 2011. 4. 13. 06:44

 

 



           내가 캔 산삼 10%는 소아암 환자들의 것
                              경력 25년 심마니 박형중씨의 '특별한 다짐'…
 癌병동에 산삼 팔러 갔다가 머리 민 아이들과 눈 마주쳐… 가격 흥정 부끄럽더군요
                       암 완치된 누이 떠올리며 매달 소아암 2명 돕자 결심

"도호야, 잘 지냈니?"
지난 13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심마니 박형중(53)씨가 들어서자 내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던 송도호(가명·9)군이 벌떡 일어나 어머니 조재선(36)씨 뒤로 숨었다. 어머니가 "산삼 아저씨야"라고 달래자 송군은 고개를 들어 박씨를 보더니 이내 경계심을 풀고 방긋 웃었다.

송군은 생후 8개월 때 감기가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2세 때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4세이던 2006년 국내에선 찾지 못했던 적합한 골수를 간신히 대만에서 받아 서울성모병원에서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수술은 잘 됐으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식된 조직이 원래 있던 조직을 공격하는 숙주반응이 폐에 일어나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강한 항암치료 탓에 뇌가 손상돼 언어 기능에도 장애가 생겼다. 남들보다 1년 늦춰 작년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같은 간단한 인사 외엔 의사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지금은 1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들러 폐·뇌·갑상선·혈액 검사를 받고 있다.

이런 송군 사연을 들은 심마니 박씨는 지난 5일 송군 집으로 산삼 여섯 뿌리가 든 상자를 보냈다. "꼭 한 번 뵙고 싶다"는 송군 가족 요청에 따라 이날 송군 집을 찾은 박씨는 "이렇게 예쁜 애가 아프다는 얘기를 들으니 가슴이 아팠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보낸 거니 부담 갖지 마세요"라고 했다.

박씨는 "쌕쌕" 소리를 내며 계속 기침하는 송군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삼이 폐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노두(蘆頭·싹이 나오는 부분)는 아이한테 너무 강하니 따로 끓여서 주고 나머지는 오늘부터 하루에 한 개씩 먹이세요!"라고 했다. 어머니는 "평생 한약 한 번 못 먹였는데, 그 귀한 걸우리 아이에게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25년 전부터 봄에서 가을까지 거의 산에서 지내며 심마니 일을 해온 박씨는 요즘엔 산삼을 1년에 200~300뿌리씩 캔다고 했다. 소아암 환자들에게 산삼을 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년 전 어느 날 그는 "아픈 아들을 위해 산삼을 사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아산병원의 한 병실로 산삼을 팔러 간 적이 있었다.

부모와 얘기하다 '가격이 맞지 않다' 싶어 돌아서려는 순간,
소아암에 걸린 아들을 봤다.
"항암치료 받느라 박박 밀어 머리가 새파란 아이의 맑은 눈이 제 가슴을 쳤어요. '내가저 아이를 두고 가격 흥정이나 한 건가' 하는 환멸이 들었죠. 그 자리에서 바로 산삼을 공짜로 주고 왔어요."

집에 돌아온 그는 1993년 위암에 걸렸던 누이 생각이 났다고 했다. 당시 박씨 누나는 위암 말기로 "수술해도 가망 없다"는 진단을 받았었다. 죽음을 준비하던 누나에게 박씨는 자신이 캔 산삼을 하루에 한 뿌리씩 4~5개월간 먹였다. "너무 간절해 혹시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그랬죠."

산삼 덕인지 병원치료 덕인지 박씨 누나는 수술에 성공하고 완치돼 지금도 건강히 살고 있다. "제가 캔 산삼을 먹고 아이들이 우리 누나처럼 완전히 낫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몸이 튼튼해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

박씨는 이후 자신이 캔 산삼의 10%는 꼭 소아암 환자들에게 전달해 왔다. 한 번은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서 "아이가 혈액 암에 걸려 힘들다"는 글을 보고 연락처를 알아내 산삼을 보낸 적도 있다. "그때 '누군지 모르지만 평생 은인으로 생각하겠다.'는 글이 카페에 올라왔어요. 가슴이 찡하더군요."

암환자에게 산삼이 주는 효과와 관련, 전문가들은 "산삼은 면역력 증강 측면에서 효용이 있을 수 있다"며 "주치의와 상의한 후 먹으면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송군을 치료 중인 서울성모병원측은 "골수 이식 수술을 한 지 몇 년 됐으니 보양용으로 먹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박씨는 작년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상가에 산삼 직판장을 연 뒤 가게 앞뒤에 "매달 두 명의 소아암 환자를 도와 드립니다"라고 적은 종이를 붙였다. 이걸 보고 소아암 환자 3명의 부모가 찾아와 산삼을 받아 간 뒤 동네에 '산타 심마니'란 소문이 났다. 이 소문을 듣게 된 서초구청이 형편이 어려운 소아암 환자 송군을 소개해 주면서 박씨와 송군의 인연도 시작됐다.

"아픈 아이들을 다 알 길이 없어 (종이를) 붙여 놓은 건데, 엉뚱하게 제가 알려지게 돼 부끄러울 뿐입니다."

1시간 동안 송군 집에 머물며 얘기 나누던 박씨는 "삼이 떨어지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 송군 어머니는 "산 타느라 힘드실 텐데 이렇게 마음 써 주시니 정말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수연 기자 sue@chosun.com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입력 : 2011.01.21 03:01

* (시54:4) 하나님은 나의 돕는 자시라 주께서 내 생명을 붙드는 자와 함께 하시나이다

* (잠16:19) 겸손한 자와 함께 하여 마음을 낮추는 것이 교만한 자와 함께 하여 탈취물을 나누는 것보다 나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