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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담배 피우면 저처럼 됩니다

행복을 나눕니다 2011. 4. 19. 06:25

 

 



담배 피우면 저처럼 됩니다
癌을 극복하는 사람들. 폐암 딛고 ‘금연 전도사’로 장근수 씨
 “암걸렸다 기죽지 말고 싸워 다스린다 생각해야 승리” 

 

지난 18일 오후 경기 부천시 부천공설운동장 옆 원미산. 눈이 쌓인 야트막한 산의 중턱쯤에 4거리가 나왔다. 등산복을 입은 폐암 말기 환자 장근수(67)씨가 노란색 펼침막 앞에서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금연을 권했다. 그는 하얀색 암덩어리들이 곳곳에 퍼져 있는 자신의 폐 사진을 직접 보여줬다. “담배 피우면 폐가 저처럼 됩니다. 담배는 백해무익한 독약입니다.”

가로 1m, 세로 30㎝ 정도의 펼침막에는 ‘당신이 내뿜는 담배 연기는 자신은 물론 주위 여러 사람의 모든 암, 특히 폐암을 유발하는 결정적 원인이 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장씨가 걸어놓은 것이다. 배낭에도 같은 글이 적힌 노란색 천이 붙어 있다.

그는 2008년 5월부터 부천시 원종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왕복 3시간 정도 걸리는 원미산을 거의 매일 다니고 있다. 운동도 되고 사람들이 배낭을 쳐다보니 금연운동도 된다. 그는 가끔씩 서울 근교 산에도 간다. 북한산, 도봉산, 아차산, 운길산 등에도 노란 펼침막을 달아놨다. 혹시나 등산객들이 훼손하거나 버리지 않았을까 확인 겸해서다.

경희대에 입학해 럭비를 했던 장씨는 1965년 군에 입대하면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배웠다. ‘담배 피면 애국자’라는 말이 회자되던 시절이었다. 2000년 담배를 끊기까지 35년간 하루 평균 두 갑씩 피워댔다. 작은 건설회사에 다니던 그는 1986년 대우 협력업체 직원으로 리비아에 갔다. 공항 면세점에서 담배 100보루를 샀다.

장씨는 “업무 끝나고 할 수 있는 게 동료들끼리 화투 치는 것밖에 없었어요. 3년간 담배를 물고 살았죠”라고 말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1992년 친구와 전문건설업체를 운영했다. 2000년 친구와 뜻이 안 맞아 나왔는데,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마누라에게 담뱃값 타내는 게 눈치도 보이고 온 힘을 기울인 회사를 그렇게 정리하니 너무 허탈하더라고요. 그동안 인생을 한 번 정리하면서 금연을 결심했어요. 담배, 그거 한 번에 끊어야 돼요. 다른 방법은 없어요.”

담배로 인한 폐암이 장씨를 엄습한 건 머나먼 이국 땅에서였다. 2003년 처남이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아내와 함께 초청 이민을 갔다. 한인 슈퍼마켓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다. 2007년 5월 목소리가 변하면서 감기 기운이 심해져 USC 메디컬센터에 입원했다. 정밀검사를 받고 한 달 만에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고요. 길면 6개월, 짧으면 2개월이라는데…. 어깨로도 전이돼 바늘로 쇄골을 찌르는 듯한 통증에 달밤에 밖에 나가 팔짝팔짝 뛰면서 울었어요. 귀국 5일 전 마지막 예배를 보는데 사도신경을 외우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어요. 그때 암세포가 많이 죽은 것 같아요.”

그해 여름 귀국한 장씨는 7월4일부터 2008년 3월6일까지 국립암센터에서 16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치료 후 다행히 암 크기가 줄어들었다. “치료를 한참 받던 중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어요. 하지만 내 자신을 학대해봐야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암에 걸렸지만 다른 사람은 이 담배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08년 10월 장씨는 무조건 금연학교나 금연협회 같은 곳을 찾아갔다. 무료로 강연을 할 테니 불러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상한 사람 취급만 받았다. 식당 같은 곳에 가서 ‘제발, 제발, 담배 좀 끊으세요’, ‘폐암→금연만이 해법이다’라고 적힌 노란 천을 붙이다 손님과 말싸움이 나기도 했다. 사내 금연운동을 펼친다는 회사들과 관련된 기사를 보고 찾아갔다가 여러 번 퇴짜를 맞기도 했다. 그래서 가장 심각한 청소년 흡연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서울 시내 20개 중·고등학교를 돌아다녔다. 역시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는 ‘1인시위’ 형태의 운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집 근처 중학교 교문 앞에 180㎝ 정도 되는 좌대를 설치해 놓고 하교하는 학생들에게 금연을 권했다. 좌대 문구는 ‘학생 여러분 담배 피지 맙시다. 저는 35년간 흡연한 결과 폐암 말기 환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걸린) 소세포 폐암은 흡연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여러분 나처럼 되면 안됩니다’였다.

장씨의 끊임없는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경기 지역의 중·고등학교 교장들을 만나 금연 강연을 하고 싶다고 하니 흔쾌하게 허락했다. 강의를 요청하는 학교도 생겨났다. 부천 원미구청 보건소는 “어르신의 생생한 얘기를 들려주면 확실한 금연 효과가 날 것”이라며 도와달라고 했다.

장씨는 흡연하는 중·고생들을 위해 ‘금연통장’이라는 새로운 운동을 고안해냈다. 그는 “일단 50명의 학생에게 금연을 결심한 직후 첫 달 10만원은 내가 주고 다음 달부터는 부모가 10만원씩 넣어 주면 목돈을 만들 수 있잖아요. 회사 운영하는 친구로부터 일단 1000만원은 확보해놨어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금연운동을 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한다. 장씨는 “채소 위주로 먹고 아침에 껍질째 생고구마를 두 개씩 꼭 먹어요. 마늘, 양파, 시금치, 콩, 두부, 계란을 많이 먹고 커피, 소고기, 돼지고기는 잘 안 먹어요”라고 했다. 암 환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했더니 “스스로 ‘암이다, 암이다’하면 자꾸 쪼그라들어요. 겁먹지 말고 암과 싸워 다스린다고 생각하면 돼요. 암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하고 치료하면서 열심히 운동도 해야 돼요”라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시신, 장기 기증 다 했어요. 맘이 편하고 좋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세상에 보답할 게 이것밖에 없어요. 유서는 항상 주머니에 가지고 다녀요”라고 말했다. 다 비우면서 세상을 향해 ‘의미’를 남기는 활동을 하는 그의 뒷모습이 커 보였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 |부천 =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게재 일자 : 2011-01-21 13:52

* (행4:10) 너희와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은 알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박고 하나님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 사람이 건강하게 되어 너희 앞에 섰느니라

* (마9:12) 예수께서 들으시고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데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