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주변 이야기

35 50년 넘게 모은 자료들을 버리며...

행복을 나눕니다 2010. 10. 21. 07:26

 

 




50년 넘게 모은 자료들을 버리며... 
자료를 버리므로 땅에서 내 종적은 없어지지만, 하나님 앞에 가면 다 나타날 것
한편 두렵고, 한편 하나님의 은혜 기대하며, 즐거운 소망 가져
삶의 질곡 속에서, 하나님의 선하신 손길, 기적, 은혜, 감사가 넘쳐

평소에 가능한 모든 자료들을 보관해 왔다.
적당한 때가 되면 책을 발간할 생각도 가졌고, 교회에 자료실을 만들면 전시 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자료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가장 오래된 자료 중 내 노트를 보니 50년도 넘었다. 10대 후반부터 총각 시절에 쓴 수필 형식의 일기며, 문화재 관리국 근무할 때 모은 특이한 민속자료와, 목회에서 사용한 설교 노트, 다이어리, 그리고 꽤 많은 책들이다.

어떤 자료이든지 내 나름대로의 열정과 정성이 들어간 것들인데, 이제 버리게 된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제법 많은 자료들을 보관할 곳이 마땅찮고, 또 보관이 미숙하여 자료가 손상되고 있다. 또 내 글들이지만 내용을 일부 살펴보니 내 마음에 흡족하지 않고, 내가 살았을 때 내가 정리하지 않으면 후대에 짐이 될 것 같아서 내가 정리하는 것이다.

책들은 용달차에 실어 진작 후배에게 다 줘 버렸고, 특이한 자료는 지인들에게 나누어줬으며, 이제 남은 노트와 다이어리 대부분도 쓰레기통에 버리고 보니 마음이 참 허전하다.
아주 조금 남겼는데, 중요해서 남긴 것은 아니고 아쉬운 마음에 그냥 남긴 것이다. 조만간 이것도 버릴 것 같다.

하나님의 선택 된 백성으로, 또한 특별히 선별된 직분을 맡은 나로서, 믿음으로 살면서 구원의 복음을 전하려는 내 열정과 땀이 담긴 자료들을 버리며 지상에서 내 흔적 일부를 지우는 마음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이해 못 할 것이다.

특히 설교 노트를 버리는 마음은 더욱 그렇다. 자식을 잃어 버린 어버이의 마음이 이럴까 싶다. 한 편의 설교를 작성하느라 처절하게 몸부림치던 내 과거가 필름처럼 연상된다. 설교 한 편 작성하려고, 일주일 내내 긴장 속에서 준비하는 목회자의 고통을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버리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아 기도한다. 지난날 나의 설교를 들은 많은 분들이, 하나님 앞에서 영혼도 잘 되고 범사가 행복하기를 .....

* 30년 모은 다이어리도 버렸다.
살펴보니 1977년도부터 모아졌다. 찬찬히 내용을 읽어보니 소설 같은 내 삶의 일부가 보인다.

집 팔아 교회를 시작한 모습이 있고, 성전 건축 과정에 있었던 수많은 희로애락이 기록됐다.
피눈물나는 이야기가 있다, 배고프던 시절 이야기. 성전 건축하다 재정이 바닥나 공사를 중지하고 방문도 유리창도 없는 문틀에 홑이불 걸어 놓고, 온돌이 되지 않는 손바닥만 한 냉방에, 전기장판 한 장 달랑 깔아 놓고, 우리 부부와 4남매가 발만 올려놓고 잠자던 일, 인건비 못 줘 목수들한테 온갖 욕을 다 얻어먹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집사람의 이야기 ........,

연로하신 김기두 집사님이 자기 눈을 기증할 테니, 성전을 완공해줄 분이 없느냐 며 복음신문사를 찾아간 이야기, 내가 대구 동산 병원과 전주 예수 병원에 편지하여 내 눈을 필요한 사람에게 줄 테니, 그 대신 성전 건축에 도움 줄 분을 찾아 달라는 글도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며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하는 내 모습도 보인다. 그런 중에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적 같은 은혜로운 이야기도 있다.

성도들의 충성과 아름다운 마음씨가 이름과 함께 적혀 있기도 하다. 실명 위기에 있는 초등학교 소녀를 앞에 두고 기도했는데 완치됐다는 의사의 판정이 난 이야기, 내일 수술할 아이를 위하여 집사람이 기도했는데, 밤사이에 완치됐다며 그냥 돌아가라는 의사의 판정을 받은 기적 은사도 곳곳에 있다..

내가 합동측 함북 노회장에 선출 될 때의 극적인 상황도 나와 있고, 많은 동역 자들과 애환을 나눈 기록도 있다. 이때는 정말 내 주변엔 사람이 많았다.
물질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며 교회가 큰 것도 아닌데, 하나님은 그 때 정말 많은 사람을 보내주셨다. 감사하다.

1차 미국 여행일정과 2차로 휴스턴 여동생의 딸 결혼식 참석 기록도 보인다.
21일간 성지순례 다녀온 기록도 있고, 노회에서 중국이나 타이완, 동남아 지역으로 다녀온 기록도 있다. 지금 돌아보면 추억이지만 다 지나간 일이다.

합동측 교단을 본의 아니게 떠나 합.정 교단에 가서 노회 생활하면서 주고받은 내용증명 우편물 기록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일이고, 억울한 이야기지만 내가 지혜롭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피차가 인간적 욕망과 오해 때문에 저질러진 일들이다.

한심한 이야기도 있다.
무면허로 불법 운전을 하고 다니면서, 운전 면허 시험에 응시했는데, 학과는 두 번에, 실기 보통 1종은 열 번 만에 겨우 붙었다. 시험은 역시 어렵고, 불법은 형통하지를 못하다는 교훈을 얻는다.

어느 다이어리에 끼어있는 메모지에는 내 어머니 무덤 가는 길을 상세히 적어 놨다. 그러면서도 나는 어머니 장례식 이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불효라 하겠지만 나는 죽은 자의 무덤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살아 계실 때 잘 해야지 죽은 후 무덤을 통하여 효를 나타내는 행동은 어리석은 일이요 위선이다. 어머니의 무덤을 만든 것도 내 어머니를 평생 모셨던 맏형이 원해서 따랐을 뿐이고, 나와 둘째형은 화장을 해서 재를 뿌리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를 원했다.

* 총각 시절에 수필 형식으로 기록한 노트도 보인다.
이 노트 안에는 50년도 넘은 글도 있다.
그 당시 사회상과 내 삶의 질곡이 보인다. 지금 생각하니 어떻게 그 시절을 견뎠는지 대단하고 그 시절 어떻게 이런 글을 쓸 마음을 가졌는지 대견하기도 하다. 하나님의 은혜가 크게 역사 하신 모습들이 보인다. 지금 또 감사 드린다.

그 당시 일류 극장 영화 한 편 본다는 것은 우리 같은 빈털터리는 그림의 떡 정도다. 그런데 어렵게 얻은 영화 초대권 관람 일자가 공교롭게도 주일 저녁으로 지정되어 있어, 극장 문 앞에까지 갔다가 주일 성수를 못한다는 죄스러운 마음에 극장 앞에서 표를 찢어 버리고 돌아온 이야기도 있다. 그 때가 지금 보다 신앙이 더 좋았나보다. 하기야 30년 넘게 영화관에 가 본 횟수가 열 번도 안 된다. 그나마 기독교 성화 정도다.

집사람과 결혼할 때 대구로 선보러 간 기록, 그 후 장인어른으로부터 결혼 승낙 편지를 받고 소감을 적은 것도 보인다. 그런데 벌써 슬하에 4남매를 두고 손자 손녀가 많다.

  이제는 다 흘러간 강물이요, 되돌아 봐도 별 볼일 없는 추억이다.
다만 나의 이런 수많은 기록이 남겨지기까지, 내 가족을 비롯한 나와 관계 됐던 많은 분들이 나로 인하여, 소외됐거나, 억울함을 당했거나, 손해를 봤거나 섭섭한 일을 당했다면, 심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용서를 바랄 뿐이다. 만일 나로 인하여 덕을 봤거나 좋았던 일이 있었다면 그분들이 주안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하나님께서 모든 분들을 위로하시고 선하게 보상 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대부분의 자료를 버림으로써 내 삶의 일부는 지워졌다.
그러나 후일 하나님 앞에 갔을 때, 하나님은 세밀하게 내 삶의 기록을 보관하고 계실 것인데, 그 때 내가 칭찬 들을지 책망 들을지 궁금하다.

  생각하면 한편 두렵지만, 한편으론 내 죄를 용서하시려고 나 대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하신 하나님의 선하신 은혜에 기대를 걸고 기쁘게 주님 앞에 서기를 소망한다.

 다시 한번, 오늘이 있게 하시고 앞으로도 모든 일을 협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실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리고, 부족한 종과 관계 됐던 모든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축복한다. - 이박준

* (고후5:17)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 (갈6:17) 이 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졌노라

* (히9:27)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28) 이와 같이 그리스도도 많은 사람의 죄를 담당하시려고 단번에 드리신 바 되셨고 구원에 이르게 하기 위하여 죄와 상관없이 자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두 번째 나타나시리라

* (딤후 4:7)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8)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 (요12: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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