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야기

24 없이 살지만 죽는 날까지 나눌 터

행복을 나눕니다 2008. 2. 18. 06:47

 없이 살지만 죽는 날까지 나눌 터
직장암 수술 4차례, 아들 앞세우기도, 구두닦이 천사 조규완씨,
 별일 아니다 언론공개 한사코 꺼려

 

 

죽는 날까지 얼마나 나누면서 살 수 있을 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도울 수 있을 때까지 이웃을 돕고 베풀 것입니다.
없는 형편이지만 주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행복합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전북은행 안골지점 앞에서 구두닦이와 수선 일을 하는 조규완(63,전북 완주군 용진면)씨.

그는 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지난 31일 인후1동 주민센터를 찾아 정성스럽게 모은 50만원을 전달했다. 지난해 추석에도 30만원을 불우이웃에 써달라며 성금으로 내놓았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7년째 명절 때마다 선행을 반복하고 있다.
해마다 설과 추석, 두 번씩 어려운 애옥살이지만 성경 말씀대로 사랑을 실천하며 살도록 노력하고 있다.
벌이가 안 좋으면 30만원,

경기가 좋으면 50만원씩을 이웃에 건네고 있는 것이다.

 

연말에 내는 성금까지 합하면 해마다 400만~500만원을 불우이웃을 위해 쓴다.
하지만 그는 몸 상태가 일반 사람과 다르다.

직장암으로 4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대장을 2번씩이나 잘라내 대변을 볼 때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하루 7-8차례나 화장실을 찾아야 한다. 많이 먹으면 소화가 제대로 안 돼 식욕도 참아내야 한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계속된 선행이 오래 전부터 알려졌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극구 반대해왔다. 전주시 인후1동의 한 공무원은 조씨가 매번 성금을 기탁한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해 꾹 참아왔으나 조씨의 선행이 워낙 진실 되고 가슴이 따뜻해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에 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그는 오토바이를 혼자 타고 완주와 전주 사이를 출퇴근한다.

겨울이어서 칼바람이 매섭지만 참으며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울증을 겪던 30대 초반 아들까지 품에서 영원히 떠나 보내야 했다. 그는 차가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근검 절약을 생활화하고 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모은 돈이어서 주위를 더욱 훈훈하게 하고 있다.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우여곡절 끝에 구두닦이를 시작했다는 그는 돈이 있으면 오히려 안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다며 별 일을 한 것도 아닌 데 주위에서 칭찬을 하는 것 같아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2008.2.3. 한겨레인터넷 전주/글 임근 기자 pik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