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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4. 생환 광부가 전한 '221시간'…

행복을 나눕니다 2022. 11. 9. 00:00

 

생환 광부가 전한 '221시간'

기적이 가능했던 결정적 이유

 

221시간 만에 무너진 광산 갱도에서 구조된 광부 박정하(64)씨는 “내가 살아나온 것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입원 치료 중 가족으로부터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소식을 전해 듣고서다.

 

이태원 압사 참사 소식 듣고…“희망이 돼 다행”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생환해 안동병원에서 치료 중인 작업반장 A씨가 5일 오후 병실에서 망막 보호를 위해 안대를 착용한 채 휴식하고 있다. 뉴스1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박씨는 5일 “(구조된 후) 여러 사람에게 최근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고 들었다”며 “이런 가운데 (내가 살아 돌아온 것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구조 지시를 하는 등 너무나 많은 분과 정부 기관에서 도와줘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데 감사를 드리고 응원해 준 많은 분들한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이 광산에서 채굴 작업을 하던 작업반장 박씨와 보조작업자 A씨(56)가 갱도가 무너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함께 작업하던 7명 중 2명은 이날 오후 8시쯤 자력으로 탈출했고 3명은 같은 날 오후 11시쯤 업체 측에서 구조했다. 업체 측은 나머지 2명의 구조가 어려워지자 하루 뒤인 27일 오전 119에 신고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만인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됐다. 뉴스1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직후 작업자를 구출하기 위해 제2 수직갱도 지하 140m까지 내려간 뒤 수평으로 진입로를 뚫는 작업과 매몰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땅 위에서 수직으로 시추기를 뚫어 내려가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 중 수평으로 진입로를 뚫는 작업이 성공해 매몰됐던 작업자들은 고립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오후 11시쯤 갱도 밖으로 나왔다.

 

건강 상태 양호…“커피믹스 상당한 도움된 듯”

박씨 아들(42)은 “아버지 건강 상태는 지난 열흘간 거의 음식을 못 드신 것 치고는 굉장히 좋다고 한다”며 “주치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커피믹스가 상당히 도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방종효 과장(주치의)은 병원 1층에서 브리핑을 열고 “커피믹스를 30봉지 처음에 갖고 계셨는데 구조가 이렇게 늦게 될지 모르고 3일에 걸쳐서 나눠서 식사 대용으로 드셨다고 한다”며 “그게 아마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된 거 같다”고 했다.

 

박씨는 사고 충격이 컸던 만큼 광산에서 다시 일하기 힘든 상태다. 박씨 아들은 “아버지가 ‘다시는 광부 일을 하기 싫다. 그쪽으로 쳐다보기도 싫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 구조됐을 때 시간 감각이 없으신 것도 정신적 충격으로 착각하신 것 같다. 지금은 얼마나 갇혀 계셨는지 어느 정도 가늠하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경북 봉화 광산 매몰 사고 10일째인 4일 오후 광산구조대와 소방구조대가 고립된 광부 2명을 구조하기 위해 갱도 내부에 쌓인 암석을 제거하고 있다. 뉴스1

 

박씨 아들은 아버지가 고립된 동안 수차례 탈출 시도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는 처음에 고립되고 사흘 정도는 갱도 내부를 돌아다니며 탈출구가 있는지 찾아봤다. 모든 길이 막혔다는 걸 알자 A씨와 함께 괭이를 들고 벽을 뚫으려고 시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10m 정도 벽을 뚫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멍 정도를 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탈출구 못 찾자 괭이질에 발파까지 탈출 노력

내부에서 벽을 뚫기 위해 발파 시도도 했다고 한다. 아들은 “처음에는 아버지와 함께 갱도에 들어갔던 다른 작업자도 고립돼 있을 가능성 때문에 발파를 시도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갖고 있던 화약을 이용해 발파를 시도했다”고 했다. 발파 시도는 암석 일부만 떨어져 나가는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결국 탈출에 실패한 박씨와 A씨는 주변에 있던 비닐로 천막을 만들어 바람을 막아주는 공간을 만들고 체온 유지를 위해 모닥불도 피우며 구조를 기다렸다. 이들은 갱도 내 천장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마시고 작업 전 챙겨갔던 믹스커피 30봉지를 조금씩 섭취하면서 버텼다고 한다.

 

가끔 바깥에서 들리는 발파음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구조 직전인 열흘째 헤드 랜턴 배터리까지 바닥나자 박씨도 절망감을 느꼈다. 박씨 아들은 “아버지가 B씨를 다독이며 열흘간 잘 계시다가 랜턴이 꺼지니까 두려움을 느끼고 A씨에게 ‘이제 좀 힘들 것 같다. 포기해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갱도 붕괴 사고가 난 경북 봉화군 소천면 아연광산의 제2 수직갱도 출입구 모습. 221시간 동안 갱도에 갇혀 있던 작업자 2명은 이곳을 통해 구조됐다. 김정석 기자

 

절망과 동시에 구조…동료와 부둥켜안고 울어

절망감에 휩싸여 있던 이들은 고립 열흘 만인 4일 오후 11시쯤 진입로를 모두 뚫는 데 성공한 동료와 비로소 만났다. 당시 갱도 현장에 있던 방장석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특수구조대 구조팀장은 마지막 장애물을 치우고 동료 광부들이 만난 첫 순간, 그들이 서로의 이름을 외치며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전했다.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이상권 금호광업소 부소장은 “매몰된 작업자들은 매뉴얼에 따라 사고에 대처했고 이들이 작업하고 있던 곳에 직접 토사가 쏟아지지 않았던 것이 무사 생환의 결정적 이유였다”며 “이들은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박씨와 A씨는 구조 직후 안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측은 어두컴컴한 곳에서 열흘이나 있었던 이들 시력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치료 중이다. 이들은 구조 직후 영양 주사를 맞고 금식을 해야 했지만 5일 점심부터는 가벼운 식사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5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 아연광산에서 방장석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특수구조대 구조팀장이 인명구조 완료보고를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5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 아연광산에서 방장석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특수구조대 구조팀장이 인명구조 완료보고를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사고 관련 수사도 본격화…전담수사팀 편성

안동병원 측은 “처음 오실 때는 체온이 떨어지고 온몸에 근육통을 호소하셨다”며 “근육 손상이 경미하게 왔는데 회복 중인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분이 수일 내 퇴원까지 할 수 있을 거로 예상한다”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평소에 상당히 체력이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산 갱도 붕괴 사고와 관련한 경찰 수사도 본격화됐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3개 팀 18명으로 봉화 아연광산 갱도 붕괴 사고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중앙일보 김정석 기자 이세영 PD 입력 2022.11.06 05:00

업데이트 2022.11.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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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환 광부가 전한 '221시간'…기적이 가능했던 결정적 이유 | 중앙일보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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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3)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이박준  (lee7j7@daum.net) (lee7j7@naver.com)

 

 

 

 

 

 

매몰된 광부들 곁'이것' 꼭 있었다.

..'기적의 생환' 법칙, 갱도 물' '계획성 있는 섭취' '생존 의지'

 

 

67년 구봉광산 매몰사건에서 기적적으로 구출된 양창선씨. 중앙포토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사고 발생 후 221시간만인 4일 오후 11시 3분에 극적으로 구조된 B씨 등 2명은 고립 당시 가지고 있던 커피 믹스를 조금씩 밥처럼 나눠 먹으면서 구조를 기다렸다. 이들은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모닥불을 피우고 비닐 천막까지 쳐 결국 생환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봉화 광산처럼 국내외엔 광산 매몰자들이 기적적으로 생환한 생존 사례가 더 있다. 2010년 칠레 산호세 구리 광산에서 33명의 광부가 매몰됐다가 69일 만에 생환했다. 구조 기술이 뛰어나지 않았던 1967년엔 충남 청양 구봉금광에서 매몰 광부가 16일 만에 극적으로 살아 돌아오기도 했다. 또 1982년 강원도 탄광에서도 매몰 광부가 재난 사고 골든타임인 72시간을 훌쩍 넘겨 구조됐다.

 

광산 구조자가 입고 있던 작업복. 연합뉴스

 

이들 광산 생환 사례에는 ‘갱도 물’ ‘생존 의지’ '계획성 있는 섭취'라는 공통된 생존법칙이 있었다.

 

봉화 광산 매몰자 2명은 작업에 챙겨갔던 커피믹스와 물을 조금씩 나눠 계획적으로 섭취하며 버텼다. 물이 부족해지면 갱도 위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모아 마셨다. 생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듯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면서 한순간도 생존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33명의 칠레 광부 역시 이 생존법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이들은 지하 700m 어둠 속에서 69일을 머물면서 소량의 비상식량을 조금씩 나눠 계획적으로 먹으면서 버텼다. 서로 이야기를 하며 격려했고, 식수 역시 봉화 광산처럼 갱도 물을 바가지 등에 받아 나눠 마시며 고난의 시간을 이겨냈다고 한다.

 

1967년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 지하 125m의 갱 속에 갇혔다가 16일 만에 구출된 양창선씨는 혼자 매몰된 상태였다. 양씨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로 목을 축이면서 버텼다. 많이 마시면 체내 염도가 너무 떨어질 것을 우려해 하루 맥주 컵으로 한 컵 정도만 마셨다고 한다.

 

그는 “아무것도 먹지 못해 3일까지는 통증이 대단했으나 그 이후는 별 느낌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힘이 빠지면 누워 있다가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다. 군에 있을 때 해병대에서 통신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망가진 군용 전화기를 이용, 갱 밖과 간신히 연락했다.

 

양씨의 전화 연락이 성공해 ‘생존’이 바깥에 알려지면서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정부 당국이 직접 나섰다. 미국 전문가들도 구조작업에 참여했다. 사고 당시 1m75㎝, 62㎏이었던 그의 몸은 구출 순간 45㎏에 불과했다. 그러나 양씨는 “땅 위로 나올 때 걸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방종효 안동병원 신장내과장이 5일 오전 병원 1층 로비에서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생환해 치료 중인 구조자 2명을 만나고 나온 뒤 취재진에게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기적의 생환을 만든 1982년 강원도 태백 탄광의 매몰 광부 4명 역시 14일간 갱 안에 갇혔지냈지만, "꼭 구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서로 격려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갱목 껍질로 굶주림을 달래고, 서로의 몸을 밀착시켜가면서 추위를 버텨 결국 생환했다.

 

한편 5일 봉화 매몰 사고 현장에는 구조자 B씨의 친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고마움 전하고 싶다”며 "우리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빚진 마음으로 항상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B씨 친형은 앞서 구조 전날인 4일 B씨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는 “극한의 상황에 놓여있는 너를 생각하면 참으로 고통스럽다. 지금도 너를 구조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조하고 있다”고 썼다. “고통스럽지만 살려고 하는 의지를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살아서 돌아와야만 한다”고 적었다. 이 편지는 구조 당국이 시추한 공간이 있는 지하 170m 지점으로 보내졌다.

 

중앙일보 안동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입력 2022.11.05 15:01 '업데이트 2022.11.0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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