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주변 이야기

2394. "누룽지" 한 봉에 모자는 마음이 갈렸습니다.

행복을 나눕니다 2016. 7. 19. 06:54








" 누룽지" 한 봉에 모자는 마음이 갈렸습니다.

 

분당의 대형마트를 갔습니다. 이것저것을 구입하고 계산대 앞으로 가는데,

집사람이 빠진 것이 있다며 혼자 매장으로 다시 들어갔다가 누룽지 한 봉지를 들고 왔습니다.

 

요즘은 전기밥솥을 사용하므로 구수한 누룽지 맛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옛날 가마솥 누룽지 맛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만들어 놓고 파는 것을 구입해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집사람은 귀갓길 차 중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룽지 매대에 자기보다 먼저 서 있은 여자분이 계셨는데 80세 정도로 보였다고 합니다. 누룽지를 고르는데 50세 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왔고, 80대 여자분과 말을 주고받는데 모자간으로 보였답니다.

 

여자분의 말 중에 [여기 누룽지가 있네... 맛있겠네...] 여운을 남긴 말만 하고 선뜻 바구니에 담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아마 아들의 허락을 기다리는 듯했는데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다가 돌아서 계산대 쪽으로 가버렸고, 어머니는 만지던 누룽지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아들의 뒤를 따랐는데, 그 모습이 어쩐지 측은해 보였고 마음이 짠했다고 합니다.

 

엄마는 누룽지를 구입하여 먹고 싶었지만, 아들의 허락이 없어 3.000원짜리 누룽지 한 봉을 마음대로 사지 못하는 그 어머니가 마음에 자꾸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고 한 달이 지난듯 한데, 어제도 집에서 누룽지 한입을 씹으며 또 그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나는 [그것이 돈 없이 자식한테 얹혀사는 가난한 부모의 현실이야...]하는 말로 응대했지만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

............

 

어머니와 함께 마트에 온 것을 보면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는 모양입니다. 부모와 함께 살기를 기피하는 핵가족 시대에, 함께 산다는 것만으로도 효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왕 모시는 것, 자기는 누룽지가 별로일지라도, 설령 그것을 사 먹을 형편이 못되어 붙박이장 속에 넣어 놓을지라도, 사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 헤아려줬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하는 아쉬움을 가집니다.

 

물론 아들도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정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자식 눈치 때문이거나, 경제권이 없어서이거나, 어떤 이유에서든지,

누룽지 한 봉도 마음대로 구입하지 못하는 나이 많은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더구나 경제권이 없거나 돈이 없어 그렇다고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러느냐, 이 세상에는 그보다 더 엄청난 일들도 많다... ]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큰 것은 큰 대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상에서 자질구레한 일로 섭섭함을 느끼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자녀들은 알아야 합니다. 3천 원짜리 누룽지 한 봉이면 엄마는 많이 기뻤을 것이고 행복했을 수도 있는데 ,,,,

 

  성경에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잠언 23:25)]는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자녀들이 명심해야 할 말씀입니다.

 

큰 것으로만 부모를 기쁘게 하려는 계획도 좋지만, 일상의 삶 속에서 작은 것으로 기뻐할 수 있게 해드리다가, 세상 떠나는 날 가난도 없고 질병도 없고, 염려 근심도 없는, 주님 계시는 영원한 천국에 가실 수 있도록 살펴 드린다면 더 잘하는 것이요 복을 받는 길입니다.

 

전화 한 번이라도 더 할 마음이 있고, 자기들이 계절 따라 적당한 음식을 먹고 자기 자식 돌볼 때, 자기 부모님을 한 번 더 배려할 수 있다면 이 시대에 최고의 효자입니다.-이박준

(사진-정운산 목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