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주변 이야기

38 인술 베푸는 네 분이 있었다

행복을 나눕니다 2011. 2. 9. 06:35

 

 





 

인술 베푸는 네 분이 있었다.

내일 일은 아무도 장담 못해, 그래도 후회 없이 살아야지

 

내 삶에 가깝게 지낸 의사 네 분이 계셨다.

두 분은 선배 목사님인데, 한 분은 양의인 황목사님이고, 한 분은 한의사인 천목사님이시다. 우선 이 분들 이야기를 해 본다.

 

두 분 다 호탕한 성격에 베풀며 살다 보니 돈은 별로 없지만, 사람 좋아했고. 의료 보험이 없든 시절이므로 간간히 인술로 나를 챙겨줬다. 두 분이 함께 만나면 언제나 자기 의술이 우월하다며 농담으로 열띤 신경전을 벌려, 참석한 사람에게 재미를 주기도 했다.

 

한의사 선배가, 어느 날 양의사를 보고 [당신은 고혈압 체질이니 약을 잘 챙겨 드시고, 목욕한 후 옷을 속히 입어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양의는 [한의가 양의를 가르치려 한다]며 웃었다.

 

그 후 일 년이 못된 어느 날 밤중에 전화가 왔다.

양의인 황목사께서 고혈압으로 쓰러졌단다. 대학병원에 입원 치료받았으나 한 달이 못 되어 소천당하셨다. 장례식 날, 한의사 말이, 자기가 고혈압 관리 잘 하라고 말했는데 자기 말을 안 들어서 그렇다며 아쉬워했다. 60도 못되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으니 좀 아쉽기도 했다. 노회가 장례를 주관했는데 내가 실무 책임자로 총지휘를 해서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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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2년 정도 지나서 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번엔 한의인 천목사께서 중환자실에 있단다. 고혈압으로 의식 불명 상태다. 말 한마디 못하고 이틀 후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환갑을 갓 넘긴 나이에....

 

남의 체질은 알면서 자기를 돌보지 못한 한의사와, 자기 의술을 과신한 양의를 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실감했다. 이 분 장례 때도 내가 설교를 맡았다. 얼마 후에 그의 아들이 신학을 공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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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두 의사를 이야기해 본다. 이 분들 역시 한의와 양의다.

한 분은 우리 교회 여집사의 오라버니로서, 당시 빈민지역인 교회 가까이서 개원하고 있는 윤원장이다. 나보다 10살 정도 나이가 많은 분이다. 어찌나 겸손하신지 내가 미안할 정도로 깎듯 하셨다. 감리교회 신자이기도한데, 의료보험이 없든 시절이라 동네서도 어려운 사람은 무료로 치료해주는 좋은 분으로 소문났고, 우리 가족도 이따금 감기나 배탈이 나면 신세를 졌다. 그런데 그분도 어느 날 갑자기 세상 떠나셨다. 나는 그 당시 사택이 교회와 좀 먼 거리에 있었기에 사정을 전혀 몰랐다. 장례를 치른 후 알게 됐는데, 참 어이가 없었다. 여집가도 나에게 알리지 않았다. 우리 교인도 몰랐단다. 그렇게 떠나는 것이 고인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가족과 주변인에게는 좀 허탈감을 줬다. 그러나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니 ,,,

고인에게는 물론 그의 여동생인 집사에게는 너무 미안했다. 그 후 소문을 들으니 갑작스러운 죽음이 우연이 아닌듯하다는 뒷말이 있고, 여집사도 곧 이사를 가버렸다. 하나님만이 아시는 일이지만, 어쨌든 좋은 분이었고 고마운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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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분은 한의사 조 집사다.

우리 교인도 친구도 아니고 노회를 통하여 알게 된 분이다. 내가 큰 신세를 졌다.

이따금 무료로 침을 맞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내 아내 때문이다.

86년도에 내가 외출했다 집에 들어오니, 내 아내가 조그마한 욕실에 꼬꾸라져 신음하고 있었다. 웬일인가 물으니, 자기를 방에 눕혀 달란다.

 

급히 동네 의사, 앞서 말한 교회 여집사의 오라버니로 왕진케 했다. 의료보험이 없든 시절이라 병원 가기도 쉽지 않은 때인데, 의사의 말이 고혈압으로 쓰러졌는데 방법이 없으니 가만히 기다려 보라고 했다. 큰 병원으로 옮기면 어떻겠느냐고 물으니 그래도 별로란다. 46세로 한창인 아내에게 의사가 방법이 없다니, 암담했다.

 

기도하는 중에, 다음 날 자양 한의원 원장 조집사가 생각났다.

긴가민가하면서 전화로 사정 이야기를 해봤다. 특유의 유창한 목소리로 자기가 왕진을 오겠단다. 자가용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대인데, 잠실 대교지나 자양동에서 송파구 마천동까지 택시로 달려와 줬다. 우선 손가락 발가락을 침으로 따고 응급조치하는듯했다. 그런데 집 사람이 한 숨을 푹 쉬면서 이제는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조원장은 자기가 맡아 치료 하겠다 했고, 그 후 한 달간 매일 택시로 왕진하며 침도 놓고 탕약을 끓여다 먹게도 해 주었다. 집 사람은 한 달 만에 털고 일어났고, 조원장은 나 한 테도 한약으로 몸을 돌봐 주었다.

 

넉넉지 못한 처지지만, 인사는 해야겠기에,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물으니, 돈으로 계산하면 엄청 많이 주셔야 되므로, 감당 못 할 것이니, 이왕 신세 지는 것 몽땅 신세 지시라며 한 푼도 받지 않는다 했다. 그 대신 자기를 위하여 [기도해 주면 됩니다.] 하고는 훨훨 가버렸다.

 

나로서야 고마운 일이지만,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보니 좀 얼떨떨하고 면목이 없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다. 하나님은 조원장을 통하여 우리를 돌보게 하셨고, 조원장은 하나님께 쓰임 받은 일군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 후 기도한다고 했는데, 너무 신세를 많이 졌다고 생각하니 미안했고 또 신세지면 어쩌나하는 마음에서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아, 연락 못하고 지낸 세월이 꽤 오래됐다. 그러나 지금도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조원장이 잘 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장로도 됐을 것이고 크게 성공했을 것이다.

 

만나서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도 은퇴자가 누굴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찾아가지만, 본의 아니게 상대는 오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마치 할 일이 없어 놀기 삼아 방문했거나, 아니면 뭔가 좀 의지하고픈 마음으로 찾은 줄 알고 부담을 느끼거나 꺼리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되면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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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는 사람이 해야 한다지만, 그것도 하나님께서 근본적으로 도와주셔야 되고.

아무리 건강관리 잘해도 생명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니 함부로 큰소리치는 것은 교만이다. 그리고 주변에 좋은 사람 만나고 좋은 관계 유지하다가 소천 당 할 때, 깨끗하게 마무리하면 그것도 큰 은혜라 기도 할 일이다.-이박준

(사진-건강한 내 아내는 막내 딸이 선물한 피아노를 이따금 애용한다)

 

* (6:34)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니라

 

* (요삼1:2)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