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주변 이야기

29 내가 존경하는 외할머니

행복을 나눕니다 2010. 4. 27. 07:33

 


 

내가 존경하는 외할머니
무학력, 산골출신, 도시락 둘 준비 하나님 예배, 낙천적, 웃기는 말로 위로

 

가장 존경하는 분이 누구냐고 종종 물어올 때가 있었다.
나는 이때 거침없이 신덕수氏라 한다.
그리고 존경하는 분, 두 분을 쓰라고 한다면 홍연이 권사를 더한다.
만약 세 분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장용순 권사를 보탠다.
순서는 아니지만 이렇게 쓸 수 있다.

세 분은 모두 여자분이시다. 오늘은 우선 한 분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외할머니 신덕수氏는 언제나 낙천적 성격의 좋은 신앙인이다.
생활 속에서 근심되거나 부정적 말이나 슬픈 표정을 짓거나 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님께 기도하실 때만은 많이 우셨고, 뭐가 그리 부탁할 일이 많은지 기도가 끝이 없었다.

할머니는 키가 작으시고 몸집도 작지만, 연세가 많아지시면서 허리가 약간 굽어 똑바로 서서 걷지를 못한다. 지팡이를 짚고 땅만 보고 걸으시다가 멈춰 서서 허리를 펴며 잠시 서 계시곤 하신다.

할머니 고향은 경북 칠곡군 공산면, 아주 구석진 산골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일찍이 예수를 믿었고, 시골에는 교회가 없어 대구 시내에 있는 교회를 다니셨다고 하셨다.

주일이 되면 새벽밥 잡수시고 도시락 두 개 준비하여 교회로 가셨고, 주일 낮 예배를 마치고 도시락으로 점심, 또 하나는 귀가 길에 저녁으로 잡수시고, 순전히 걸어서 밤늦게 집에 도착하신다고 들려주셨다.
그러다 보면 어떤 때는 밤에 산에서 짐승들이 나와 무섭기도 했지만 찬송하며 이겨나가셨단다.

할머니가 예수를 믿었다는 것은 전적 하나님의 은혜요 기적이다.
글도 모르시는 분이고, 오랜 불교와 유교 사상으로 젖어있었던 골수 시골 어르신들이라, 반대와 억압도 엄청났을 터이고, 특히 일본이 잔인 무도하게 한국을 압박하고 종교 말살 정책을 쓰던 시대인데, 처음 들어온 서양식 종교활동을 하다가 한밤중에 귀가하는 젊은 여자를 좋게 여길 사람이 있었을까?

기독교를 반대하는 신랑의 구박은 유독 더 심해 매도 많이 맞았고, 머리채도 많이 잡히기도 하셨단다. 그러나 죽음이 두렵지 않았고 천국을 생각하면 좋았다고 하셨다. 이런저런 상황을 상상해보면 핍박과 구박이 몸서리쳐질 지경이다.

그럼에도 신앙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건이요, 글을 알았다면 목사가 됐을 것이고 순교하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은 할머니의 의지이기보다는 하나님의 강권적 보살핌이요 부르심이다.

할머니는 둘째 아들을 젊은 나이에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있었고, 하나뿐인 딸(내 어머니)이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여, 땡전 한 푼 없는 처지에서 4남매를 키우기 위하여 사투를 벌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픔이 오죽했을까?
핍박받으며 예수 열심히 믿는데도 이런 아픔이 반복되었으니, 하나님을 원망할 만도 하고 신앙에서 낙심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으셨다는 것도 기적이다.

할머니는 큰 아들이 가정을 꾸리는 즈음에는 대구로 이사 나오셨고, 매일 새벽 대구 대신동 소재 서문교회에 나가 기도하시고, 대구 서문 교회가 처음 서양식으로 건축될 때 정성껏 건축헌금을 하며 건축에 참여하셔서 성전 머릿돌 함에 당신의 이름이 기록된 문서가 있다며 기뻐하셨다.

할머니는 매일 새벽 기도를 마치시면 곧바로 4km의 길을 걸어, 대구 비산동 고개를 넘어 4남매 데리고 혼자 어렵게 살아가는 딸(내 어머니)이 생각나 매일 출근하다시피 오셨다. 아마 이 때 할머니 연세가 60대 후반인 것으로 짐작한다. 지금의 60대는 젊었지만 그 당시는 고령자이시다.

할머니는 매일 오실 때마다 빈손이 아니시고 뭐든지 가지고 오시는데 밥이나 간식이다. 우리는 그것이 좋아 새벽이면 할머니가 기다려졌다.
할머니가 계시는 내 외삼촌댁은 부자라, 당시 사람들은 세끼 죽 먹기도 어려운 시절이지만 백옥 같은 흰쌀밥을 풍족히 먹었다.

할머니는 당신과 할아버지가 하루 종일 따로 받으시는 밥상에서 적당량을 드시고 남긴 밥은 하얀 물수건에 밥을 담아 모았다가 우리 집에 오실 때 가지고 오신 것이다. 우리는 그 때 너무 가난하여 그 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여름에는 어떻게 밥을 보관하셨는지 지혜롭기 그지없으시다는 생각에, 한없이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밥 선물을 주시고는 눈물로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고 급히 귀가하시는데 1년 중 2/3에 해당하는 날은 그렇게 하셨고 우리가 그곳을 떠나는 날까지 몇 년을 계속하셨다.

할머니는 인간적으로는 그리 행복하거나 유복하지 못했다.
할머니 젊어서는 둘째 아들과 사위와 먼저 사별했고, 70대 노년에는 큰 아들과 며느리 (내 외삼촌과 외숙모)와 사별했고, 생각이 짧은 친손자들(2명)과 함께 살지를 못하여, 양로원에 가 계시는 아픔과 수모도 당하셨다.
양로원에 가신지 두 달여 동안은 우리가 몰랐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양로원 측으로부터 우리에게 연락이 되었다.
처음 소식을 듣고는 놀라움과 울분이 치밀어 혼났지만, 어머니와 형제(모두 미혼)들이 의논하여 우리도 형편이 어렵지만 함께 고생하자며 모셔오기로 하고 대표로 내가 가서 모셨다.

열악한 환경에 힘들어도 딸(내 어머니)이 있는 우리 집에서 10년 정도 생활했는데, 불편한 생활 속에서도 언제나 찬송하시며 기도하셨고, 어려움을 웃으시며 긍정적으로 극복하시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셨다

우리들이 사회 생활하다 지쳐 목을 빼고 앉았으면 웃기는 말씀으로 위로도 하시고 기도하시며 힘을 돋구셨다.
[중(승려)이 종일 길을 가다 보면 중도 보고, 소도 보고, 개도 보고, 이것저것 다 본다는데 살다보면 온갖 것 다 당하는 법이야] 하시며 기도하자고 하셨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찬송은 [예수 사랑하심은...]과 [울어도 못하네..]였다.
성경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저를 믿는 자는 멸망치 아니하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하는 요한복음 3장 16절을 즐겨 암송하셨다.

글을 모르시니 찬송도 순전히 외워서 하셨고, 글을 몰라도 성경 찬송을 언제나 책가방에 넣어 다니시며 예배 시간 옆 사람에게 찾아달라 해서 그냥 펴놓고만 지내시는데 오랜 세월 동안 글을 접하다보니 나중엔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글을 읽으셨고 성경 찬송책은 낡디 낡아 모서리가 없어졌다.
그 당시는 성경 찬송을 구하기도 힘들었고 또 값도 비쌌는데, 소천하실 때까지 그 책을 가지고 계셨다. 지금 우리가 보관을 못했지만, 보관했다면 가보가 됐을 수 있는데 그 때는 귀중성을 몰랐다.

할머니가 하시는 기도 내용은 다양하지만, 당신을 위하여 하시는 내용은 [아버지여 내가 세상 떠나 천국갈 때에 병들어 자식들 고생시키지 말고 천국가게 해 주소서]라고 소원하셨는데, 할머니는 소원대로 83세에 손수 점심 찾아 드시고 머리 감으시고 그 날 저녁 5시경 넘어지셨고 밤 11시경에 소천하셨다.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으시려고 넘어지신 지 7시간 만에, 그것도 밤11시에 소천하셔서 1시간 만에 하루 고생을 덜 시킨 것이다. 이 일은 지금부터 40여 년 전 일이지만 할머니의 기도는 이루어졌고, 나와 미국에 사는 내 여동생도 그 기도를 배워 지금 그렇게 기도하고 있다.

나는 외할머님 신덕수 권찰을 존경한다.
할머님이 예수를 믿은 것은 예수님의 강력한 이끄심에서였고,
갖은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신앙을 지켰으며,

낙천적이시고 평안한 모습을 보이시며 웃는 모습은 지금도 내 앞에 어른거린다.

할머니를 존경하면서도 할머니에 대하여 글로써 다 표현하지 못하는 내 부족함을 안타까워한다.

나는 이따금 꿈에 할머니를 뵙는데, 말씀은 없으시지만, 할머니는 생존시에도 멋쟁이 차림이셨는데, 꿈에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꿈에 할머니를 본 날은 기분 좋은 소식을 듣는 때가 많다.

꿈에라도 말씀하시는 할머님을 만나고 싶다.
언제인지는 모르나 천국에서나 가능하겠지만 .......

하나님 감사합니다. 좋은 할머니 허락하셔서 ......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게 해 주심도 감사합니다. (이박준)

* (딤후1:5) (디모데야 네가 오늘날 좋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
먼저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 줄을 확신하노라

* (사30:26) 여호와께서 그 백성의 상처를 싸매시며 그들의 맞은 자리를 고치시는 날에는 달빛은 햇빛 같겠고 햇빛은 칠배가 되어 일곱 날의 빛과 같으리라

* (사46:4) 너희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리하겠고 백발이 되기까지 내가 너희를 품을 것이라 내가 지었은즉 안을 것이요 품을 것이요 구하여 내리라

* (시71:9) 나를 늙은 때에 버리지 마시며 내 힘이 쇠약한 때에 떠나지 마소서

* (잠14:31) 가난한 사람을 학대하는 자는 그를 지으신 이를 멸시하는 자요 궁핍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자는 주를 존경하는 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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