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우리 형제 모두 교회서 결혼식
선친(정주영), 병상서도 복음성가 내게 강 같은 평화
지난해 11월21일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진출을 놓고 우리 올림픽 대표팀과 바레인이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안산 스타디움까지 직접 찾아오신 축구 팬들은 물론이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국민들도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해했다. 무승부면 본선 진출이지만, 자칫 지기라도 하면 끝장이었다.
국민들은 한국팀의 시원한 승리를 원했지만 본부석의 나는 [제발 무승부라도]하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올림픽을 월드컵보다 한 수 아래의 축구 대회로 보지만, 올림픽 본선 진출이 월드컵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시아에 배당된 월드컵 본선 티켓은 4.5장이지만 올림픽은 3장이기 때문이다. 대한 축구 협회 회장으로서 나는 심적 부담이 컸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날의 무승부로 우리는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나라 일이든 가정의 일이든 열심히 기도한다.
기도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도 얻게 된다.
스포츠, 정치 그리고 경제와 같은 세속적인 일에 집착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 기도를 더 많이, 열심히 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소망 교회에 다니고 있다.
아내(김영명)는 얼마 전 권사가 됐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서리 집사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는 우리 형제들 모두 교회에서 결혼시키셨다.
나도 서울에 있는 정동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비록 당신께서는 교회에 나가 시지는 않았지만 기독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깊으셨던 같다.
아버님은 정희경 이화여고 교장 선생님 같은 분들과 청운동 집에서 [내게 강 같은 평화]와 같은 복음성가를 부르는 모임을 자주 가지셨다.
아버님은 돌아가시기 직전 병원에 계실 때도 이런 노래들을 즐겨 부르셨다.
내가 예수님을 믿게 된 것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 아내(김영명 권사) 덕분이다. 장인(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선친, 그러니까 아내의 조부(김병우 장로)는 당신 집 창고를 개조해 부산 김해 지역 최초의 성결교회인 김해 성결교회를 세우셨다고 한다.
내가 소망 교회에서 세례를 받을 때의 에피소드. 성경 시험을 본다고 해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
하루 이틀 공부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걱정을 했더니, 세례문답 책을 나눠주던 젊은 목사님은 이번 세례는 바겐세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예수님의 제자가 몇 명이냐고 물어 봤을 때, 6명이라고 대답해도 절반은 맞은 것이니까 걱정 마세요. 그렇게 해서 나는 세례 문답을 통과할 수 있었다.
집안에서 부부가 아이들 앞에서 서로 상스런 말을 나누면 가정의 행복이 절대로 유지될 수 없듯이, 우리의 가정과 교회, 지역 사회 그리고 국가라는 공동체는 맑고 상식적인 사고에서 다듬어진 언어로 소통돼야만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성경에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Fear of God)라는 말씀이 나온다.
하나님을 경외(공경하면서 두려워함)하는 것이
지식과 지혜의 근본(잠 1장 7, 잠 9장10)이라고 기록돼 있다.
하나님에 대한 경외 심을 가질 때 우리는 오만하지 않고 겸손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성적인 믿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성이 끝나는 곳에서 신앙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신앙 안에서 이성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하나님의 자녀다운 삶을 사는 자세이고 태도라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의 내일이 결코 밝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좌절을 느끼고 피곤을 느낄 때면 조용히 성경 구절을 읽으면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
한 사회를 책임진 지도자들이 기도를 많이 할 때 나라를 짊어질 젊은이들의 미래도 밝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도하며 노력을 기울일 때 정치도, 통일도 하나님의 뜻 안에서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으로 믿는다.
아직 나는 믿음이 약하다.
그러나 기도하면서 생기는 겸손과 담대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널리 펴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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