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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9. 아프간 사태에 대한 각 언론 사설

행복을 나눕니다 2021. 8. 25. 00:00

 

 

아프간 사태를 보는 각 언론 사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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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 손에 넘기시리라.

(삼상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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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국익 없고,

싸울 의지 없는 나라 위해 전쟁 안 한다

[사설]-동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슬람 반군 탈레반의 수도 카불 장악 이후 카불 탈출의 대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16일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임무는 국가 재건(nation building)이 아닌 테러 공격을 막는 것이었다”며 “더 이상 국익이 없는 전쟁에 계속 머무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이미 ‘자국(自國) 우선주의’를 분명히 했지만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천명한 민주당 소속의 바이든 대통령조차 국익을 도외시하고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자국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개입을 마다하지 않았던 냉전시대의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점에서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전혀 다르지 않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도 지난해 2월 트럼프 재임 시절 미국과 탈레반이 맺은 합의를 바이든 정부가 실천에 옮긴 것일 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카불에서 벌어지는 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는 있지만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미군 철수 자체를 비판하는 사람은 드물다. 주로 미국이 철수 과정에서 아프간 주민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속해놓고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프간 주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상실한 데 대한 비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조 달러가 넘는 돈을 써가면서 30만 명의 아프간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무장시켰지만 탈레반에 무력했는데, 미군이 더 남아 지원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며 “그들이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더 이상 싸워서도 죽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깊은 실망감이 배어 있는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동맹국에는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스스로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울 의지도 없고 싸울 준비도 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미국이 언제까지라도 대신 싸워 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해방 이후 미국과의 동맹 속에서 나라를 세우고 발전시켜 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냉전시대처럼 한쪽은 주로 주고 다른 한쪽은 주로 받는 동맹관계는 오히려 예외적이었다. 동맹은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관계다. 동맹에 군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가치가 있는 국가가 되기는커녕 부담만 되는 국가는 언제라도 동맹의 관계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교훈을 아프간 사태에서 얻어야 한다.

 

동아일보 입력 2021-08-18 00:00수정 2021-08-18 03:01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0817/108593107/1?ref=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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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떠나는 미국 보며 한국 처지를 생각한다.

[사설]-조선일보

 

16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카불을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이 미 수송기 C-17에 필사적으로 탑승하고 있다(왼쪽 사진).아프간 카불에서 카타르로 비행한 미 공군 C-17기 내부 모습. 800명을 태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익명을 전제로 한 미 국방부 관계자는 "실제 인원은 약 640명"이라고 말했다. / 트위터 Defense One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對)국민 연설에서 아프간 철수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의 국익이 걸리지 않은 분쟁에 무한정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년 전 미군이 아프간을 점령한 것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9·11 테러 집단을 응징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천문학적 재원을 쏟아부으며 아프간에 계속 묶여 있기를 바랄 것”이라며 “그것은 미국의 안보 이익이 아니며, 미국 국민이 바라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치욕이었던 베트남 사이공 함락의 악몽을 재현시켰다고 비판하고, 당초 철군을 지지했던 국민 여론도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미국은 2차 대전과 냉전 때처럼 두 개의 전면전을 치르거나 대비할 만한 힘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 바이든 아닌 다른 대통령이라도 뾰족한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바이든은 “아프간군이 스스로 싸우지 않는 전쟁을 미국이 대신 싸워 줄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는 “한국도 미국의 도움이 없었으면 아프간과 같은 운명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도 그런 시각이 있다. 하지만 한국과 아프간의 국력과 전략적 위치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자 비약이다. 국방장관이 일곱 번이나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만큼 엉망인 국군의 기강이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아프간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따로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년에 걸친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은 끝났으며, 미국 중심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에 맞서는 것을 첫째 국가 이익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이 “미국이 돌아왔다”며 복원을 선언한 동맹 관계 역시 중국의 도발과 위협을 억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을 공동의 위협으로 설정했던 한미 동맹도 성격 변화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겨냥한 지역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는 미국의 압박은 보다 거세질 것이다. 이런 미국의 전략에 협력하지는 않으면서 북한의 위협만 막아달라는 한국의 애매한 입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아프간에서 한국 대사관 직원과 현지 주민이 무사히 빠져나오는 과정에서도 미국과 미리 맺어 뒀던 양해각서가 결정적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오로지 힘의 논리만 작동하는 국제사회 정글 속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켜 내려면 믿을 수 있는 강대국과의 우호 관계가 필수적이다. 남북 이벤트 정치에 앞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하는 입체적 국가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입력 2021.08.18 03:26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1/08/18/FSGI74L32NBXXMWBJPNUQSJE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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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사태가 한·미 동맹 중요성 보여줬다

[사설]-중앙일보

 

미군이 20년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에 항복했고, 수많은 아프간 주민이 탈레반을 피해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사진은 무장한 탈레반.[AFP=연합뉴스]

미군이 20년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에 항복했고, 수많은 아프간 주민이 탈레반을 피해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사진은 무장한 탈레반.[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부패, 정치적 분열이 만든 비극이었다. 아프간에서 20년 동안 공을 들인 미국이 손절매하듯이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한 것은 냉정한 국제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어제 아프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은 아비규환이었다. 베트남 패망(1975년) 사태를 다시 보는 듯하다.

 

2001년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9·11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와 연관돼 주목을 받았다. 이어 미국 주도의 항구적 자유작전으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고, 재건 과정에 한국도 참여했다. 우리의 다산·동의부대와 오쉬노부대가 10년 이상 아프간에 주둔하면서 의료 지원과 재건을 도왔다. 한국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프간 군대와 경찰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7억2500만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아프간 정부의 무능·분열이 자초한 비극

미국 포기하자 바로 망하는 냉엄한 현실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는 불신과 실망에서 나왔다. 미국은 2001년 이후 아프간 전쟁과 재건에 2조 달러(2300조원) 이상 쏟아부었다. 미국의 재정이 흔들릴 정도였다. 2014년부터는 아프간 스스로 방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군(ANDSF) 양성에 국방비(50억∼60억 달러)의 75%를 미국이 감당했다. 미 정부는 ANDSF가 탈레반 병력보다 훨씬 우세한 것으로 착각했다. 그런데 허상이었다. ANDSF 병력은 숫자로만 존재하고, 실제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아프간에 지원해 준 많은 재원은 재건이 아니라 관료와 군 간부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던 것이었다. 미군이 철수하니 아프간 정부군은 전투 의지도 없었다. 탈레반과 전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항복했다.

 

미국이 아프간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도 철수를 결정한 배경은 아무리 도와줘도 성과가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서다. 이런 아프간 상황은 1973년 베트남에서 미군이 철수했을 때와 흡사하다. 당시 베트남의 월남 정부도 부패했고 정치적으로 분열됐었다.

 

아프간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선 강한 군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공군과 해군에서 연이어 벌어진 성추행 사건과 경계 실패,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을 보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군대의 생명인 군기가 무너지면 아프간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더구나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계속 늘리고 있다.

 

한·미 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의 운명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놓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던가. 한·미 동맹은 한반도 안보의 기둥이다. 정부와 군은 아프간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미 동맹 강화와 강군 유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나라가 분열되고 안보가 무너지면 백약이 무효다. 아프간에 남은 교민과 외교관들의 안전한 귀국에도 온 힘을 쏟기 바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7 00:12 |

https://news.joins.com/article/24129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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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레반 재집권, 테러 세력 확산 국제사회 주시해야

사설-한국일보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이 15일 출국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하자 이날 날이 밝기도 전에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20년 만에 종식됐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대통령궁에는 탈레반기(旗)가 게양됐고, 미 대사관에선 성조기가 내려졌다. 2001년 9·11사태 한 달 뒤 미군의 탈레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탈레반의 재장악으로 끝이 났다.

 

예견되긴 했지만 탈레반이 파죽지세로 아프간을 장악한 모습에 세계는 경악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프간 친미 정권은 무능했고 군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국민들이 이런 정부를 지지할 리도 없었다. 결국 30만 정부군은 8만의 탈레반에 백기투항했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했다. 자위력을 포기하고 외국에 의존하는 정권의 말로를 보여준 생생한 사례다.

 

아프간 정부의 붕괴는 20년간 2조 달러 이상 쏟아부은 미국의 실패이기도 하다. 미군 주둔을 연장해도 상황 변경은 어려웠지만 바이든 정부의 오판도 사태를 키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5주 전까지 “제2의 베트남 사태는 없다”고 장담했으나, 예상 밖의 카불 함락에 미군 헬기가 현지 대사관 상공을 오가며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켜야 했다. 여기에 시민들이 공포에 휩싸여 공항으로 달려가고 총격소리가 끊이지 않는 카불의 혼돈은 1975년 ‘사이공 탈출’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탈레반의 재등장은 국제 정세에도 불안 요인이다. 특히 탈레반이 벌써 수감된 알카에다 고위인사 등을 석방하면서 테러단체들이 급속히 세력을 확장할 우려가 커졌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로선 아연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아프간을 일대일로(一帶一路)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나,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이슬람 세력이 자극받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 당국 역시 이런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지 공관원과 재외국민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일부를 제외한 공관원들은 제3국으로 철수시킨 상태이긴 하나, 한국 기관에 근무한 현지인들의 안전에도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입력 2021.08.17 04:3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81616120002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