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집단 커닝 사건 등의 위기… 교사·학부모 믿음으로 극복
커닝 막기 위해 학년·반 섞고 시험 끝나면 양심 고백 시간 가져
학생 72% "성실한 학교생활 됐다"
이날 행사장에는 백발이 성성한 제물포고 1~10회 졸업생뿐 아니라 유정복 인천시장, 서봉철 전 숭실대 부총장 등 제물포고 선배들이 찾아와 "전통을 이어준 후배들이 자랑스럽다"며 후배들 어깨를 두드렸다.
◇무감독 시험 60년… 신뢰의 60년
지난 6일 제물포고 3학년 1반 교실. 전국 고3 연합학력평가를 치르던 이날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담임교사가 시험지와 답안지를 나눠주고 교실을 나갔다. 복도에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을 관리 교사 1명만 남았다. 3학년 박천욱(17)군은 "입학 후 치른 첫 중간고사에서 선생님이 시험지를 나눠주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셨을 때 정말 낯설었다"며 "선생님들이 우리를 믿고 있다는 생각에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덕원(18)군은 "무감독 시험 덕분에 나 자신과 친구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무감독 시험을 치를 때 이 학교 학생들은 학년·학급별로 일부 이동해 시험을 친다. 한 학급 학생의 절반은 자신의 교실에서, 나머지 절반은 선배나 후배 교실로 이동해 시험을 치는 식이다. 학교 측은 "부정행위를 막는 일종의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또 시험이 끝나면 자신의 부정행위나 시험에 대한 각오를 털어놓는 시간도 갖는다. '마음 일기'라는 종이에 스스로 자기 고백을 하는 것이다.
◇수차례 위기도 극복… "양심이 사회생활의 힘"
이 전통이 순조롭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몇 차례 위기가 있었다. 1981년 이 학교 2학년 한 반 50명이 집단 커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5년여 뒤에도 커닝 사건이 있었다. 방송인 김구라(33회)씨가 TV조선 '호박씨'에서 "동급생 지상렬·염경환 등 우리 반 학생들이 커닝을 해 0점 처리된 적이 있다"고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2005학년도 수능 부정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시험 관리가 강화되면서, 교육 당국이 학교 측에 '무시험 감독'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문의했다. 그때마다 제물포고 교사·학생·학부모는 "무감독 시험으로 양심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물론 여전히 1년에 1~2명씩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 경우도 자기 잘못을 스스로 먼저 털어놓은 것이다.
박준현 제물포고 총동창회장(전 삼성증권 대표이사)은 "무감독 시험에 익숙해져 있다가 사회에 진출하니 양심을 지키며 사는 게 때론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요령을 피우지 않고 성실하게 살았더니 내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제물포고 설문 결과, 재학생의 72%가 '무감독 시험으로 성실하게 생활하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답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실제 학업 성적이 올랐다'는 응답도 절반에 달했다. 학부모 60%는 '아이들이 더 정직하게 살아갈 것이다'라고 했다. 신동찬 교장은 "무감독 시험의 정신은 '양심의 1점은 부정(不正)의 100점보다 명예롭다'는 것"이라며 "양심에 따라 공부하고 시험을 친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성실하고 정직한 인재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인천=박세미 기자 인천=정경화 기자,
입력 : 2016.04.08 03:00 | 수정 : 2016.04.08. 08:54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 지금은 하나님 섬기지 않는 변명이 통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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