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선교사가 일본 노숙자 돌봐
일본서 제일 규모가 큰 노숙 단체, 국경 넘은 日 노숙인 섬김 12년… 列島도 주목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대립과 반목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본 땅 곳곳에서는 화해와 공존의 샘물이 흐르고 있다. 가난한 일본인을 섬기는 한인 선교사와 한국인조차 돌보지 않는 재일 한인의 역사를 지키고 있는 크리스천 일본인 여성들까지, 예수의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몸소 실천하는 한·일 크리스천들의 공존 현장을 3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하루 일감을 놓친 이들의 배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봇짐을 멘 채 헌옷 가게 앞을 서성이는 이들 옆으로 몇몇은 전날 밤 피워놓은 모닥불 곁에서 캔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다닥다닥붙어 있는 싸구려 여관 출입구에는 한 남성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행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숙소 안에서 벌써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운전대를 잡고 있던 최정석(58·니시나리교회) 선교사가 귀띔했다.
지난달 29일 아침 일본 오사카의 가마가사키 마을에서 펼쳐지고 있는 풍경은 ‘경제대국’ 일본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노숙인과 일용직 노동자 2만여명이 모여 사는 이곳은 1960년대 이후 형성된 일본 최대의 노숙인 마을. ‘빈자의 성녀’ 故 마더 테레사 수녀가 생전에 두 차례나 방문해 체류자들을 위로한 곳이다. 매년 300명 정도가 이 근방 길거리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쉬쉬’하며 덮어두려 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 선교사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곳에서 섬김 사역을 펼치고 있다. 벌써 12년째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사각공원 옆 ‘이코이 식당’이 그와 자원봉사자들의 작업 공간이다.
23.1㎡(약 7평) 규모의 낡고 협소한 식당에는 상호나 간판도, 표식도 없다. 밖에서 보면 영락없는 창고지만 매주 4차례 1200명분의 무료급식용 주먹밥이 여기서 만들어진다. 화·수요일에는 이발 봉사와 헌물품 바자회가 열리고, 저녁 거리순찰을 위해 한·일 크리스천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래 봬도 이 식당 건물은 40년 전부터 저 분과 함께 이 마을을 섬겨온 공간입니다.”
최 선교사는 식당 벽에 걸린 사진 속의 한 남성을 가리켰다. 가나이 아이메이(1932∼2007) 목사. 그는 도시샤(同志社) 대학 신학부 대학원 시절, 가마가사키 마을에 들렀다가 이곳 거주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접하고 그들을 위해 투신했다. 1971년 일용직 노동자들을 위해 값싸고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가나이 목사가 처음 만든 것이 바로 ‘이코이 식당’이다. 그는 니시나리교회(일본기독교단) 담임 목회를 하면서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진 2000년대 초반까지 무료급식과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최 선교사는 가나이 목사를 30대 중반의 전도사 시절이었던 1992년 초에 만났다. 우연한 기회에 이코이 식당 사역 현장을 들른 그에게 당시 60대 중반의 가나이 목사는 잊지 못할 한마디를 던졌다.
“목사가 되면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곳으로 향하는 걸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10년 가까이 일본을 오가며 서로 꾸준히 교제해 오던 어느 날, 가나이 목사는 그에게 정식으로 요청했다. “최 목사님이 이곳 사역을 맡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가 2001년 6월이었다. 당시 가나이 목사는 신학을 준비하던 아들을 둔 상태였다. “저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부탁으로 받아들여졌어요.” 최 선교사는 아내 박회진(53) 선교사, 아들(24)과 함께 정식 선교비자를 받아 일본 땅을 밟으면서 특별한 섬김 사역의 첫발을 뗐다.
지난달 28일 저녁, 최 선교사와 둘러본 가마가사키 마을 곳곳에는 그의 ‘동지’들이 적지 않았다.
하루 방값이 600엔(6000원 정도) 정도인 성냥갑 같은 여관들 사이로 가톨릭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후루사토의 집’에 불빛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세계적인 가톨릭 성서학자이면서 ‘노숙인의 친구’로 불리는 혼다 데쓰로 신부가 일본관구장직을 일찌감치 내려놓고 20년 넘게 쪽방 생활을 하며 이발 봉사를 하는 곳이다. 전날까지 그가 사용하던 낡은 이발용 흰 보자기가 눈길을 붙잡았다.
알코올 상담을 담당하는 루터교 ‘희망의 집’, 노동자들과 함께 관상기도회를 여는 수녀회 건물도 눈에 들어왔다. 성경 속 ‘선한 사마리아인을 섬기는 현장(눅 10:25∼37)’의 현대판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최 선교사는 생전의 가나이 목사가 누누이 강조했던 메시지를 들려줬다.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 하지 마세요. 내 사역의 성과를 드러내려고 하지도 마세요. 주먹밥을 먹기 위해 두세 시간씩 기다리고 있는 긴 줄, 그 줄의 맨 끝에 예수님이 계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섬기는 이들의 속마음을 읽어내고 공감할 줄 아는 친구가 되어 주는 것. 가마가사키 마을에서 그가 깨달은 공존의 지혜다. 국민일보
* (행8:4) 그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할 새 (행8:5) 빌립이 사마리아 성에 내려가 그리스도를 백성에게 전파하니 (행8:6) 무리가 빌립의 말도 듣고 행하는 표적도 보고 한마음으로 그가 하는 말을 따르더라
# 평안한 사람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도 복음을 받고 믿어야 합니다. 작은 교회나 큰 교회도 복음 전도는 열심히 해야 합니다. 복음의 말씀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과 전도를 열심히 하고 바른 예배를 드리는 교회는 좋은 일이 많습니다.-이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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