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어린이 중창단 첫 공연
간질·자폐증·근육병 10명 "난치병이라는데, 노래할 땐 아픈 줄 몰라요"
병원 오가다 위축된 아이들 매주 노래 연습하며 밝아져
"합창할 땐 모두 평등해지죠"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감색 재킷을 입은 아이들이 맑은 목소리로 합창을 마치자 객석에서 박수가 울려 퍼졌다.
지난 11일 오후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있는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대강당은 '메이크어위시 아카펠라 중창단'을 위한 무대였다. 지난 8월 난치병 어린이 10명이 모여 결성한 중창단의 첫 공연이었다. 관객은 난치병 어린이에게 선물할 곰 인형을 만들려고 모인 포스코건설 임직원과 봉사자 100여명이다.
무대에 선 아이들에게 아픈 기색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나란히 줄 맞춰 서서 서로 손을 잡고 목소리를 맞췄다. 근육병의 하나인 근이영양증을 앓는 김어진(12)군과 이준호(12)군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표정은 맑았다. 뇌종양으로 시력을 잃어 가는 가호현(12)군도 똑바로 관객을 바라보았다.
"노래할 때는 모든 아이들이 평등해져요." 간질과 자폐증을 앓는 김예은(11)양 어머니 최인혜(54)씨는 "합창하는 모습을 보면 보통 아이들과 다를 게 없어서 아프다는 걸 잊곤 한다"고 말했다.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업을 해온 메이크어위시(Make-A-Wish) 재단이 이번에 처음 중창단을 만든 데도 그런 목표가 있었다. 이광재 메이크어위시 팀장은 "아파서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계속 위축되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려워한다"며 "'병을 잊고 희망을 부르자'는 뜻에서 아이들을 모았다"고 했다.
모집한 지 얼마 안 돼 10명이 모였다. 아이들은 성악 전공 선생님을 모시고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연습했다. 걸그룹 S.E.S 출신 가수 슈(29)도 종종 참가해 도와주었다. 노래 실력도 향상됐지만, 그에 앞서 태도가 눈에 띄게 변했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를 사귀면서 처음엔 표정이, 그다음엔 마음이 밝아졌다.
"다들 몸이 불편하니까 서로 도와주고 부축해주었어요. 학교에선 친구들과 얘기하다가도 갑자기 애들이 뛰어가면 따라갈 수 없거든요…." 근위축증으로 다리가 약한 강수진(13)양은 "계속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골형성부전증을 앓는 윤한별(8)양은 "떨리지만 같이 노래하는 게 좋다"며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 류석순(42)씨는 "아프다는 이유로 늘 엄마와 붙어 있으려고 해 걱정이었는데, 중창단에 오면 누구하고나 잘 어울린다"고 했다.
'카포시형 혈관내피종'을 앓고 있는 진연호(9)군에겐 이번 공연이 특히 뜻깊다. 워낙 희귀 질환이라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다음 주에 미국에 가기 때문이다. 목발을 짚은 채로 쉴 새 없이 장난치던 진군은 "목이 쉴 정도로 연습했지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다 함께 노래하니 떨리지도 않아요. 오히려 신나는 걸요."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입력 : 2010.12.14 23:49
* (시편42:1)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 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 하나이다
* (시150:6)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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