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자 69.5%가 기독교인
한복협, 장기기증 운동 확산 위해 각계 전문가들 모셔 발표회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한국교회에 장기기증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조찬기도회와 발표회를 가졌다. 지난 12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이날 발표회에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본부장이 나와 장기기증의 실태를 알리고, 기독교적 관점에서도 살피는 강연이 이어졌다.
먼저 박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뇌사장기기증자는 인구 백만 명당 5.2명 꼴”이라며 “미국과 영국 등 여러 선진국들은 백만 명당 30명에 육박”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러한 열악한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서 그는 무엇보다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기기증인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기관 등에 분산된 관련업무를 민간단체에 일부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 본부장은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된다면 장기기증 등록자를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강조한 것은 무엇보다도 장기기증 인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섣부른 보상으로 기증인의 고귀한 사랑을 폄하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오래 기억되는 추모 행사 등을 기획해야 할 것”이라고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 지난해 장기기증 등록자 중 69.5%가 기독교인이었다
또한 그는 “장기기증 등록자 중 대다수가 크리스천”이라며 “지난 해 등록자 중 기독교가 전체 등록자 13만 7천여 명 중 9만 5천여 명인 69.5%가 기독교인이었다”고 자료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박 본부장은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해 장기기증운동이 대중적인 관심사가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동안 장기기증운동의 정착을 위해 힘써 왔던 한국 교회의 노력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쉬움도 전했다.
장기기증을 기독교윤리적 관점에서 살펴본 이상원 총신대 신대원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몇 가지 쟁점들을 짚어내며 논의를 발전시켰다.
이 교수는 “미국은 보상이 있는 기증 방식이 제시되기도 했었다”며 “이 방식은 국가가 장기이식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장기제공자에게 일정한 장려금을 지급하고 피이식자에게는 장기를 무상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경우 제공자가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을 때가 많은데, 이 때 부모가 대신하여 기증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본인이 아닌 한 어느 누구도 본인의 의사를 정확하게 대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허용될 수 없다”며 입장을 명확히 했다.
특히 이 교수는 “보다 윤리적인 문제가 집중되는 경우는 죽음의 시기를 언제로 보느냐”라며 “처음으로 이에 대한 논쟁이 있었던 것도 장기이식과 관련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쉽게 말해서 뇌의 상태를 보고 육체적 죽음의 시점을 정하는 시도가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로 “이는 성경의 관점에서 볼 때 부당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 이상원 교수
즉, 성경은 영혼의 기원을 뇌를 포함한 인간 신체의 어느 부위에도 두지 않는다는 것. 뇌가 기능을 정지했더라도 호흡이 이루어지고 심장이 뛰어 몸 전체에 자양분과 산소가 공급되고 있다면 생명의 원리인 영혼이 육체 안에 머물러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에 따라 이 교수는 “당연히 사체장기적출은 인간이 죽은 다음에 남겨진 신체로부터 해야 한다”며 모든 장기기증은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기기증은 곤경을 만난 이웃을 위한 사랑의 실천이지만 “일정한 조건들을 충족시킬 때에라야 정당한 관행”이라며 윤리적 쟁점들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에 대한 응답으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장기기증이 옛날에는 불가능했지만 의학의 발달로 가능하게 되었다"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최대한으로 이용해서 사랑을 실천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뿐만 아니라 죽어 가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니 멋지고 귀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샘명원 박상은 의료원장과 숭실대 김영한 교수가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본 장기기증’과 ‘신학적 관점에서 본 장기기증’에 대해서 각각 발표했다. ⓒ 뉴스파워
장기기증 1만 6천 70명 서약
사랑의교회, 1999년, 2006년과 2008년에 이어 올해까지 단일 교회론 최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1993년부터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함께 펼쳐온 장기기증서약운동에 통산 1만 6천 70명 성도가 동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서약운동을 시작한 첫해와 1999년, 2006년과 2008년에 이어 올해까지 다섯 번 만에 단일 교회뿐 아니라 어느 단체보다도 많은 참여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번 통계는 지난 3일 수요예배에서 800여 명, 7일 드린 다섯 번의 주일예배에서 5270명이 기증에 참여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동참자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은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와 관계가 있다.
특히 최근 CCC설립자 김준곤 목사와 김수환 추기경의 사후 각막기증과 권투경기 후 뇌사에 빠졌다가 장기를 기증하고 숨을 거둔 권투선수 최요삼과 같은 저명인사들이 보여준 사례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70% 이상이 화장을 하고 있는 장묘 문화의 변화도 큰 이유다. 과거 시신 훼손이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장기 기증을 하고 화장을 하는 죽음이 더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육체에 대해 보다 개방적 사고를 가진 한국 교회 성도들에게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장기기증운동에 대해 오정현 목사는 “교회가 생명 공동체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웃의 고통에 늘 함께 하는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그들의 손을 필사적으로 붙잡는 전투적 너그러움이 우리 속에 넘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의장기증운동본부장 박진탁 목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나눔의 삶에서 행복을 찾아야 마땅한 것이다. 솔선수범해 고귀한 사랑나눔에 동참한 사랑의교회 성도들이야말로 한국 교회의 희망”이라며 성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장기기증은 크게 ‘뇌사 시 장기기증’, ‘사후 각막기증’, ‘생존 시 기증’ 세 종류로 건강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뇌의 모든 기증이 정지된 뇌사 상태에서의 장기기증은 심장, 간, 췌장 등의 장기를 9명에게 기증할 수 있다. 사후 각막기증은 반드시 사후에 6시간 이내에 적출해야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 이외 생존시에는 신장, 간, 골수, 헌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인창 (사진-범꼬리)
* (막12:33) 또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또 이웃을 제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전체로 드리는 모든 번제물과 기타 제물보다 나으니이다
* (롬13:10)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치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
* (눅10:27) 대답하여 가로되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였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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