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필사한 신앙인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은 대한해협과 도버해협만 횡단한 게 아니다. 그는 성경의 바다에서도 유유히 헤엄쳤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성경필사를 마친 신앙인이다.
성경통독 1회도 어려운 마당에 성경필사(성경 옮겨 쓰는 일)를 마친다는 것은 보통 결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상고하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행위다.
따라서 성경필사는 단순한 필기가 아닌, 신앙행위의 증거라 할 수 있다.
대형 국어사전과 같은 두툼한 성경필사본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의 신앙과 삶의 고뇌가 녹아있었다.
조오련이 성경필사를 처음 시작한 때는 1997년 9월4일이다. 그는 대학노트처럼 생긴 살롬 필사성경 노트를 이용했다. 맨 앞면엔 많이 깨우쳐 주세요라고 썼다. 아마도 삶의 근원적 문제에 부딪히자 하나님의 말씀을 한자 한자 옮겨 쓰면서 말씀을 영의 양식으로 삼았으리라. 첫 번째 성경필사는 레위기 18장21절에서 그쳤다.
그가 다시 성경필사에 도전한 것은 같은 해 11월18일이다. 성경필사는 모두 4권의 책으로 구성돼 있는데 1권 맨 첫 장엔 급하면 돌아가라고 썼다. 무엇인가 그를 조급하게 했나 보다. 어머니의 신앙처럼 빨리 장성하기를 바랐던 그의 소망인지도 모르겠다.
볼펜찌꺼기가 하나도 없는, 여고생의 글씨처럼 깔끔하면서도 간결한 글맵시는 말씀을 대하는 그의 정성이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다.
오자는 수정액을 사용해 지웠는데 1664페이지 내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1권은 98년 4월13일에 마쳤는데 마지막 장에 갈 길이 멀다고 써놓았다.
2005년 성웅 성모씨와 18시간에 걸쳐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횡단할 때도 이런 마음이 들었으리라.
여호수아부터 써 내려간 2권 맨 앞엔 초지일관(初志一貫)을 썼다. 처음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가자는 그의 글 속엔 비장함이 느껴졌다. 시편은 99년 3월18일에 마쳤는데 부천 다녀온 날이라고 기록해 놨다. 그는 경기도 부천에 스포츠센터를 개소하고, 2001년 부천대 겸임교수를 지낸 바 있다.
2001년 3월9일 스가랴 까지 잘 써내려 갔던 그는 5월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아내는 그에게 평생의 친구이자 매니저이자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크게 방황을 한 것 같았다. 성경필사는 중단됐고 아내의 죽음 이후 1년이 지난 4월23일에서야 다시 시작됐다.
깔끔하던 글씨에 흔들림마저 보였다. 그는 다시 필사를 시작하며 열리든 안 열리든 두드리자라고 써 놨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삶과 죽음의 해답을 찾아 간절하게 구했을 것이다.
이후 사복음서를 거치며 다시 원래의 필체로 돌아간다.
그리고 2003년 11월18일 마침내 6년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그는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요 시작과 끝이요(계 22:13)라는 성경구절과 함께 6년 간 마음과 건강과 시간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아멘이라고 적어놓았다. 필사를 마친 2003년은 그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이 된 해다.
조오련과 30년 지기로 금고 안에 고이 간직돼 있던 필사본을 발견한 곽경호(57) 호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는 그는 권사였던 신앙의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함께 신앙생활을 했다고 회고하곤 했다면서 내년에 예정된 2차 대한해협 횡단도 하나님께서 분명 나에게 능력을 주실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신앙의 뿌리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곽 대표이사는 전화를 걸면 성경 어디까지 썼다며 자랑스러워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하나님을 경외했던 마음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분명 천국에서 편히 쉬고 있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조오련은 성경필사의 결론을 책 맨 뒤에 큼지막한 글씨로 이렇게 남겼다.
■베풀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 (신11:18-20) 이러므로 너희는 나의 이 말을 너희 마음과 뜻에 두고 또 그것으로 너희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고 너희 미간에 붙여 표를 삼으며 또 그것을 너희의 자녀에게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하고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문에 기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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