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끊을래, 회사 관둘래?
포스코 정준양 회장, 1만6000여 全직원 금연 추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끊을 때까지
건강에 좋고, 16.000명이 내뿜는 담배연기만 줄여도 저 탄소 운동에 기여,
포스코가 '흡연율 제로(0%) 기업'에 도전한다. 신임 정준양 회장이 취임한 뒤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과제다.
정 회장은 "올 연말까지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금연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는 "담배를 계속 피우는 사람은 나와 함께 가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1만6000여명 전 직원이 모두 담배를 끊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연 시한은 올 연말이며, 혈액 검사를 통해 금연 유무를 최종 판정하기 때문에 회사 밖에서 담배를 피울 때에도 발각된다.
채찍과 함께 당근도 제공한다. 금연을 시도하는 직원에게 금연침 시술을 지원하고, 금단효과를 줄일 수 있는 니코틴 패치 등 금연보조제도 지급하고 있다. 금연교실도 운영할 예정이다.
■ 정준양 포스코 신임 회장
직원을 대상으로 금연운동을 벌인 기업은 적지 않으나 포스코 처럼 '독하게' 한 예는 없었다. 국내 최초 '금연 기업' 선언을 하고 세계 최초 전 항공 노선에서 금연을 실시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근무지와 근무시간 외의 흡연은 '직원의 사적인 영역'이라 판단해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스코 정 회장은 "정 불만이면 나를 상대로 소송하라"고 단언하며 '완벽한 금연'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 회장이 이처럼 강하게 '금연 기업'을 추진하는 것은 그의 경영 철학에서 나왔다. 제철사업은 지금까지 가장 대표적인 에너지 과소비,탄소 대량 배출 업종이었는데, 앞으로 제철사업의 윤리는 저탄소,녹색성장을 어떻게 실천하느냐는 문제와 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포스코 직원은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행위인 흡연과 단절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다.
정 회장은 임원 중 골초로 소문난 두 부사장부터 금연을 권했다.
일반 직원들도 금연에 성공한 사람에게 돈을 몰아주는 '금연펀드'를 조성하는 등 금연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흡연 직원은 "개인 기호문제까지 회사가 너무 간섭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조중식 기자
■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끊을 때까지.
포스코, 담배와 전쟁 성과 금연펀드,금연 서약식
공개된 장소엔 재떨이 '0' 협력사(社)까지 급속히 퍼져
지난 9일 낮 12시25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 포스코(POSCO) 본사 2층 출입문 앞. 건물 내 직원식당에서 30m가량 떨어진 이곳은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점심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몰려와 출입문 좌,우측에 마련된 둥근 쓰레기통에 담뱃재를 털며 연기를 내뿜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재떨이로 쓰였던 쓰레기통도 없었고, 여기서 담배를 꺼내 무는 직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포스코 행정섭외그룹 이상근 대리는 "직원들이 바깥에서 흡연할 수 없도록 쓰레기통을 치워버리고 대신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를 마련했다"며 "금연에 대한 회사 의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사내 공개된 장소에서의 흡연이 완전히 사라진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7일 부임과 함께 '전 직원 금연'을 선언한 정준양 포스코 신임회장의 의지가 포항제철소를 비롯한 주위 업체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과거 금연캠페인이 직원 개개인의 자율의지에 맡겨져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해졌다면, "혈액검사를 해서라도 금연여부를 가려내겠다"는 이번 정 회장의 '호령'은 조직 내부에서 즉각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포항제철소 내에서 철선을 생산하는 선재부는 지난 7일 직원 300여명이 참여한 금연서약식을 가졌다. 지난달부터 서서히 만들어왔던 금연분위기를 이날 행사로 공식화한 것이다.
직원들은 금연서약서를 작성한 뒤, 스티로폼으로 만든 모형담배를 자르고 담배 유해물질이 적힌 풍선을 터뜨리는 퍼포먼스도 함께 펼쳤다.
20년 넘게 담배를 피우다 지난달 초부터 끊은 이영민 조업지원팀장은 "부서 내에서 상사들이 금연 중인 부하 직원에게 스트레스 주는 말을 자제하고 회식자리에서도 술을 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造船)용 철판을 생산하는 2후판공장 직원들도 같은 날 사내 전산망에 마련된 동아리 게시판에 '단 한방에 금연하자'는 문구를 올리고 금연을 다짐하는 활동에 들어갔다.
2후판공장은 앞으로 금연에 100일간 성공한 직원들에게 축하 케이크를, 6개월 이상 달성한 직원들에게 꽃다발 등을 선물할 계획이다. 제품출하과는 최근 흡연 직원 6명으로부터 10만원씩을 받아 금연펀드를 조성했다. 3개월 후 금연에 성공한 직원들에겐 똑같은 금액을 되돌려주고 남은 돈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포항제철소는 팀장급 이상 250여명의 간부들로부터 금연서약서를 받았다.
같은 달 중순 정 회장이 사(社)운영회의에서 "간부들부터 금연에 솔선수범하라"는 지시를 내린 직후였다.
이달 들어서는 포스코 출자회사인 포스콘과, 삼정P&A 외부파트너사인 롤앤롤 등도 금연열풍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사적 금연 분위기에 눌려 일단 금연 선언은 했지만 곧바로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회사가 개인 기호까지 너무 간섭한다"는 내부 불평도 있다.
50대의 한 간부직원은 "35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피워왔던 담배를 단번에 끊으려니 입이 근질근질하다"며 "담배 생각에 양치질을 하루에 7번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금연도우미로 활동 중인 선강정비부 소결정비과 박승희 대리는 "금연을 선언한 이들 중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면 담배가 생각나 힘들어하거나 평소 멍~하게 앉아 있는 직원들이 몇몇 눈에 띈다"며 "이들을 위해 평소 직접 찾아다니며 껌과 사탕 등을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담배를 피우고 안 피우고는 개인의 자유인데 너무 강제적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며 "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 시 피검사를 통해 흡연 여부를 파악한다니 회사 구석진 곳이나 집에서 피울 수도 없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 내에서 금연운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환경보건그룹은 금연 압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금연침 시술, 금연패치,은단 등 보조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오는 7월부터 중증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금연교실도 열 계획이다. 또 금연 성공수기 공모전도 갖고, 요청이 들어오는 부서에 한해 별도의 금연교육도 해줄 계획이다.
환경보건그룹 보건지원팀 김용래 팀장은 "직원들 건강을 생각한 회사측의 금연의지가 강한 만큼 모두 참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현재 31% 정도인 직원 흡연율이 올 연말이면 0%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최수호 기자 suho@chosun.com (사진-큰개불알꽃)
*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창2:7) - 사람의 육체나 영혼을 창조하신 분은 하나님이 십니다. 그러므로 피조물인 사람이 거룩하신 하나님이 창조하신 육체를 상하게 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입니다.(이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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