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죽고싶어 시작
가수 김장훈 기부하는 이유
-겨울에도 양말은 안 신나요?
네. 양말회사에서 CF 제의가 올 때까지 안 신을 겁니다. 하하. 멘트까지 다 생각해놨는데 막상 제의가 없네요. 면허는 없지만 자동차 CF도 생각해 둔 게 있어요. '저 김장훈, 이 차 욕심나서 면허 땄습니다' 이런 멘트 어때요? 필이 딱 오죠?
-본인을 위해 투자를 많이 하나요?
그럼요. 사람들이 제가 기부를 하니까 지나치게 검소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옷과 먹거리에는 돈 안 아껴요. 특히 옷은 비싼 명품도 많아요. 저, 의외로 럭셔리한 남잡니다. 하하.
요즘 그의 관심은 온통 태안 봉사에 쏠려있다. 태안에 5억 원을 쾌척한 김장훈은 올 여름 서해안 주민들의 주름살을 펴주기 위해 태안 페스티벌을 계획중이며, 노력봉사에 뜻있는 팬들을 모아 22일부터 릴레이로 태안을 찾는다. 김장훈은 태안 봉사를 캠페인 성격으로 하는 이유에 대해 "기부에도 장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래에만 장르가 있는 게 아닙니다. 기부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태안 처럼 저 혼자 힘으로 안 되는 일은 적극적으로 알려야 돼요. 반면 알려선 안 되는 기부도 있지요. 숭례문 복원에는 기부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거니까요. 다른 것과 틀린 건 구별하실 줄 알죠?
-가족한테나 잘 해라' '나중에 정치할 거냐' 같은 악플도 있던데 속상하지 않나요?
저도 사람인데 맥락에서 동떨어진 댓글을 보면 기분 상하죠. 그래서 되도록 제 관련 기사는 거의 안 봐요. 누나들한테도 절대 댓글은 읽지 말라고 말하죠. 초등학교 봄방학이 시작되면 댓글이 확 늘어난대요. 하하.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 볼 때 어떤 분야부터 보나요?
IT경제과학 정치 순서로 보고 연예는 가장 나중에 봐요. 대부분의 기사가 어둡고 부정적인데 반해 IT쪽 기사는 보면 힘이 나요. 죽 쑤던 반도체 D램 가격이 서서히 바닥을 치고, 조선업은 중국을 따돌리고 몇 년치 일감을 우리가 따냈잖아요.
모토로라를 제치고 우리나라 휴대폰이 월드폰으로 각광받고, 세계 최고의 제련시설을 갖춘 아연 회사도 있죠.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은 과학자들의 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20년 안에 세계 경제 4강에 반드시 진입할 겁니다."
-화를 낼 때는 언제인가요?
가수 이소라씨가 저 볼 때마다 제발 화내는 타이밍 좀 맞추라고 해요. 큰 일은 잘도 넘어가면서 사소한 일에는 왜 화를 버럭 내냐며 황당하대요. 2002년 콘서트 도중 와이어 추락사고 났을 때도 공연 기획사에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었지만 그냥 패싸움 하다가 다친 셈치겠다며 넘어갔어요. 그때 손해본 돈도 제가 다 부담했고요.
반면 제가 누군가에게 과일 선물을 택배로 보냈는데 생큐 문자가 안 오면 전화해서 막 따지죠. 사람이 왜 그렇게 고마워할 줄 모르냐면서요. 본분을 지키지 못할 때, 배은망덕한 걸 못 참는 성격이에요"
-숭례문 전소되는 걸보고 마음이 어떠셨어요?
답답했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문화재청과 소방당국도 한심했고요. 이럴 때 희망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미니 홈피에 서울의 랜드마크로 한강에 수상 공연장을 짓자고 제안했죠?
네. 작년 여름 문화관광부에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브리핑한 적도 있어요. 에펠탑이나 오페라하우스 같은 랜드마크는 국민통합 기능도 있는 거잖아요. 당시 인터넷 뒤져서 국보, 보물을 다 찾아봤는데 장영실의 해시계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냈어요.
모던하면서도 세련미가 있고, 홍수가 닥쳐도 반구형이라 뒤집히게 설계하면 되겠다 싶어서 무릎을 쳤죠. 제가 아는 카이스트 박사님께도 말씀드렸더니 굿 아이디어라고 했는데 막상 서울시와 문광부에선 회신이 없네요."
-기부 얘기를 해보죠.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됐나요?
여태 살면서 죽을 고비를 예닐곱 번 넘겼어요. 공황장애 때문에 자살시도를 두 번 했고, 초등학교 때 트럭에 부딪치는 대형 교통사고도 났었죠. 이런저런 교통사고가 11번이나 났으니까요.
2000년 공황증이 도져 병원에 실려간 뒤 극단적 허무주의에 빠져 세상을 비관했어요. 은퇴도 고민했죠. 그런데 그때 어머니의 한마디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게 됐어요. 네 삶은 하느님이 주신 보너스라는 말이었죠. 그 말이 제 심장을 요동치게 했어요."
-어머니가 목사님이시죠.
네. 경기도 원당에서 목회(牧會)일 하세요. 1998년 '나와 같다면'이 35만장이 팔리며 대박이 났고, 유니버설 음반사에서 계약금 9억 원을 받았는데 어머니가 '돈 벌면 기부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할래 전화가 온 거예요 그때 9억 원으로 청소년 교회와 가출버스를 만들면서 기부가 시작된 거죠.
사실 첫 삽은 98년에 간 부천의 한 보육원이었어요. 원래 1회성 방문이었는데 자꾸 그곳 아이들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이번 설날에 아이들 세뱃돈만 1500만원을 썼어요."
김장훈은 기부할 때 좀 아까운 생각 안 드냐"는 물음에 이 기자분 너무 웃겨라며 박장대소했다. 뭐 그런 질문이 다 있냐는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기자는 사실 그 점이 가장 궁금했다. 그리고 그 많은 돈이 다 어디에서 나는지 출처도 궁금했다.
저도 제가 이렇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인지 몰랐어요. 콘서트도 많이 하지만 돈은 주로 행사를 통해 법니다. 3월부터는 수원에 있는 나이트클럽에도 나갈 것 같아요. 보통 그런 행사 한번 뛰면 1000~2000만원 정도 벌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 돈 입금되면 '이번엔 어디에 보내줄까'부터 생각하게 돼요. 제가 좋아하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데 돈까지 버니 저야 너무 고맙죠.
-노후 대책 준비는 안 하세요?
죽기 직전 후회되는 일만 가득하다고 상상해 보세요. 너무 비극이잖아요. 짧은 인생,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한데 뭘 더 망설입니까. 사는 건 지나고 나면 모두 순간입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어요. 사실 저는 죽는 순간이 두렵고 무서워요.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살고 기부도 하는 거예요. 속된 말로 나 자신한테 쪽팔리지 않으려고요"
-대통령 취임식 행사 초청은 선뜻 응했나요?
네. 가수로서 그런 국가적인 행사에 가는 일, 너무 재밌을 것 같잖아요. 지춘희 선생님 옷을 좋아하는데 그분께 옷을 부탁했어요. 단정하면서도 파격적인 드레스 코드를 선보일 겁니다. 기대하세요.
-정치에 줄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 색안경 낀 시선과 안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참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에요. 제가 떳떳한데 뭐가 두렵겠어요? 예전엔 그런 삐딱한 시선이 불편하고 신경 쓰였는데 요즘엔 제 자신이 놀랄 정도로 흔들리지 않아요. 참 신기해요.
-만약 정치권의 제의를 받는다면?
말도 안 돼요. 그런 발상이 너무 웃겨요. 민족과 국가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정치는 저와 체질이 안 맞아요. 만약 제가 대통령이 되면 강간범은 거세시킬 것이고, 어린이 성폭행범은 모조리 사형시킬 겁니다. 아이의 미래를 망친 범죄자들은 마땅히 응징 해야죠. 기술 유출 범, 환경 파괴 범도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막가파 논리를 가졌는데 제가 정치하면 큰일나겠죠?
* 재산이 더하면 먹는 자도 더하나니
그 소유주가 눈으로 보는 (것) 외에 무엇이 유익하랴(전5장11)
'특별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9 아저씨가 믿는 하나님, 나도 믿어도 될까요? (0) | 2008.03.24 |
---|---|
28 장로 15명 선출에 거물인사 45명 몰려 (0) | 2008.03.20 |
26 마빡이 목사 처럼 삽니다 (0) | 2008.02.25 |
25 자랑스러운 크리스천 (0) | 2008.02.21 |
24 없이 살지만 죽는 날까지 나눌 터 (0) | 2008.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