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士와 고아들의 우정'
6․25 참전 드레이크氏, 조각가 세바스티앙氏와 임진각에 조각상
"지금껏 살면서 항상 약자를 위해 애쓴 건 6․25로부터 배운 것"
1952년 8월, 경기도 의정부 북쪽 미 육군 326중대 천막. 뉴저지주(州) 시골에서 자란 22세 조지 드레이크(Drake) 일병이 신경을 곤두세운 채 헤드셋을 쓰고 중공군 무전을 감청하고 있었다.
아군은 이 천막에서 20㎞ 떨어진 곳에서 중공군과 교전하고 있었다. 유엔군 전투기가 북쪽으로 날아갔다. 중공군의 포성이 땅을 울렸다. 길에서 시신을 보는 것은 놀랄 일도, 드문 일도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논에서는 벼가 익었다.
교대 시간이면 드레이크 일병은 막사에 눕는 대신 동료들과 길 건너 고아원에 갔다. 어린이 30여명이 우르르 뛰어나와 반가워했다.
"갑작스레 부모를 잃고 기댈 데 없어진 아이들이었어요. 우리들은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참혹한 전쟁을 잠깐씩 잊고, 아이들은 우리와 놀면서 잃어버린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웠어요."
고아들을 무동 태우던 22세 일등병이 80세 노병이 되어 그때 그 아이들을 기억하는 조각을 세우려고 한국에 왔다.
31일 서울 잠실에서 만난 드레이크 박사는 "전쟁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죽거나 고아가 됐는데, 누구도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려는 것 같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오는 4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는 조각상 '비둘기(Las Palomas)'가 세워진다. 혹독한 고난을 겪은 전쟁고아들,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애쓴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조각가 세바스티앙(63)씨가 제작했다.
드레이크 박사와 나란히 방한한 세바스티앙씨는 "절친한 사이인 드레이크 박사로부터 6․25 당시 고아들과 병사들이 우정을 나눴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품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드레이크 박사가 한국 정부에 이런 뜻을 전해 평화누리공원에 조각상이 들어서게 됐다.
드레이크 박사는 전쟁고아들을 돌보던 일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회고했다. 그러나 12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 모든 기억을 마음속 '서랍'에 넣고 지냈다. 전후 반세기 가까이 그는 '한국'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6․25는 올바른 전쟁이었어요. 그렇지만 올바른 전쟁도 참혹합니다. '한국'과 관련된 거라면 무조건 싫었어요."
그는 1953년 12월 전역한 뒤 외교관으로 남미에서 근무하다가 워싱턴주(州) 웨스턴워싱턴대학 교수(사회학)로 정년퇴임했다. 잊고 살던 한국과 다시 맞닥뜨린 것은 1998년이었다. 그는 부인 메리 앤(80)과 공무(公務)로 일본에 갔던 길에 한국을 여행했다.
그는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바퀴를 내리기 전부터 격하게 울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몰라보게 발전한 대한민국이 그를 맞았다. 지하철에서 옆 자리에 앉은 한국 남성이 "혹시 참전용사냐"고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국인 승객들이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박수쳤다.
이후 네 차례 더 방한했다. 오래 묵은 고통이 사그라지면서, 그는 전쟁고아들을 도운 미군의 활동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6․25 때 미군은 고아원 400여개를 세우고 고아 5만4000명을 돌봤다. 한 달 봉급 50~100달러를 받는 병사들이 십시일반으로 3년간 200만달러를 모금했다. 다른 유엔군도 부대마다 전쟁고아들을 수십~수백 명씩 거뒀다.
드레이크 박사는 "연약한 어린이들이 혹독하게 고통받는 것을 목격하면서 '상처받은 사람에 대한 동정'이 솟아올랐다"며 "외교관으로, 교수로, 사회운동가로 살아오면서 늘 약자를 지키고자 했는데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을 6․25가 가르쳐 준 것"이라고 했다.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조인원 기자
입력 : 2010.09.01 03:14 / 수정 : 2010.09.01 07:48
* (롬 12:15)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
#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마음껏 웃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고 몸에도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현장에는 언제나 예수님이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기쁨 받기를 사모하고 원하면 주님은 은혜로 채워주십니다. 우리 주변에 우는 사람과 웃는 사람을 주님의 마음으로 돌보는 것은 성도의 기본입니다.-이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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