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야기

229 전과자 남편, 전신마비 아내

행복을 나눕니다 2011. 7. 19. 06:20

 



전과자 남편, 전신마비 아내 
장성우-임춘희 부부의 사랑 법. 다리 되고 희망되어…


집 앞에서 약속 시간이 40분이나 지나도록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혹시 인터뷰를 거부하는 걸까. 감추고 싶었던 과거를 드러 내는 게 쉽진 않겠지.’ 불안했다. 겨우 연결됐다.

“아이고 죄송해요. 제가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하고 목욕탕에서 아내를 씻기느라 전화가 오는 줄 몰랐어요.”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에 놀라 아내를 씻기고 마무리도 못한 채 황급히 문을 열어 주었다.

6일 저녁 경기도 안산에서 만난 장성우(52·안산동산교회)씨와 아내 임춘희(48·〃)씨. 아내는 발가락이 제각각 뒤틀리고, 양손도 제멋대로 휘어진 전신마비 장애인이다.

아내의 머리를 빗겨 주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준 뒤 발톱까지 깎아 주는 장씨. 잠시 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장씨가 기자와 마주했다.

불행한 과거 이야기를 써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제 10년 이상 지났고 나를 응원하는 가족도 있고, 하나님 안에 죄 없는 자가 없다고 생각하면 감출 것이 없어요.” 장씨가 흔쾌히 말했다.

배고팠던 어린 시절

장씨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때 행복한 기억이 전혀 없다.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쯤 보육원에 갔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은 충북 청주. 두 살 위 형과 아래로 젖먹이 여동생이 있었다. 직업군인이던 아버지는 발을 심하게 다쳐 중사로 예편했다. 아버지는 발을 절단해 악화를 막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결국 그로 인해 돌아가셨다.

삼남매의 운명은 어머니가 가출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다섯 살이던 장씨는 그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젖먹이 동생을 업고 집을 나가는 어머니를 울며 쫓아가자 어머니가 솜사탕 두 개를 쥐어주었다.

“하나는 너 먹고 하나는 얼른 형 갖다 줘.”

형을 찾으러 나갔다간 어머니를 놓쳐 버릴 것 같아 방에 솜사탕을 내던지고 대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미 어머니는 사라진 뒤였다. 그는 목 놓아 “엄마, 어딨어”라고 외치며 헤맸다.

“다리를 절던 아버지는 솜사탕 장사를 했지만 먹고살기가 쉽지 않았나 봐요. 저희 형제를 전북 익산의 이모집에 맡기셨어요. 이모도 가난하긴 마찬가지였지요.”

형제는 다시 전주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보육원에서의 기억은 춥고 배고픈 것밖에 없다. 아침저녁으로 꽁보리밥에 단무지, 점심 강냉이죽. 장씨의 소원은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은 더 커져갔다.

어느 날, 어머니가 이모네 집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도 어머니는 따뜻한 말 한마디 없이 100원짜리 종이돈 한 장을 건넸다. 그것이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의 전부였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으로 198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 임종을 지키지 않았다.

“지금 어머니 산소를 돌보는 건 저예요. 어머니가 수술 후유증으로 고통 속에 ‘하나님 아버지’를 찾을 때 ‘하나님은 어머니 같은 사람이 찾는 게 아니다. 핏덩이들을 버리고 도망간 사람한테는 자격이 없다’고 소리쳤어요. 그때 저는 절대 어머니가 믿는 하나님을 믿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기독교 보육원에서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미국의 후원자가 보내준 돈과 장난감을 사진만 찍어 미국으로 보내고 정작 자신은 구경도 못했다. 또 설교시간에 떠들면 두들겨맞아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컸다.

초등학교를 마친 장씨는 취직한 형을 찾으려고 보육원을 나왔다. 형을 못 찾고 서울행 기차에 무임승차했다. 서울역에서 구두닦이를 했다. 유달리 자신에게 잘 해주던 형을 따랐다. 얼떨결에 형을 돕다 첫 번째 범죄를 저지른다. 형을 따라갔다 쌀을 훔친 공범이 되어 두 달간 소년교도소에 들어갔다.

교도소에서 만난 예수

소년교도소에서 출소하자마자 거기서 주워들은 수법으로 소매치기를 했다.

“한두 번 소매치기를 하다 보니 저절로 손이 가는 걸 막을 수 없었어요. 손을 씻기 위해 농약도 먹어보고 자살 시도도 했어요.”

건설 막노동으로 일당 6000∼7000원을 받던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돈을 훔쳤다. 200만원이 넘는 거금이었다. 자책하며 목숨을 끊으려 했다. 다행히 형에게 발견돼 목숨은 건졌지만 오른손 마비로 장애 5급 판정을 받으며 완전히 손을 씻게 됐다. 징역 6년에 보호감호 10년. 그 긴 세월을 언제 살고 나오느냐는 막막함에 자포자기 상태로 교도소에서도 거칠게 생활했다.

“교도관을 구타해 특별사에 수감됐어요. 거기서 대도 조세형씨를 만났어요. 조씨가 설교집을 건네며 ‘예수 믿으라’고 해 기독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성경을 갖다 달라고 해 새벽 4시부터 밤 12시까지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아까워하며 성경을 100번도 더 읽었다. 91년 예수를 영접했다. 성경 전체를 큐티했다. 감전으로 손발을 잃은 정근자 권사 간증집을 보고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서원 기도했다.

하나의 사랑을 만나다

96년 1월 만기 출소해 형과 함께 건축일을 했다. 여러 선교회에서 자원봉사도 했다. 장애인쉼터에서 도움을 요청해와 1주일간 일하다 결국 1년간 자원봉사했다.
쉼터 담당 목사는 장씨를 후임자로 삼고 싶어했다.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임씨는 류머티즘으로 인한 전신마비 장애인이었다. 처음에는 원생과 봉사자의 관계였다. 우연히 임씨의 일기를 보게 된 장씨는 그녀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모기가 내 목덜미에 앉아 피를 빨아먹고 있지만, 쫓을 힘이 없다. 아프고 따가운 것을 참고 있어야만 하는 내 처지가 슬프기는 하지만, 아직 내가 다른 생물에게 뭔가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그녀와 성경공부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참 신앙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임씨가 두 번의 결혼 상담도 해왔다. “나 같은 사람도 결혼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반드시 자매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니 기도를 멈추지 마세요.” 이때부터 장씨는 예배 보러 가면 임씨 옆에 앉았다. 매일 저녁 휠체어를 밀고 1시간씩 산책을 나갔다. 모기가 극성을 부리던 97년 8월 청혼했다.

“내가 자매한테 달려드는 모기를 평생 쫓아주고 싶은데 자매 생각은 어때?” 임씨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내가 자매를 평생 책임질 각오를 했는데 자매는 어떻게 생각해?” 장씨는 다시 한번 물었다. 임씨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언감생심, 그녀에게 장성우는 ‘존경’의 대상이었지 이성적인 사랑의 대상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확실하게 자리잡고 결혼하려고 통신 신학교 입학 원서를 넣고 임씨에게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금세 소문이 나 거센 반대에 부닥쳤다. 쉼터 목사도 반대하며 임씨를 고향으로 쫓아보냈다.

“헤어지고 난 열흘 동안 견딜 수 없는 그리움에 사무쳤어요. 장애인이고 아니고를 떠나 ‘임춘희’라는 여자가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러웠어요. 처음에는 동정이었지만 헤어지고 난 뒤엔 남녀 간의 순수한 사랑 그 이상의 감정이었어요.”

편지를 썼다. ‘너 없이는 도저히 못살 것 같다. 우리 결혼하자.’ 우여곡절 끝에 98년 3월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시대 진정한 사랑

결혼 후 장씨는 뻥튀기 장사, 채소 장사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방을 얻을 돈이 없어 노숙을 하거나 트럭에서 생활했다. 그런 중에도 아내가 임신했다. 기형아 검사를 한 의사는 100% 다운증후군 아기를 출산할 것이라고 유산을 권했다. 장씨도 아내 돌보는 것도 힘든데 아이까지 그렇다면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지우자고 하니 아내가 ‘내가 혼자 키울테니 신경쓰지 마라’고 못을 박았다.

큰아들에 이어 둘째딸까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다. 현재 중 1, 초등 6년인 아이들은 이들 부부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녀, 예수의 마음을 갖고 살 수 있는 자녀가 되게 해 달라고 늘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있어요.”

온갖 수발을 다 들어주는 남편 덕에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는 임씨. 아내와 자녀들이 자신을 믿고 존경해 줘 죄의 굴레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장씨. 서로가 서로에게 절대적인 존재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부부. 행복한 가족이었다.

* (잠17:9) 허물을 덮어 주는 자는 사랑을 구하는 자요 그것을 거듭 말하는 자는 친한 벗을 이간하는 자니라

* (행17:30) 알지 못하던 시대에는 하나님이 허물치 아니하셨거니와 이제는 어디든지 사람을 다 명하사 회개하라 하셨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