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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얼굴 없는 천사 집배원

행복을 나눕니다 2011. 3. 17. 06:27

 



'얼굴 없는 천사 집배원'
공주 우체국 집배원 노보섭씨…8년 동안 매년 20만원 母校후배 도와
 "'얼굴 없는 천사 집배원' 아저씨를 꼭 좀 찾아 주세요."

 

지난해 3월 우정 사업본부 홈페이지에 한 초등학생이 글을 올렸다. "얼마 전 학교에서 뜻하지 않게 장학금이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우리 학교 선배인 집배원이 준 것이라고 들었는데, 내년에 제가 졸업하는 모습을 꼭 봐줬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충남 공주시 우성면 귀산초등학교 6학년 노선주(13)양의 사연이었다.

주인공을 찾아 나선 우정사업본부 등을 통해 선주양의 이런 바람을 알게 된 공주 우체국 집배원 노보섭(47)씨는 지난 1년 간 고민했다고 한다. 2004년부터 8년째 익명으로 매년 20만원씩의 장학금을 보낸 일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창피할 정도로 적은 액수라 아이들 앞에 나서기가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주양이 보고 싶었다.

노씨는 결국 지난 17일 귀산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선주양과 만났다. 분홍색 꽃다발을 든 그는 "네가 선주구나? 만나서 정말 반갑고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서투른 인사를 건넸다.
선주양은 말없이 전날 밤 천사 집배원에게 쓴 편지를 건넸다. 하얀색 편지지에 삐뚤빼뚤 쓴 글씨는 "아저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했어요. 저였다면 그 돈을 다른 사람을 위해 못 쓰고 제가 다 쓸 것 같거든요. 아저씨 덕분에 '아, 나도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사는 멋진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어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편지를 읽는 노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노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 청계천에서 신발 도매상 종업원으로 일하다 1990년부터 공주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다. 매일 아침 길을 나서 7시간 넘게 공주 탄천면을 돌면서 편지를 전하는 일이다. 노씨는 "형편이 어려워진 친구가 초등학생 딸의 우유 값과 급식비를 못 낸다는 소식을 듣고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부터 '32회 졸업생'이라는 이름으로 귀산초등학교에 매년 20만원을 전달해 소년·소녀 가장이나 부모 없이 할머니와 사는 형편이 어려운 6학년 학생 1명의 급식비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선주양도 3세 때부터 할머니와 살고 있다.

선주양의 할머니 김태산(65)씨는 "얼굴 없이 우리 선주를 도와준 분을 항상 잊지 않았다"며 "우리에겐 큰돈인 장학금 20만원은 선주가 중학교에 들어가 필요한 곳에 쓰도록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씨는 선주양의 졸업식이 끝난 뒤 올해 도와줄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학교에 전달하고 우체국으로 돌아갔다. 그가 낸 20만원은 가족들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아 1년간 용돈을 아껴 모은 아름다운 돈이다. 이송원 기자 lssw@chosun.com
입력 : 2011.02.19 03:02 / 수정 : 2011.02.19 03:47

* (마10:42) 또 누구든지 예수의 제자 이름으로 이 어린아이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 (막8:6) 예수께서 무리를 명하사 땅에 앉게 하시고 떡 일곱 개를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어 그 앞에 놓게 하시니 제자들이 무리 앞에 놓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