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나무의사 1호
강전유 원장, 34년간 100만 그루 치료, 고사위기 정이품송도 살려
올초 폭설로 '예약환자' 많아… 오래되고 비싼 나무일 경우 외과수술 1건에 1000만 원… 나무를 아끼는 마음은 식목일뿐 아니라 항상 가져야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영양제도 쭉쭉 자십시오(드십시오)."
고목(古木) 앞에서 하얀색 의사 가운을 입은 노(老) 의사는 겸손했다.
식목일(5일)을 앞둔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의 430년 된 느티나무 앞에 국내 나무의사 1호인 강전유(姜銓愉·74) 나무종합병원 원장이 '진찰'에 나섰다.
먼저 작은 망치를 들고 나무 둥치를 '통통' 쳤다. "수박도 잘 익었는지 알려면 손가락으로 통통 두들겨 소리를 들어봐야 알잖아. 나무도 속이 얼마나 건강한지 망치로 살짝 두들겨 보면 알 수 있어."
진찰이 끝나는가 싶더니 이내 사람이 맞는 링거주사와 꼭 같이 생긴 링거액 처방이 내려졌다. 나무의 1.5m 높이 정도 되는 곳에 5% 포도당과 질소·인산 등이 섞인 푸른빛의 영양제를 걸어놓고 그 아래에 드릴로 구멍을 뚫은 뒤 영양제가 들어갈 수 있도록 링거 관을 연결했다.
링거액이 조금씩 들어가는 모습을 보던 강 원장은 "내 나이 일흔이 넘었지만 이 나무 할아버지에 비해서는 아직 젊디젊다."며 "당연히 존댓말 쓰면서 깍듯이 모셔야지."라 했다.
◆"올해 폭설로 아픈 나무 많아…"
송파구 방이동에서 나무종합병원을 운영하는 강 원장은 1961년 서울대 농과대를 졸업하고 15년간 임업연구원 생활을 거친 뒤 1976년 국내 최초로 나무병원을 차렸다. 국내 나무 치료의 산증인이다. 요즘엔 유독 예약 대기 나무환자가 많아졌다고 한다. 올 초 쏟아진 폭설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물기가 많은 눈이 왕창 쏟아졌어. 이런 눈이 나뭇가지에 쌓이면 엄청나게 무거워져 나무들이 뚝뚝 부러지는 거야. 심지어 아름드리 소나무 몸통이 부러지기도 하지."
강 원장은 지난달 12일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600살 먹은 보호수 향나무를 치료했다. 폭설로 쌓인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이 향나무는 나뭇가지들이 잘려나가고 몸통이 비틀리는 '치명상'을 입었다. 강 원장은 "살릴 수 있다고 생각되는 나뭇가지는 쪼개진 가지 중간에 철심을 박아 붙이고, 껍질이 벗겨진 곳에는 코르크 재질로 된 인공수피(樹皮)를 이식해주는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나무를 살려야 사람도 산다"
나무병원은 '환자'가 찾아오지 못하니 의사가 왕진을 가야 한다.
강 원장은 "고봉(高峰)에 자리잡은 환자도 많이 계시니, 나무의사는 반(半) 산악인이 돼야 한다."며 "나무 환자들은 마취를 하지 않고 수술해도 '아프다'며 펄쩍 뛰지 않아 좋다."고 했다.
강 원장이 치료한 대표적 나무 환자는 속리산 국립공원의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이다. 700살 넘은 정이품송이 1979년부터 솔잎혹파리 같은 해충에 시달려 회생이 어려운 상태가 됐을 때 구원자로 투입됐다.
3년 동안 2억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들여 1000㏄ 170개 분량의 영양제를 주고, 인공나무껍질 수술 등을 하자 정이품송은 다시 푸름을 얻을 수 있었다.
1990년대 중반엔 솔잎혹파리로 죽어가던 북한 금강산 소나무 숲에 왕진 다녀오기도 했다. 1976년 개업 이후 지금까지 치료한 나무는 100만 그루가 넘는다.
나무 외과수술 한 건당 작은 소나무는 10여만 원, 오래되고 비싼 나무는 1000만 원을 받기도 한다.
한국수목보호연구회에 따르면 국내 나무의사는 강 원장을 포함해 8명에 불과하다.
"왜 30년간 나무에만 매달려 살아왔는지" 물었더니 "나무와 인간은 공존하기에 나무가 죽으면 결국 사람도 죽을 수밖에 없다. 식목일뿐 아니라 항상 나무를 아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 이재호 기자 superjh@chosun.com
* (창세기 1: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2) 그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3)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4) 그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
(11) 하나님이 이르시되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어
(12)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13)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셋째 날이니라
'이런일 저런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4 누가 뭐래도 이들이 자랑스러워 (0) | 2010.04.15 |
---|---|
143 기독교인의 태교 (0) | 2010.04.14 |
141 자살을 미화하지 말라 (0) | 2010.04.01 |
140 "땡큐! 한국언니… " (0) | 2010.03.30 |
139 그릇된 높임말 남발은 失禮 (0) | 2010.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