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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딸 잃은 슬픔 딛고, 조용한 기부

행복을 나눕니다 2009. 10. 21. 06:21



딸 잃은 슬픔 딛고, 조용한 기부
   2006년 피살된 용산 초등생 부모, 3년간 4000만 원
강력범 피해자 돕고 싶어, 10년간 年1000만 원 약속

 

   2006년 발생한 서울 용산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으로 외동딸을 잃은 부모가 자신들처럼 강력범죄로 피해를 본 가족들을 돕는 데 써 달라며 아름다운재단에 수천만 원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06년 2월 동네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에 들렀다가 인근 가게 주인에게 납치돼 살해당한 허미연 양(당시 11세)의 아버지 허모 씨(42)와 어머니 이모 씨(41)가 아름다운재단을 찾은 것은 사건 이듬해인 2007년 1월이었다. 허 씨 부부는 처음에는 자신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기부를 해야 하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만 했다.

 

   이들은 나중에야 재단 관계자에게 용산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 때 희생된 아이의 부모라며 아픈 사연을 밝히고 우리처럼 강력범죄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이 부부는 2007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1000만 원을 미연이의 수호천사기금으로 기부하기로 약속하고 2007년 3월 재단에서 기부 협약식을 했다. 올해까지 3000만 원을 기부하면 되지만 이들이 지금까지 재단에 기부한 돈은 약속한 액수보다 1000만 원 많은 4000만 원. 평범한 맞벌이 부부인 이들은 서로의 퇴근 시간을 맞춰 수시로 재단을 찾아 수표를 놓고 가는 등 하늘로 떠나보낸 딸을 키우는 심정으로 정성스럽게 기금을 키워왔다. 가정 형편이 특별히 넉넉해서 나온 여윳돈이 아니었다. 부부는 미연이가 생존해 있었다면 양육비로 들어갔을 돈을 모아 기금으로 내놓았다.

 

   재단을 통해 부부의 사연을 전해들은 다른 개인 기부자들의 정성까지 더해져 기금은 현재 총 4680만여 원으로 불어났다.

 

   이렇게 모은 기금은 재단이 한국 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에서 추천 받은 강력범죄 피해자 가족들을 돕는데 쓰이고 있다. 2007년과 2008년에 5가구씩 총 1900만 원이 지원됐고 올해에도 8가구에 200만 원씩 지원됐다. 재단 관계자는 수호천사기금을 지원 받은 가정 중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 정남규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가족과 퍽치기 범죄로 가장을 잃은 가족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조용히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 허 씨 부부는 다른 강력범죄 피해자 가족을 도우면서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부부는 기금을 받은 강력범죄 희생자 가족들에게 소중한 딸아이를 잃었습니다. 슬픔이 분노가 되지 않기 위해 작은 실천을 해봅니다. 저희 도움이 잠시나마 격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귀를 적은 카드를 전하기도 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사진-백매화">passion@donga.com(사진-백매화)

 

* (롬12:19)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 (눅6:35) 오직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대하며 아무 것도 바라지 말고 빌리라 그리하면 너희 상이 클 것이요 또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 되리니 그는 은혜를 모르는 자와 악한 자에게도 인자로우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