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듣고 싶은 말, 듣기 싫은 말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학부모총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아이 책상 위에 자기소개를 해놓은 게 있었는데, ‘엄마에게 자주 듣는 말’이라는 항목에 ‘엄마 피곤해, 빨리 치워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이와 주고받은 수많은 말 가운데서 그 말이 아이의 가슴에 새겨지길 원했던 게 아닌데….
이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는 같은 질문에 어떤 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한번씩 그때의 미안함이 떠오르면서 잘해야지 다짐을 하는데, 일상에 치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피곤과 짜증이 아이에게 나가기도 한다. 정말 횟수라도 줄이고 싶을 뿐이다.
학교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정에서 부모님과 주고받는 대화를 많이 듣게 된다. 아이가 어떤 말에 상처받는지, 어떤 말에 힘을 얻는지 하나하나 듣다 보면 같은 부모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더 새겨듣게 되기도 한다. 내 아이도 딱 그런 마음이겠지 싶다.
간혹 교실 아이들과 ‘듣기 싫은 말’ 목록을 가지고 빙고게임을 하는데, 애들이 참 재미있어 한다. 그 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이 어떤 말에 예민해지는지,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하게 되는 것 같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하며 위로와 지지를 얻기도 하고 ‘저런 것 때문에 힘들 수도 있구나’ 하며 나와 다른 사정을 알고 다른 관점도 수용하는 걸 보게 된다. 아래에 있는 말들은 빙고게임 후속 활동에서 나왔던 것들인데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 목록이다. 앞쪽에 있는 것일수록 다수의 아이들이 손꼽은 것들이다.
* 부모님에게 듣고 싶은 말
“오늘 많이 힘들었지?”, “수고했어!”, “잘했어!”, “열심히 하는구나”, “괜찮아”, “사랑해”, “푹 쉬어”, “그 정도면 충분해~”, “미안해”, “세상에서 우리 딸이 제일 예뻐~!”, “맛있는 거 먹자”, “용돈 줄게”, “놀아”, “네 마음대로 해”, “칭찬” 등.
* 부모님에게 듣기 싫은 말
“공부해, 공부는 언제 하니?”, “○○는 잘하는데, 너는 왜 그러니?”, “~안돼, 하지 마, 그만해”, “넌 안돼, 넌 못해”, “이것밖에 못하니?”, “살찐 것 좀 봐라~”, “방 좀 치워”, “그럴 거면 왜 태어났니?”, “커서 뭐가 될래?”, “지금 어디야?”, “욕” 등.
아이들은 주로 부모의 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 자신이 소중한 사람인지, 괜찮은 사람인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데 부모가 무심코 내뱉는 말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없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을 때 부모가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다른 애들도 다 하는 건데, 더 사정이 안 좋은 애들도 있어”라고 말해버리면 아이는 왠지 억울해지고 힘이 빠지게 된다. 아이들은 객관적인 평가나 사실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애썼다, 고생했다”는 인정과 지지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힘을 내고 싶은 것이다.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 “괜찮다, 다시 해도 돼”라는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어 한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시도하고 노력한 부분을 인정받는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받아들여짐을 느낀다. 이렇게 자신의 강점·장점을 확인하고, 자신의 약점·단점 또한 그것대로 인정할 수 있을 때 자기 자신을 온전하게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자존감이 높고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춘기 아이들과 잘 통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아이들과 어른은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사랑을 준다고 줘도 아이는 사랑으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부모는 충분히 줬다고 생각해도 아이는 늘 부족하다고 여길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아이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응해주어야 한다. 잘 모르겠다면 아이에게 물어보면 된다. 잘 물어볼 수 있으려면 평소에 부모로서 내 말을 아이에게 주입하기보다 아이가 하지 않은 말에 대해 귀 기울이는 자세, 즉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 먼저다. 그것을 단서로 부모의 생각이나 느낌을 아이에게 표현하고 그에 대해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오늘 나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나? 아이에게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음을, 네가 도움을 필요로 하면 언제든 힘을 보태줄 것임을, 가까이에서 함께하고 있음을 전해주고 있는지 점검해봤으면 좋겠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 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한겨레신문 김봉규 기자 bog9@hani.co.kr
등록 :2015-05-04 20:23수정 :2015-05-04 22:00
* (욥 1:21-22)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 왔 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 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 지니이다 하고 이 모든 일에 욥이 범죄 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지 아니하니라.
# 욥이라는 사람은 하나님께서도 자랑하실 만큼 의인이요 믿음의 사람이며 부자요 다복한 가정을 이룬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사단의 시기 때문에 사단으로부터 시험을 당합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허락한 범위 안에서 잠시 동안 시험을 받지만, 그 때부터 욥은 자녀도 재산도 건강도 다 잃어버리고 심지어 아내로부터도 하나님을 원망하고 죽으라는 막말을 듣습니다. 그 때 욥이 신앙으로 고백한 말이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라는 말을 하면서, 하나님을 원망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이긴 다음에 욥은 과거보다 더 많은 재산과 자녀를 받습니다. 성도들은 누구나 신앙 향상을 위한 시험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원망이나 불평하지 말고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기도하며 신앙을 연마해야 합니다. 욥의 신앙을 배워야 합니다.-이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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