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복음위해불편하고 가난해야
전주 안디옥교회 이동휘 원로목사, 목적이 분명하면 기쁘게 극복
4000명 교인이지만 목사자가용 없고, 교회 헌금 90%는 선교비로 쓰고
교회 건물 지금도 콘센트, 건축보다 선교가 우선
열정적으로(화려하게) 목회하고 초라하게 은퇴하라”
전주 안디옥교회 원로 이동휘(79)목사는 평생 선교에 헌신한 목회자다. 45년 목회 기간동안 예수님의 지상명령인 사도행전 1장 8절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성령을 받은 순간, 모든 크리스천들은 ‘선교사 자격증’을 받았다면서 우리 모두 선교에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년 출석 성도 4000여명의 대교회를 담임했지만 그는 평생 자가용 없이 살았다.
교회 건축을 해야 할 수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전주 안디옥교회는 개척 초기의 콘센트로 만들어진 소위 ‘깡통 교회’를 유지했다. 7년 전 은퇴한 이후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최영순(77) 사모와 살고 있는 이 목사를 최근 만났다. 그는 한국교회가 ‘좀 더 자발적으로 불편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사님이 1983년 개척한 전주안디옥교회는 여러 모로 한국교회에 선한영향력을 던져줬습니다. 콘센트 건물도 그렇고, 목회 기간 내내 전체 예산의 70%를 선교비로 지출하고 10% 미만만 교회 운영비로 충당한 것은 한국교회 현실상 놀라운 일이었는데요.
“개척당시 전주에 군산비행장 격납고를 뜯어서 지어놓은 콘센트 건물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군인막사처럼 칙칙했고, 여름에는 덥다 못해 뜨겁기까지 했습니다. 그야말로 ‘깡통교회’였던 것이지요. 처음부터 지금까지이 예배당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없이 불편했지만 모두가 불편함을 기쁘게 감수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최고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선교입니다. 교회가 최고 목표를 큰 건물이 아니라 선교로 뒀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10%의 운영비로 어떻게 교회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지만 이 역시 선교를 위해서 다른 모든 것들을 절약하니 가능했습니다.”
-한국교회의 문제 가운데 하나가 ‘고비용 저효율’인데 목사님은 그야말로 ‘저비용 고효율 목회와 선교’를 펼치셨군요.
“사실 제 목표는 예산의 90%를 선교로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20%는 처음 콘센트 예배당을 살 때에 진 빚을 갚고 교육관 등 부속 시설을 짓기 위한 비용으로 충당됐습니다. 그것만 없다면 교회 예산의 90%를 드리는 선교가 가능했습니다. 모든 것을 절약했습니다. 새 신자들에게 선물은 물론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상품도 전혀 주지 않았습니다. 운영을 위해 예산의 10%밖에 쓰지 않았지만 상당한 정도의 교회 성장을 이뤘습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제가 깨달은 것은 돈과 교회 부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안디옥교회는 개척초기부터 선교사를 파송했습니다. 지금 교회가 모체가 되어 탄생시킨 바울선교회에서는 200여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데요. 교회는 신년에 특별한 예산을 세우지 않고 결산만 한다고 들었습니다.
“안디옥교회 개척 이전에 19년간 시골목회를 했습니다. 당시 주위에 어려운 교회가 있어서 도우려고 할 때에 장로님들이 ‘예산에 없는데요’라고 말했습니다. 예산이란 것이 얼마나 주의 일을 막는지를 깨달았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때 달러당 850원 하던 환율이 2000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때도 변함없이 선교비를 제대로 보냈습니다. 예산을 세웠더라면 도저히 보낼 수 없었을 겁니다. 우리는 믿음 목회, 믿음 선교를 했습니다. 하나님 나라 일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기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왜 선교해야 합니까.
“교회의 존재 목적이 선교입니다. 부활 이후에 주님이 명령하신 것이 선교입니다. 개척 첫 주일 주보에 사도행전 1장8절을 썼습니다. 괄호 안에 부가 설명을 했습니다. ‘성령이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전주와 전라북도)과 온 유다(대한민국), 사마리아(북한과 특수지역)와 땅끝(아시아와 세계)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고요. 지금도 안디옥교회 주보에는 이 구절이 적혀 있습니다. 이 명령은 순서적인 것이 아닙니다.
동시적 명령입니다. 4군데 선교를 동시에 실천했습니다. 저는 어디를 가나 모든 교인들에게 ‘나는 선교사다’를 외치게 합니다. 예수님을 믿어 성령을 받는 순간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4군데에 복음을 전하기 위한 ‘선교사 자격증’을 받은 것입니다. 결코 회피할 수 없습니다.”
-요즘 한국교회를 진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상태에 있습니까.
“한국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원색적 복음에서 떠났기 때문입니다. ‘복음 하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부족합니다. 기도도 약해졌습니다. 큰 기도원은 지금 세미나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가난한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교회가 부자가 되어도 선교하지 않으면 타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물결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타인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가난해져야 합니다. 사막의 영성이 필요합니다. 지금 한국교회에는 이런 것들이 사라져버렸어요.”
-목회자들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목회자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가난한 마음을 갖고, 불편하게 살아야 합니다. 목사를 ‘고급 거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교인 가운데 부유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선물합니다. 벤츠를 타는 교인은 목사님을 위하는 마음에 벤츠를 선물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목회자는 가난한 마음으로 그것을 거절해야 합니다. 성도들의 중간정도로 살아야 합니다. 고구마 팔아 헌금하는 가난한 과부 성도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목사는 복음을 위해, 예수님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절제가 필요합니다.”
-평생 자가용을 타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내추럴 1, 2번(두 다리)으로 다녔습니다. 전주에서 사실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너무 편합니다. 차가 있으면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까지 합니다.”
-한국교회가 돌아가야 할 근본, 믿음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거룩함과 온전함을 요구하셨습니다. 우리의 표준은 주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서울 어느 교회의 예수 잘 믿는 권사님이 표준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예수님을 태운 나귀가 우쭐대고 촐랑거린다면 얼마나 보기 싫겠습니까. 목회자와 성도들은 겸손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태운 나귀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모든 영광은 예수님께 돌려야 합니다. 예수님께 영광이 되지 않는 것은 일체 하지 않아야 합니다. 교회는 늘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공동체 내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목회자들이 어떻게 사치를 할 수 있겠습니까.”
-목사님은 평소 “화려하게 목회를 하고, 초라하게 은퇴하라”고 하셨는데요.
“목사들은 현역 목회를 할 때에는 죽을힘을 다해서 목회해야 합니다. 어정쩡한 목회가 아닌 화려한 목회를 생명을 걸고 해야 합니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마칠 때에는 초라하게 은퇴해야 합니다. 우리 목자장 되시는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도 죽어야지요. 개인적으로 돌아보니 목회할 때에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한 일도 많았습니다. 설교할 때에 나도 모르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모두 회개하고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화려하게 살면 회개가 나오지 않아요. 회개하려면 고독해야 합니다. 주님과 대면하며 죄를 자복하고, 회개하다 돌아가야 합니다. 목회자들은 회개할 것이 더 많습니다. 은퇴했어도 고독하지 않은 분들이 많습니다. 화려한 은퇴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 애씁니다. 그러다보면 회개할 시간이 없어집니다.
은퇴 이후에 새삼 느끼는 것은 고독이 은총이며 불편함이 축복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나를 끊임없이 예수님을 생각하게 하고 회개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사역자에게 은퇴란 없습니다. 은퇴는 직제상 은퇴이지, 사명에서 은퇴는 없습니다. 저도 은퇴 이후에 여기저기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작은 교회도 다니고요. 그러나 직제적으로는 다들 아낌없이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목회자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준비해 둔 묘비명이 있습니까?
“지금 전북대 병원 해부학과에서 내 시체 들어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이미 안구와 시신 기증서약을 했습니다. 묘가 있을 수 없으니 묘비명도 없겠지요. 저는 기억되면 안 되지요. 저 같은 사람 기억되면 쓰겠어요? 예수님만 기억되어야지요…”
◇이동휘 목사=1935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한신대와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고 전북 임실 등지에서 목회하다 1983년 선교지향적 교회인 전주안디옥교회를 개척했다. 선교단체인 바울선교회를 만들어 현재까지 대표로 있으며 ‘깡통교회 이야기’ ‘불편하게 삽시다 선교하며 삽시다’ 등의 저서가 있다.
2013-03-01 11:28:25 read : 249
* (딤후1:8) 그러므로 네가 우리 주의 증거와 또는 주를 위하여 갇힌 자 된 나를 부끄러워 말고 오직 하나님의 능력을 좇아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 (딤후2:9) 복음을 인하여 내가 죄인과 같이 매이는 데까지 고난을 받았으나 하나님의 말씀은 매이지 아니하니라
# 사람마다 받은 은사가 다르고 달란트도 다릅니다. 다만 맡겨진 환경과 일을 예수님께 집중하며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나머지 열매를 맺고 거두는 일은 하나님께서 하실 일입니다. 예수님을 생각하시면 사람의 시선이나 말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이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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