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암 환자입니다”
간증집 펴낸 '아시안 암 환우회' 회장 손경미 사모
지난 2003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4년여에 걸쳐 여섯 번의 수술을 받은 손경미 사모(아시안 암 환우회 회장)는 지금도 머릿속에 콩알만 한 뇌종양과 함께 살고 있는 ‘암 환자’다. 끊이지 않는 암과의 힘겨운 사투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끈을 놓지 않은 그는 지난 2008년 아시안 암 환우회를 조직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환우들을 돕고 있다.
최근 환우회 활동을 비롯한 자신의 간증을 담은 책 <With You: 당신에게 힘이될게요>(생명의말씀사)를 펴내고 한국을 방문한 손경미 사모.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암 환자’라고 소개하는 그를 직접 만났다.
유방암 진단 후 여섯 번의 수술…지금도 뇌종양 앓고 있어
▲손경미 사모
두 아들의 연주 발표회가 있던 2003년 봄 어느 날, 손경미 사모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차를 몰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는 폐차할 정도로 망가졌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근육통 때문에 한동안 병원에 다니며 정기검진을 받아야 했다. 근데 거의 다 나아가나 싶었을 무렵, 오른쪽 가슴 위쪽에 딱딱한 멍울이 잡혔다. 유방암이었다.
이후 그는 2008년까지 여섯 번에 달하는 항암 치료를 받았다. 공포심과 두려움에 그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 ‘너무 힘들어 자제력을 잃지 않게 해 달라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부끄럽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암과의 사투는 상상을 초월했다.
“연거푸 구토를 해서 기진맥진했고, 온몸은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했고, 머리는 무거웠어요. 음식 냄새가 역겨워 코를 막고 억지로 삼켜야 했죠. 나중엔 입 속이 헐고 혓바닥이 갈라져 먹을 수도 없었어요. 세상 가운데 혼자 내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마지막 치료를 받고 나오는데 담당 간호사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제일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질문을 받은 순간 전기에 감전되는 것처럼 찌릿했다. 그때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끝이 아니었다. 암 재발을 막기 위해 난소 적출 수술을 받았고,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콩알만 한 종양이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극심한 두통과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종양이 뇌의 정 가운데 눈동자 뒤에 있어서 수술도 어렵다.
“처음엔 원망과 충격과 실망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그런데 주님이 ‘무엇이 그렇게 두렵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내가 작아지는 순간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알게 됐죠. 그래서 모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남은 삶을 암 환자들을 위해 바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더 많은 환우들 돕기 위해 ‘아시안 암 환우회’ 조직
손경미 사모는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자신과 같은 암 환자들에게 응원과 용기를 담은 편지를 써 왔다. 편지의 처음 시작은 자궁암 진단을 받은 한 싱글맘을 위해서였다. 손 사모는 “매일 눈물을 흘리며 힘들다고 호소하는 그를 위해 용기를 주고 싶어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치료 과정을 잘 이겨내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며 웃었다.
이 일을 계기로 좀 더 많은 환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의 필요성을 절감한 손 사모는 지인들의 도움에 힘입어 2008년 ‘한미 암 환우회’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결성했다.이후 2010년 ‘아시안 암 환우회’로 이름을 바꾸고 연방정부 비영리단체로 정식 등록도 했다.
현재 아시안 암 환우회는 시카고 본부에 환자와 자원봉사자 등 250여 명의 회원이 있으며, 워싱턴DC와 시애틀, 캐나다 밴쿠버 등에도 지부를 두고 있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손 사모는 정기적인 회비도 없고 후원 단체나 기업이 없어 재정적으로는 넉넉지 않지만, 여러 재능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많은 환우들이 힘과 위로를 얻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의료 세미나와 음악 콘서트를 꾸준히 열고 있어요. 모든 행사 준비와 진행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잃은 환우들을 위해 할머니들께서 뜨개질로 털모자도 만들어 주세요. 이곳에서 환우들은 서로 치료 경험을 나누면서 위로를 받고, 때론 회복된 사람들을 보며 자신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답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매일 아침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손경미 사모.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연락처를 알게 됐는지는 중요치 않다. 암과의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 환우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손 사모는 환우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준다.
손 사모는 자신이 고난과 아픔을 경험하는 가운데 ‘은혜’라는 선물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산소 호흡기를 꽂고 숨을 쉴 때 제 스스로 숨 쉬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은혜인지 깨달았어요. 임파선 제거 수술 후에는 팔도 들어 올릴 수 없었지만, 지금은 손을 높이 들고 찬양을 부를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가 암 환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고 명랑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암 환우회 활동 외에도 미주복음방송(대표 박신욱)에서 일주일에한 번씩 ‘소망의 여정’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암 환우와 가족들을 상담하며 또다른 은혜를 경험하고 있다.
이번에 그가 펴낸 책 <With You: 당신에게힘이 될게요>에는 그의 암 투병기와 환우회 활동 외에도 중국인 남편과의 결혼, 미국에서의 이민생활, 목회자 사모로서 겪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또한 아파서 책을 읽기 힘든 독자들을 위해 책의 핵심 내용을 담은 간증 CD도 첨부했다.
“나는 암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 모습이 초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통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라고 당당히 부를 수 있는 특권이 있는 하나님의 자녀이며, 그분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데스크승인 2012.09.15 02:19:44 김민정 | atcenjin@newsmission.com
(사진-일출)
* (사41:10)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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