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250명 저축하게 만든 목사님
서울 가나안교회 김도진 목사, 깡패 생활·사업 실패로 빚더미, 과거 반성…
44세에 신학의 길… 노숙인 중 3명 저축상 받아
"20년 전엔 그들과 같은 신세… 밥 한 끼에 해결될 일 아니야" 올 10월 완공목표 농장 건립도
"할아버지 걱정 마라. 내가 할아버지 책임질게. 우리 이제 큰 농장으로 이사 간다 아이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가나안교회의 김도진(73) 목사는 21일 교회 앞에 나와 있는 이모(81)씨 손을 꼭 쥔 채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서울역 앞을 떠돌던 노숙자였다. 가난안교회에는 이씨 외에도 노숙인 250명이 거주하며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김 목사는 요즘 공사 준비로 바쁘다. 오는 10월 중순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파주 용미리 26446㎡(약 8000평) 땅에 250명의 노숙인이 근무할 수 있는 농장을 건립 중이다. 김 목사는 "내가 (가나안교회에) 데리고 있는 250명의 노숙인뿐 아니라 일하고 싶은 뜻이 있는 노숙인이면 누구나 올 수 있게 하겠다"며 "노숙인 문제는 단순히 밥 한 끼 주거나 돈 몇 푼 준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20년 전엔 나도 다리 밑에서 잠자던 노숙자였다"고 했다.
김씨는 1957년 중학교 졸업 후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고향 경남 함안에서 부산으로 도망쳤다. 김씨가 들어간 학교는 '복싱'으로 유명한 고등학교. 김씨는 이곳에서 공부 대신 싸움을 배웠다. 졸업 후 김씨는 그 일대에서 유명한 '깡패'가 됐다. 결혼하고 페인트 기술을 배워 착실하게 살아보려 했지만 번번이 옛날 버릇이 나왔다.
페인트칠해서 번 돈은 대부분 술값이나 합의금으로 썼다. 아내가 알뜰살뜰 모은 돈도 사업하겠다며 여러 번 날려 먹었다. 빚쟁이가 집으로 쫓아왔고, 보증금도 없이 월세 2만 5000원짜리 판잣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김씨는 노숙자 신세가 돼 전국을 떠돌다 빚쟁이를 피해 기도원으로 들어갔다.
가나안교회 김도진 목사가 교회에서 함께 사는 노숙인들에게 직접 밥을 퍼주고 있다. 가나안교회는 매일 8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 노숙인들에게 제공한다.
이 기도원에서 김씨 인생 2막이 열렸다. 이곳에서 김씨는 과거를 반성하고, 종교에 귀의하기로 결심했다. 아내를 설득해 44세의 나이에 신학교에 입학했다. 오전엔 막노동하고 오후엔 학교에 다녔다. 술도 끊었다. 신학대학을 졸업한 김씨는 1988년 11월 청량리에 교회를 세웠다.
교회를 세운 뒤 처음 한 일은 과거의 자신과 같은 노숙인을 데려오는 일. 매일 아침 거리에 나가 길거리의 노숙인들을 데려왔다. 데려온 노숙인에겐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술 안 마시기'와 '스스로 일하기'다. 일하지 않으면 자립할 수 없고, 일한다 해도 술을 마시면 대부분 술값으로 돈을 탕진하기 때문이다. 이 조건만 지키면 김씨가 앞장서 취업 자리도 알아보고 변호사를 찾아다니며 파산면책 상담도 받아줬다. 김씨는 "내가 저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저들 심정을 잘 안다"고 했다.
김씨는 노숙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번 돈을 저축하게 했다. 250명이나 되는 노숙인들이 교회 근처 은행에 꾸준히 저축하자, 은행장이 "우리 은행의 큰 고객"이라며 감사인사를 하기도 했다. 김씨 교회의 노숙인 중 저축상을 받은 사람도 3명이나 된다.
농장 건립은 김씨의 오랜 꿈이었다. 노숙인 대부분이 청소나 병원 시체 나르는 일 등 단순 노무직을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금전적 문제로 매번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 6월 한 독지가로부터 파주의 땅을 기증받은 뒤 구체적 실행에 들어가게 됐다.
땅이 생기자 일이 술술 풀렸다. 건축 전문가가 나서 무료로 설계해주겠다 했다. 이재희(43) 담소 대표는 친환경 농업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김씨와 250명의 식구는 친환경 농법으로 버섯과 콩나물 등을 재배할 계획이다.
남정미 기자 이메일njm@chosun.com 입력 : 2012.08.22 03:08
* (전2:24)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가운데서 심령으로 낙을 누리게 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나니 내가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는 것이로다
* (엡4:28) .... 빈궁한 자에게 구제할 것이 있기 위하여 제 손으로 수고하여 선한 일을 하라
# 선한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도 용기가 없거나 방법을 몰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천하고 또 많은 사람을 따르게 하는 힘은 오직 하나님께서 주신 특별한 은혜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이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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