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야기

251 바람의 딸, 이번엔 UN으로 간다

행복을 나눕니다 2011. 10. 27. 06:37

 

 



바람의 딸, 이번엔 UN으로 간다
한비야씨, 600만 달러 '긴급 기금' 다루는 유엔 자문위원으로


책을 내면 하느님께 기도한다.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치게 해 달라고
50대에도 분명 하느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 있다고 믿는다.

 

 

 

그녀가 말하는 '뜨거운 도전'
 "청춘들이여 이유 없는 아픔은 없다 _ 지금 오르막을 오르니까 종아리가 당기는 거다"

한비야(53)가 11월, 유엔(UN)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9년을 마감하고 '환승역'에 머문 지 2년 만이다.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CERF:Central Emergency Response Fund) 자문위원이 그가 할 일. 매년 600만달러에 달하는 유엔 긴급기금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쓰이는지 평가하고 보고하는 일이다.

유엔행이 결정되고 나서야 한비야를 만날 수 있었다. 월드비전을 그만둔 이후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온 그였다. 흥미로운 건, 2년의 공백 중에도 한비야는 여전히 20대가 닮고 싶은 여성의 상위순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유엔이라도 '자문위원'이란 직함이 '열혈' 한비야에겐 좀 한가한 자리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 자문, 어드바이저의 위상이 어떤 건지는 몰라도 나는 정말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사무총장 직속으로, 우리가 평가하고 보고한 서류들이 곧장 사무총장에게 전달된다. 뭣보다 각국 외교부 관료들이 차지하던 자리에 나 같은 NGO 현장 경험자를 뽑은 게 이례적이다. 관료적인 데다 뭘 해도 대륙별 안배가 제일 중요한 유엔이 변화하고 있다는 징후다. 나는 형식적인 자리, 일 안 하는 자리엔 안 간다."

▲ 한비야가 다시 길을 떠난다. 이번엔 유엔이다. 쉰세 살의 그녀는“신이 내게 준 선물 중에 아직 풀어보지 않은 것이 많다. 그래서 흥분된다”고 말했다. /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튀어봐야 지구


―끔찍한 일들을 많이 목격하지 않나.

"밥이 없어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던 아기들 모습은 지금도 선연하다. 쓰나미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구의 시체와 만났다. 하루아침에 8만명이 목숨을 잃은 파키스탄 대지진 현장에 다녀와서는 얼굴 왼쪽에 마비 현상이 와서 두 달간 병가를 냈다. 악몽도 꾼다. 무너진 건물 밑에 내가 들어가 있다. 밖에 사람 기척이 있어 소리를 지르는데 누가 내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구호 팀원들은 사후 반드시 심리 치료를 하게 돼 있지만, 돌아와 보고서 쓰고 모금 활동 해야 하니 한가하게 병원 갈 시간이 없다."

―자전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를 보니 대학 입시에 떨어져 6년 간 백수 생활한 대목이 인상적이더라. 한비야 인생에 실패는 없는 줄 알았다.

"20대 초반, 내게만 모든 문이 닫혀 있는 것 같은 시절이 있었다. 학원비·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 해서 네 개의 아르바이트를 했고,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자는 건 사치였다. 밤을 꼬박 새워 공부하고 일하러 나가면 쏟아지는 졸음을 쫓느라 눈 밑에 물파스를 수없이 발랐다."

―절망하는 20대가 많다.

"지금 오르막을 오르니까 침이 마르고 종아리가 당기는 것은 당연하다. 마침내 오르고 나면 시야가 탁 트인다. 인생의 어떤 순간도 쓸데없는 순간은 없다. 씁쓸함, 당혹감, 열등감들이 나중에 다 에너지가 된다. 나는 우리 젊은이들이 숫자로 매겨 지는 등수에 자신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상대 평가에 의한 선발 고사가 아니라 절대평가에 의한 자격 고사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곧 100만부를 돌파한다.

"구호현장에서의 경험은 하느님이 나만 좋으라고 그런 기회를 준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긴급구호 현장에 들어간 2001년부터 매해 엄청난 재난이 일어났고, 그곳에서 벌어진 감동의 드라마들을 타인과 나누고 싶었다. 책을 내고 나면 하느님께 기도한다. '잘 팔리게 해 달라'가 아니라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치게 해 달라'고."

―여자는 결혼하면 한 아궁이에 몰입해서 장작을 땔 수 없다.

"하하! 결혼도 못한 주제에 이런 일도 못하면 안 되니까 몰입하는 거다. 맞다. 남편이란 아궁이, 자식이란 아궁이가 없으니 세계일주도 하고 긴급구호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결혼을 포기한 건 아니다. 다정한 남자, 산에 가는 남자, 내가 할 줄 아는 언어 중에 하나만 할 줄 아는 남자면 된다. 나이 불문, 국적불문이다."


▲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시절, 아프리카 남동부 나라 말라위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한비야. 그는 구호 현장에서 만난 아이 중 4명을‘엄마’로서 후원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맏딸에게선 6개월에 한 번씩 편지가 와요. 새로 얻은 네팔의 막내아들은 정말 사랑스럽죠.”/ 푸른숲 제공

―벌써 쉰세 살이다.

"산을 올라갈 때 보이지 않던 꽃이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것처럼 50대에도 분명 하느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 있다고 믿는다. 내 인생의 정점은 죽는 순간이 될 거다. 묘비명에 '몽땅 쓰고 가다'로 적고 싶다. 신이 내게 준 재능과 체력과 에너지를 몽땅 쓰고 가고 싶다." (요약 정리-관리자 함)-(조선일보에 전문 있음-[Why] [김윤덕의 사람] 아름다운 역마살)
김윤덕 기획취재부 차장 sion@chosun.com 입력 : 2011.10.15 03:13 / 수정 : 2011.10.15 13:19

* (롬 8:1)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2)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28)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