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가방 기부 천사, 성경 품고 살다 가다
고아로 자라, 쪽방에서 아름답게 기부하며 살다 떠난 중국집 배달부 김우수 씨
충무교회 서현철 목사 집도로 입관, 기독교 예식으로
"내 삶이 부끄러워 찾아왔어요"… '사랑 배달' 배우러 온 평범한 이웃들
떠나던 날 하늘도 ‘눈물 배웅’李 대통령 페이스북 통해 애도, 배우 최불암씨 상주 역할
김우수씨 빈소 조문객 이어져
영정 사진 속 중국 집 배달부 김우수(54)씨는 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하지만 김씨의 빈소는 자주 눈물 바다로 변했다. 지난 9월 28일 서울 대림동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 5호실. 사람들은 영정 앞에 놓인 편지를 보고 울었다. 그가 5만원, 10만원씩 쪼개 희망을 줬던 아이들이 보낸 감사 편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180여명. 대부분 김씨가 숨진 뒤 언론 보도를 통해 그를 알게 된 평범한 사람이었다. 조문객들은 "김씨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고 내 삶이 부끄러워져서 왔다"고 했다. 김씨가 일했던 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국집 동보성 사장 이금단(여ㆍ45)씨는 빈소에 가득 찬 조문객을 보고 "우리 아저씨 출세했네. 이렇게 친구도 많이 오고…"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최용중(53)씨는 고인의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흐느꼈다. 그는 "나도 고아였다.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도 외롭지 않았으면 해서 왔다"면서 "나도 (김우수씨처럼) 내 앞으로 든 생명보험 4개의 수익자를 사회복지단체로 바꿀 결심"이라고 했다. 한 중년 남성은 조문 뒤 빈소 구석에 앉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오후 8시 20분쯤엔 김씨가 마지막까지 후원했던 김모(17)양이 울먹이며 빈소에 들어섰다.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던 김양은 "희망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라고 항상 격려해주셨던 아저씨를 가슴에 묻고 평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고인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그것이 더욱 커지고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진정한 나눔의 삶을 실천으로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직접 빈소를 찾았다. 김 여사는 "기부나 봉사는 돈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잘 살펴 드리자"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 나경원·남경필 최고위원, 이재오 의원 등 한나라당 인사들과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정치권에서도 발길이 이어졌다.
어린이재단 홈페이지에 마련된 조문 사이트에는 '천사 중국집 배달원 아저씨의 뜻을 이어 기부를 시작하겠다'는 네티즌들의 글이 꼬리를 물었다. 한화그룹은 한화손해보험을 통해 그의 장례 비용을 냈다. 발인은 29일 오후 1시. 너무 서둘러 세상을 떠난 짜장면 배달부 김씨는 벽제승화원에서 화장된다. 권대열 기자 dykwon@chosun.com
김은정 기자 icdi@chosun.com 입력 : 2011.09.29 03:03
* (찬송) 내 영혼이 은총 입어
1.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2. 주의 얼굴 뵙기 전에 멀리 뵈던 하늘나라, 내 맘속에 이뤄지니 날로 날로 가깝도다
3.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후렴> 할렐루야 찬양하세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은 물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 소용이 없고, 그 물질이 생명을 연장한다거나 사후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지도 않습니다. 주어진 물질은 세상에서 아름답게 사용하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요 행복한 삶입니다.
많은 물질을 가진 사람들 중에 죽음을 앞두고 고민하게 되고, 사후에는 후손들이 싸움하고 문제가 많은 것도 봅니다. 그러므로 물질은 자기가 쓸 만큼만 있으면 족합니다. 문제는 쓸 만큼도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이박준
# 철 가방 기부 천사’ 떠나던 날
“당신을 몰랐었지만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李 대통령 페이스북 통해 애도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 자장면 배달을 하며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소득을 쪼개 꾸준히 기부를 해오다 숨진 고 김우수(54)씨의 빈소에 많은 시민이 방문하는 등 추모의 물결이 계속되고 있다. 빈소를 찾은 시민들은 김씨의 선행에 감동하면서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눈물을 흘렸다.
29일 오전 10시40분 김씨의 빈소는 발인을 앞두고도 20여명의 사람이 몰려 고인을 추모했다. 장례를 주관하고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측은 어제오늘 350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밝혔다. 재단의 윤성근 후원회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려운 아이들을 지원했던 사실을 돌이켜보면 후원회장인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그래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최불암씨는 “고인이 어렸을 때 사랑을 못 받은 것이 한이 돼서 아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싶었던 큰 뜻을 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 외에서도 추모 물결은 이어졌다. 김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에는 김씨의 선행 등을 되새기고 그의 명복을 비는 멘션이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페이스북을 통해 이씨의 죽음을 애도했고 여야 정치권인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이씨의 죽음에 안타까운 심경을 인터넷을 통해 밝혔다.
김씨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중국집에서 배달부로 일하면서 70만원의 빠듯한 월급에도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후원해 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발인은 이날 오후 1시이며 장지는 벽제승화원이다. 문화일보 유민환기자 yoogiza@munhwa.com
* (찬송) 천국에서 만나보자
1. 천국에서 만나 보자 그 날 아침 거기서, 순례자여 예비하라 늦어지지 않도록
2. 너희 등불 밝혀 있나 기다린다 신랑이, 천국 문에 이를 때에 그가 반겨 맞으리
3. 기다리던 성도들과 그 문에서 만날 때, 참 즐거운 우리 모임 그 얼마나 기쁘랴
<후렴> 만나 보자 만나 보자 저기 뵈는 저 천국 문에서
만나 보자 만나 보자 그 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자
# 당신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29일 빗속 눈물의 영결식 “영부인부터 노숙인까지…
후원아동에 받은 편지. 평소지녔던 성경, 이명박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 유골함과 함께 안치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복지병원 지하 장례식장. 사진 속의 그는 늘 그렇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자신의 처지를 이기고 세상에 사랑을 뿌리고 간 사람. 바빠서, 월급이 적어서, 돌볼 가족이 많아서…. 갖은 이유로 이웃을 돕는 것을 남의 일로 여겼던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준 그는 모두의 마음에 사랑을 뿌리고 간 천사였다.
이날 오전 중국 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다섯 어린이를 도와 온 ‘철가방 천사’ 김우수 씨의 영결식은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치러졌다. 영결식은 김 씨가 평소 성경을 지니고 다니며 읽었다는 점 때문에 예배로 진행됐다.
영결식에 참석한 120여 명은 사진 속 김 씨를 보며 입을 꾹 다문 채 눈물만 흘렸다. 고진광 한국자원봉사협의회 대표가 추도사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가족 없이 외롭게 살았다는 당신의 빈소는 영부인부터 길 가던 노숙인 까지 세상 모든 사람이 모이는 자리가 됐습니다. 오늘 당신의 작은 발자국은 우리에겐 큰 발자국으로 남을 것입니다.”
평소 김 씨와 가족처럼 지냈던 중국 집 사장 이금단 씨(45)와 동료들도 자리를 지켰다. 먼발치에서 운구 행렬을 지켜보던 교사 이상민 씨(50)는 “경기도에 사는데 서울 출장길에 들렀다”며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부분들을 전달해 주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김 씨의 유골함은 예원추모관으로 옮겨졌으며 김 씨가 생전에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평소 읽던 성경, 그리고 후원 아동에게 받은 편지가 함께 안치됐다. 오전부터 비를 뿌리던 날씨는 어느새 활짝 개어 있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기사입력 2011-09-30 03:00:00 기사수정 2011-09-30 03:00:00
# 어린이재단 후원회장 배우 최불암씨 상주 역할
최불암씨 "행여 빈소가 쓸쓸할까 봐 걱정이 돼서 빨리 왔어요.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었어요."
배우 최불암씨의 깊은 주름은 28일 더 깊어 보였다. 2009년부터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최씨는 비통한 표정으로 4시간 넘게 김우수씨의 빈소를 지켰다. 최씨는 원래 재단 관계자들과 오후 2시 30분 빈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오후 1시 20분쯤 먼저 빈소에 왔다고 했다. 최씨는 팔에 '상주'를 표시하는 띠를 두르고 조문객을 맞았다. 떡과 음료수 등을 직접 나르며 조문객들을 대접하기도 했다.
최씨는 벌써 30년간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981년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금동이라는 아이를 양자로 삼아 키우는 역할을 맡으면서 실제로 어린이재단을 통해 어려운 아이들을 돕게 됐다고 한다. 김은정 기자 icdi@chosun.com
입력 : 2011.09.29 03:03 / 수정 : 2011.09.29 04:39
* (히9:27)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28) 이와 같이 그리스도도 많은 사람의 죄를 담당하시려고 단번에 드리신 바 되셨고 구원에 이르게 하기 위하여 죄와 상관없이 자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두 번째 나타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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