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한 접시
"저도 봤는데 할머니 아까 돈 내시는거."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주기 위해
집 근처 포장마차에 갔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사십대 중반쯤으로 보였습니다.
그때 한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빈 상자를 모아서 근근이 살아가시는 분인 듯,
옆에 세운 수레 안엔 폐지와 종이가 가득이었습니다.
"아저씨 국물 좀 주시요."
주인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따끈한 어묵 국물과
떡볶이 약간에 순대를 얹은 접시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점심이 진작 지났는데도
할머니는 요기를 아직 못하셨는지
금세 한 접시를 다 비우셨습니다.
할머니가 허름한 상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을 보던
주인아저씨가 말했습니다.
"할머니, 돈 아까 주셨어요."
"그런가? 아닌거 같은데...."
상황을 눈치챈 저도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저도 봤는데 할머니 아까 돈 내시는거."
할머니는 알쏭달쏭한 얼굴이었지만,
돈을 치뤘다는 증인이 두 명이나 나타나니
믿고 포장마차를 뜨셨습니다.
저와 주인아저씨는 마주보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 김경희 (새벽편지 가족) -
* (시16:2) 내가 여호와께 아뢰되 주는 나의 주시오니 주 밖에는 나의 복이 없다 하였나이다
* (마10:42)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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