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정말 자랑스럽다"
스코틀랜드 老兵. 영국 애버딘 한인회, 6·25 참전 용사 11명 초대해 '감사 파티'
처참한 전쟁 시절 영상 이어 발전한 한국 모습 보며 박수
교민 아이들 한복 차림 세배… 케이크·불고기로 기념 만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지난달 30일 오후 4시쯤(현지시각) 영국 스코틀랜드 북동쪽 애버딘(Aberdeen)시의 한 교회 강당에서 '아리랑' 가락이 울려 퍼졌다. 저마다 가슴에 무공훈장(武功勳章)을 단 푸른 눈의 노병(老兵) 11명이 입을 맞춰 아리랑을 불렀다.
이들은 6·25 전쟁 참전용사들이다. 스코틀랜드 애버딘 한인회는 전후(戰後) 처음으로 6·25 전쟁에 참전한 스코틀랜드 용사들을 위해 '쌩큐(Thank You)'라는 감사 행사를 준비했고, 초청한 노병 중 아직 건강한 11명이 참석했다. 한국 교민 39명과 피터 스티븐(Peter Stephen) 애버딘 시장을 비롯한 영국인 31명도 노병들의 공을 기리려 모였다.
6·25 전쟁 당시 얘기를 주고받던 참전용사들은 주영(駐英) 한국대사관이 전쟁 영상물을 상영하자 일순 침묵에 빠져들었다. 영상이 흐르는 6분 30초간 누구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폭격에 바스러진 건물 잔해와 거리 곳곳에 나뒹굴던 시체들…. 세월이 흐른다고 잊히겠습니까?" 스코틀랜드 참전용사 북동부지역 회장인 96세의 브라운(Brown)씨는 1950년 9월 처참했던 대구 시내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싸운 보람이 있어 나중엔 UN군과 함께 평양을 지났다"며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 북진하던 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전쟁 영상이 끝나자 한국의 발전상이 스크린에 펼쳐졌다. 치솟은 고층 빌딩과 쭉 뻗은 도로를 보며 참전용사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힘껏 손뼉을 쳤다. 18세 때 참전했던 드링크워터(Drinkwater·79)씨는 "전쟁과 가난을 꿋꿋하게 이겨낸 한국인들이 정말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잠시 뒤 색동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교민 자녀들이 앞으로 나와 참전용사들에게 세배했다. 인사를 마친 한국 아이들은 감사의 뜻을 담은 기념 메달을 참전 용사들의 목에 걸어 주고 꽃다발을 건넸다. 노병들은 아이들을 꼭 안았다.
"백령도에 전쟁고아들이 모여 사는 보육원이 있었지요." 해군 출신 참전용사인 커닝엄(Cunningham·79)씨는 "보육원 아이들을 군함으로 초대해 3일간 함께 놀아줬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전쟁 끝나고 나서도 가끔 꿈속에서 그 애들을 만났어요. 아마 지금쯤은 다들 60대 노인이 됐겠지요."
한국 교민들은 기념 케이크와 한국 음식을 준비해 만찬을 나눴다. 스코틀랜드 애버딘 한인회장 남정희(59)씨는 "스코틀랜드에 남아 있는 참전 용사 200여 명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 같은 노환을 앓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를 지켜 주신 분들께 작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불고기를 맛있게 먹던 참전 용사 코플랜드(Copland·77)씨는 "한국은 내게 정말 특별한 나라"라며 웃었다. 그는 "제 목숨과도 같은 전우와 따뜻한 한국인 친구들을 거기서 얻었다"며 "눈 덮인 한국의 하얀 땅, 죽기 전에 그 땅을 다시 밟아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안 준용 기자 jahny@chosun.com 입력 : 2011.02.08 03:01
* (시27:3) 군대가 나를 대적하여 진칠지라도 내 마음이 두렵지 아니하며 전쟁이 일어나나를 치려 할지라도 내가 오히려 안연하리로다
* (시24:8) 영광의 왕이 뉘시뇨 강하고 능한 여호와시요 전쟁에 능한 여호와시로다
하나님은 한국을 지키기 위하여 외국의 군인들까지 동원하셔서 도우셨습니다. 한국의 6.25남침 전쟁은 그만큼 치열했고 참혹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 드리고, 참전 군인들과 그 나라에도 하나님께서 복 주시기를 기원합니다.-이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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