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더 잘하지 못해 죄송
치매 아버지, 중풍 어머니 모신다고 노력은 했지만 아쉬움 뿐
삼성 효행상 수상, 가수 현숙씨, 상금 1500만원 전액 기부
삼성효행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수 현숙씨. 아버지를 치매로 잃은 뒤치매 바로 알리기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도훈 인턴기자]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부모님께 더 잘 못해드려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부모의 병 수발을 들고, 치매홍보대사로 활동한 공로로 제33회 삼성효행상 특별상을 받게 된
가수 현숙(본명 정현숙)의 일성은 부모님 살아생전에 더 잘 모시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이었다.
툭 하면 사라졌다가 파출소에서 모셔가라는 연락이 오던 아버지를 돌보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을 씻기려는 딸의 머리채를 잡기 일쑤였다. 병상에서 세상을 떠난 부모님의 머리맡은 6남매의 막내인 현숙 씨가 지켰다. 결혼해 사는 오빠,언니 대신 독신인 자신이 맡겠다고 나섰다.
■사람들은 제가 부모님을 돌봤다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오히려 부모님이 계셔서 제가 더욱 꿋꿋하게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내가 심하게 몸살이 났을 때, 또 외로웠을 때 특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에게 치매와 중풍에 걸린 부모는 무거운 짐이 아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아요.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나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줄 알았죠. 그런데 막상 혼자 남으니 몸도 아프고 의욕도 없어지더라고요. 부모님이 오히려 제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었던 거예요. 특히 어머니를 여읜 뒤엔 세상을 다 잃은 거 같았어요.
그래서 요즘엔 더욱 씩씩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래도 밝은 작품만 골라 부른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셔야 할 부모님이 제 걱정을 하시면 안 되잖아요.
28년에 걸친 부모 병시중은 어떤 의미였을까. 병시중은 사실 제가 맘이 편하기 위해 한 거였어요. 힘들다는 생각했으면 말라죽었을 거에요. 부모님이 제게 주신 거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죠. 무엇보다 저를 건강히 낳아 주셨잖아요. 부모님 덕에 이런 좋은 상도 타고요.
그는 30일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에서 있을 시상식에서 받을 상금 1500만원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31일 KBS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에 나가 치매 노인을 위한 이동목욕차량 마련 성금으로 내기로 한 것이다.
■치매 어르신들은 목욕시키려 하면 처음엔 완강히 거부해요. 하지만, 막상 따뜻한 물이 닿으면 아기처럼 순해지죠. 결국, 사람이란 늙어갈수록 아이가 되는가 봐요.
그에게 기부 활동은 어머니를 추모하는 한 방법이다. 어머니는 김장하는 날이면 항상 이웃집에 김치배달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맛있는 게 있으면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게 원칙이었지요. 제가 틈틈이 드렸던 용돈을 안 쓰고 모아뒀다가 입원하셨던 한양대 병원에 기부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는 어머니가 모아뒀던 3700만원에 자기 돈 5000만원을 보탠 8700만원을 어머니 임종 뒤 한양대 병원에 기부했다.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받는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이동식 목욕차량 1대를 마련할 수 있는 성금 4800만원을 내놨다.
오늘도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저도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 거에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 기부하려고요. 이번 삼성효행상도 많은 젊은이에게 부모님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도 애틋한 존재가 부모님이더군요. 후회는 아무리 일찍 해도 늦어요. 지금이라도 당장 부모님께 전화 드리세요. 전수진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현숙 ,효녀가수 타이틀 부담스러워
효녀 가수 타이틀은 부담스러워요. 아무리 효도를 해도 부족하고, 지나면 그립기 때문이죠.
신곡 물방울 넥타이를 발표한 가수 현숙이 라디오에 출연해 효녀 가수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지난 30년 동안 치매로 고생하시는 부모님(부친 1996년, 모친 2007년 별세)을 정성으로 간호한 현숙은 11일 저녁 경인방송 iTVFM 90.7MHz 송영길, 정은숙의 신나는 라디오(연출 안병진)에 출연해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숙은 부모님께는 효도를 하고 또 해도 부족하다. 지나고 보니까 아쉽고, 그립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심하게 아팠다. 엄마가 가시고 난 후 그렇게 아팠다며 집에 있으면서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썼다고 근황을 전했다.
진행자가 결혼할 남자가 가수를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두겠냐고 묻자 현숙은 그만둘 수 있다고 대답했다.
현숙은 지금은 어떠한 일도 극복할 수 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은 정말 하고싶은 것도 다해봤고, 이젠 안정을 찾아야겠다. 가수를 계속하라면 가수를 하겠지만 제가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숙은 지금까지 인연을 맺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제가 시간이 없었다. 열심히 살다 보니 그랬다며 무작정 만날 수는 없고, 같이 일하다가 보면 정도 들고 그럴 텐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에서 현숙은 후배들이 자신을 흉내 내는 것에 대해 춤추는 템버린을 부르면서 김학도, 김지선, 전영미씨가 훌라훌라훌라 그러면서 저를 모창하면 굉장히 재밌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후배들이 모창한 것을 오히려 제가 거꾸로 모창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리파 가수로도 소문난 현숙은 저를 키우주신 김상범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후 매니저를 두고 있지 않다며 저와 늘 함께 지내는 분들과 계속 같이 있고 싶다. 모두가 가족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연이라는 것은 참 소중하다며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데 날씨가 춥다, 빨리 들어오라고 전화를 해주는 이웃 주민들이 길목에 마중 나온 걸보고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경향닷컴 손봉석기자 paulsohn@khan.co.kr> (사진-죽단화(황매)
* 너 낳은 아비에게 청종하고 네 늙은 어미를 경히 여기지 말지니라(잠23:22)
*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잠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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