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의 딸' 25년 봉사
홀로 상경해 식당 연 주시문씨… 노인정에 쌀·연탄·국밥 보내
영등포시장 주시문(왼쪽)씨가 노인정을 찾아가 어르신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또 왔구나, 우리 딸. 진짜 딸보다 낫네."
얼마 전 서울 영등포동 영일노인정에서 '순대 파티'가 열렸다. 영등포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주시문(58)씨가 선사하는 월례 행사다. 주씨는 1990년부터 이 지역 노인정에 순대와 머리고기 등을 거저 보내왔다. 그 일주일 전에는 도가니탕 40인분을 가져갔다. 노인정 회장 남궁준(80)씨는 "일 년 열두 달 고기 맛을 보여주더니, 이젠 명절도 챙겨준다"며 "25년째 저러니 정말 내 딸 같다"고 했다.
주씨는 부산 여자다. 스물두 살이던 1979년,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무작정 상경했다.
"그땐 제가 어렸죠. 아버지 없는 게 창피했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영등포시장 추어탕 집에 취직해 식당 골방에서 잤다. 이듬해 일수로 100만원을 빌려 조그만 찻집을 열었다. 찻집은 백반 집으로, 이어 국밥집으로 조금씩 커갔다. 그렇게 영등포가 주씨의 '새 고향'이 됐다.
"다소나마 여유가 생기니 '이웃들'이 보이는 거예요. 무일푼이던 내가 여기서 살도록 도와준 분들께 은혜를 갚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1988년부터 노인정에 연탄·빵·우유를 보내고 2년 후부터는 국밥과 고기도 전했다. 몇 해 전부터는 명절이면 쌀도 1t씩 보낸다. 처음에는 '구(區)의원이라도 출마하려고 저러나' 의심했던 어른들도 이제 "주씨는 천국행 티켓은 끊어 놨다."고 말한다. 영등포상인연합회 이경만(63) 회장은 "주씨가 우리 친구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지연 기자 입력 : 2015.03.03 03:00 | 수정 : 2015.03.03. 08:21
* (고후 10:17-18)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 할지니라, 옳다 인정함을 받는 자는 자기를 칭찬하는 자가 아니요 오직 주께서 칭찬하시는 자니라.
# 자랑하고 싶고 칭찬 듣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사람으로부터 칭찬 듣고 추켜세움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고 장려할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온갖 수단을 사용하여 이루려고 하면 결과가 우습게 됩니다. 사람들로부터 칭찬 듣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예수님께서 칭찬해 주시고 예수님의 자랑 거리가 된다면 최고로 좋은 것입니다.-이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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