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중풍은 소리 없는 가정 파괴 범
쓰러지는 30, 40대 매일 야근에 술.담배 좀 하신다?
그렇다면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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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정모(43)는 5년 전 어느 날 출근하기 위해 옷을 입으려는데 입을 수가 없었다. 옷을 입으려니 계속 한쪽으로만 양팔을 집어넣게 됐다. 정씨는 이상하다 싶어 병원을 찾았다. 병원 진단은 치매였다. 정씨는 그 후 치매가 계속 악화됐다. 이제는 가족을 알아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 이름도 모르고 대소변도 가릴 수 없게 됐다.
나이가 들면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진 치매도 60~70대에만 걸리는 질병이 아니다. 30~40대도 치매에 걸린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10~20대도 걸린다.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30~40대 치매환자는 지난해 1242명에 달한다. 5년 전인 2003년 보다 20% 가량 늘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오는 치매도 원인은 60~70대에서 발생하는 치매와 같다. 치매는 하나의 병명이 아니다.
여러 가지 병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증상이다. 어떤 사람이 기침을 하면 감기.결핵.폐암에 걸렸을 수 있듯이 치매도 90여가지의 다양한 병에 의해 나타난다. 치매 중 가장 많은 것(60~80%)이 알츠하이머 치매이고 뇌졸중 등에 의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가 뒤를 잇는다.
30~40대에 오는 치매의 증상 역시 60~70대에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건망증에서부터 시작해 서서히 진행되는 노인성 치매와는 달리 30~40대 치매는 행동부터 장애가 오는 경향이 있다. 길을 찾지 못하거나 공간 개념이 떨어지기도 한다. 초기에는 환자 스스로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인지하기도 한다.
이은아 서울시립 서북병원 신경과장은 최근 30~40대 치매가 늘어나는 것은 환자가 갑자기 증가했다기보다는 드러나지 않았던 환자가 의학 기술의 발달로 진단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 정보통신업체에 다니는 회사원 김영기(36.경기 분당)씨는 지난해 초부터 일주일에 평균 2~3일씩 야근을 했다. 스트레스가 쌓이자 매일 담배를 세 갑씩 피웠다. 지난해 6월29일 금요일, 일이 밀린 김씨는 밤을 꼬박 새워 토요일 새벽 4시까지 회사에서 일을 했다. 김씨는 집으로 돌아가며 놀이공원에 가기로 한 가족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김씨는 집에서 세 시간 가량 새우잠을 잔 뒤 피곤한 몸으로 오전 10시에 가족과 놀이공원에 갔다.
놀이기구를 타던 중 갑자기 몸이 이상해졌다.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었고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왜 그러느냐며 울먹이는 아내의 말소리도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잠에 빠졌다.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병원에서 뇌졸중(중풍) 판정을 받았다. 일주일 간 입원했던 김씨는 지난해 7월말에야 출근할 수 있었다. 김씨는 뇌졸중은 상상도 못했다며 담배는 끊고 매일 걸어서(왕복 2시간) 출퇴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2 박찬영(47.서울 송파동)씨는 지난해 10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지러움을 느꼈다. 몸의 감각이 둔해지고 팔과 다리가 붕 뜬 느낌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친구와 골프를 치러 갔다. 두 번째 홀이 끝날 무렵, 캐디가 건넨 공을 두 번이나 떨어뜨리고 왼쪽 팔.다리를 옴짝달싹 못했다.
3년 전에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박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진단은 동맥경화로 인한 뇌졸중.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차츰 마비가 풀리기 시작했다. 박씨는 또래에 비해서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며 20여 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일요일도 없이 일하고 폭탄주를 즐겼던 게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50~60대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졸중이 30~40대로 확산하고 있다. 전체 뇌졸중 환자 중에는 50대 이상의 비중이 크지만 30~40대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젠 30~40대도 뇌졸중에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30~40대 뇌졸중 환자는 2003년 13만6608명에서 지난해 17만3693명으로 27% 증가했다. 전체 뇌졸중 환자에서 30~4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근접하고 있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신경외과) 교수는 예전엔 병원을 찾는 30~40대 뇌졸중 환자는 한 달에 1~2명에 불과했는데 최근에는 3~4명으로 늘어났다며 대부분 고혈압이나 흡연 같은 위험인자를 갖고 있으면서 업무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30~40대도 뇌졸증 위험=뇌졸중은 만성 성인병에 걸린 사람에게 주로 발병한다. 뇌졸중 위험인자는 고혈압 .흡연 .당뇨.비만.스트레스.고지혈증 등이다. 최근 30~40대에서 뇌졸중이 자주 발병하는 것도 식생활의 변화와 운동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성인병에 걸린 30~40대가 많기 때문이다.
뇌졸중으로 가장 많이 이어지는 병은 고혈압이다. 뇌졸중 환자 10명 가운데 6명은 고혈압이 있었다. 지난해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전국 17개 의과대학 29개 대형병원의 뇌졸중 환자 1만811명을 분석한 결과다. 환자 중에는 고혈압(58.3%), 흡연(37.9%), 당뇨(29.4%), 뇌졸중 병력(23.5%), 고콜레스테롤혈증 (19%), 심장질환(17.3%) 등을 앓는 이가 많았다.
고혈압은 뇌졸중의 주범이지만 30~40대는 자신의 고혈압 여부를 잘 모른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0~40대 고혈압 환자의 30.4%만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0대(63.2%)나 60대(71.2%), 70세 이상(67.9%)의 인지율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고혈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30~40대들 중에서도 21.7%만이 정기적으로 혈압약을 먹고 있었다.
방재승 경희대동서의학병원 중풍.뇌질환 센터 교수는 뇌졸중 발병 위험을 줄이려면 평생 먹는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망증=일시적인 기억 장애다.
시간이 지나도 기능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다. 건망증은 알았던 사실을 잊어버렸다가도 힌트를 주면 다시 생각해낼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치매와는 외견상 구분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가면 치매와는 확실히 구별된다. 치매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 장애를 동반한다.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는 뇌세포나 신경 조직의 손상 때문에 생긴다.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없고 기억했던 것이 저장되지 않고 금방 사라져 버린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많은 질환 가운데 하나다. 이 병을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한 독일인 의사 알츠하이머의 이름에서 병명을 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뚜렷한 뇌 위축으로 기억력 등이 감퇴한다. 반드시 노화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염색체 이상 등에 의해 젊은 나이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65세=노인의 범위는 법에 따라 다르다.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인 사람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법은 60세를, 고령자고용촉진법시행령은 55세를 고령자로 규정한다. 통계청 등에서 발표하는 고령자는 65세 이상 인구를 뜻한다. UN도 고령화사회를 분류할 때 65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중앙일보)
김창규.김은하.백일현.박수련.장주영.김진경 기자, 고종관 건강전문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편집=안충기.이진수 기자
* 너희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리하겠고
백발이 되기까지 내가 너희를 품을 것이라
내가 지었은즉 안을 것이요 품을 것이요 구하여 내리라(사46장4)
*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요 아비는 자식의 영화니라(잠17장6)
*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16장31)
가수 현숙은 효녀
대소변 못 가리는 아버지
다리 못 쓰는 어머니 혼자 많이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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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중풍가수 현숙 씨와 성우 겸 연극배우 성병숙씨에게는 효녀 연예인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정작 두 사람은 이 말을 끔찍히 싫어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부모님의 투병을 지켜본 것뿐인데 주변에서 치켜세우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7년간 치매를 앓은 아버지와 28년 간 뇌졸중(중풍)으로 고생한 어머니를 떠나보낸 현숙씨. 8년간 중풍으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3년째 치매증세를 보이는 어머니를 모시는 성병숙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현숙씨 어머니가 중풍과의 싸움을 시작한 때는 28년 전인 1980년이다. 연예인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딸 뒷바라지를 하던 어머니가 갑자기 다리 마비 증세를 보인 것이다. 그런 몸으로도 어머니는 새벽 4시에 돌아오는 딸을 위해 기어서 문을 열어줬다. 그때만 해도 견딜 만한 시기였다.
불행은 함께 온다고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91년이었다. 아버지는 딸을 곁에 두고도 밤새 현숙아! 현숙아! 소리치며 딸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을 새운 지 며칠 후 아버지는 외출했다가 길을 잃었다. 다행히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딸이 현숙이라고 하는 노인이 있다는 것이었다.
현숙씨는 아버지를 모시고 온 뒤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웠다. 아버지의 이름과 자신의 연락처를 아버지의 속옷에 바느질로 새겨 넣었다. 겉옷은 없어질 수 있어도 속옷은 잊어버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현숙씨의 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현숙씨는 결혼하지 않은 딸이 가장 편할 거라는 생각에 부모님을 자신의 집에 모셨다. 낮에는 다른 형제의 도움을 받고, 밤에는 자신이 수발을 맡았다. 아버지의 증세는 갈수록 심해졌다. 고함을 치고, 밤새도록 서류를 찾고, 딸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기 일쑤였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수시로 기저귀를 갈아야 했다.
부모님 몸도 직접 씻겼다. 욕창이 생기지 않게 몸 구석구석 닦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런 밤을 보내면 낮에는 방송국이든 차 안에서든 토막잠을 잤다. 나중에는 아버지의 고함도 자장가로 들릴 정도였다.
그래도 간병인은 쓰지 않았다. 어머니가 꺼리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딸이 지방 공연을 가느라 안 보이면 얼굴이 까칠해지고 변을 2~3일씩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예 부모님을 모시고 일하러 가기도 했다. 여의도 방송국이든, 한강 인근에서든 공연할 때는 제일 앞자리에 앉게 해드렸다. 현숙씨는 혼자 운적이 셀 수도 없다고 했다. 아파서 쓰러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병원비약값만도 상당했다. 하루에 20개씩 쓰는 기저귀값, 호스를 통해 액체로 식사하는 것 모두 돈이었다. 한 달에 부모님께 들어가는 돈이 수백 만원을 넘었다. 그는 하늘이 도우셨는지 딱 필요한 만큼 일이 끊기지 않아 다행이었어요라고 그때를 기억했다.
아버지는 결국 96년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도 아버지가 떠난 뒤 치매 증세를 보이다 지난해 85세의 나이로 아버지 곁으로 갔다.
대한치매학회 치매홍보대사인 현숙씨는 치매를 옛날처럼 대소변을 벽에 칠하는 병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잘 치료하면 일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대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도 치매를 앓는 할머니할아버지를 보여줄 것을 제안했다.
동생들의 애가 다섯 있는데, 조카에게 할머니 기저귀 가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보여줬어요. 편해지니 애가 어머니 호스를 갖고 놀더라고요. 이렇게라도 할머니를 이해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는 요새 전라북도.울릉도.경상도.충청남도 등 전국 곳곳에 4800만원짜리 이동목욕차량을 기증하고 있다. .치매 어른들이 목욕을 하면 얼마나 개운해 하는데요.
우연히 이동목욕차량에 대해 알게 된 뒤 한 달에 400만원씩 모아요. 전국에 이동목욕차량이 다 돌아다니게 하는 게 꿈이에요.
■특별취재팀(중앙일보)
김창규.김은하.백일현.박수련.장주영.김진경 기자, 고종관 건강전문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편집=안충기.이진수 기자
(잠23장22) 너 낳은 아비에게 청종하고 네 늙은 어미를 경히 여기지 말지니라
(잠23장25)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