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6. "미안하다. 나의 제자들아!"
"미안하다. 나의 제자들아!"
강옥남 충북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
나에겐 큰 스승이 있었으니,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이셨던 김기택(여) 선생님이다. 4학년이 된 첫날, 선생님은 미소 띤 얼굴로 칠판에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고 쓰셨다. 그리고 인간은 생각하는 이성이 있기 때문에 소나 말처럼 때려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세월이 흘러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새내기 선생님이 되어 시골 학교 3학년 아이들 앞에 서게 된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칠판에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고 쓰고는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어느 6월의 다섯째 시간이었던가. 도시락을 까먹고 운동장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종소리와 함께 교실로 몰려들어와 소란한 분위기가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가르쳐 보려던 첫날의 약속은 극한 상황에 다다랐다. 나는 갑자기 엽기적인 행동을 했다. "내가 잘못 가르쳐서 여러분이 질서를 지키지 못했으니, 반장이 대표로 선생님 종아리를 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장이 차마 선생님 종아리를 때리지 못하고 꾸물대자 회초리를 뺏어 든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내 종아리를 번갈아 내리쳤다. 그날 어설프고, 전혀 감동스럽지 않았던 그 장면은 교직 생활 내내 내 가슴속에 자책과 해프닝으로 남았다.
그러곤 교직 경력 30년 차로 들어가던 해, 지방신문의 승진자 명단에 내 이름 석 자가 실리면서 시골 학교 교감으로 부임했다. 며칠 후 인근 중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최○○예요. 지금 중학교 수학교사인데, 기억 안 나시지요?" 잊고 있었던 제자 이름이 귀에 들려오는 순간, 30년 전 개구쟁이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날 오후 제자와의 만남은 감동이었다. 마음속에 30여년간 남아 있었던 그 장면이 제자의 가슴에 남아 친구들과 종종 떠올리며 나를 생각한다는 것이 아닌가! 부끄러움과 함께 선생님으로서의 그 감격, 그 보람을 어디 비길 데 있으랴.
이제 교직 경력 42년을 마무리하는 해를 보내고 있다. 평생 교직 생활의 이정표가 되어주신 김기택 선생님을 꼭 뵙고 싶다. 결혼으로 일찍 교단을 떠나신 선생님은 경기도에 계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수소문을 해보지도 못한 채 매년 스승의 날이 오면 이렇게 그리워하는 마음만 간절할 뿐이다. 선생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나는 1년은커녕 몇 달도 실천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또는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하겠다는 명분으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그 여린 손바닥을 얼마나 많이 때리고 또 때렸던가!
며칠 전에 다른 학교의 제자 몇 명이 날 보러 오겠다는 전화가 왔다.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제자들에게 진심으로 참회를 하고 싶다. "미안하다. 나의 제자들아!"
조선일보 [독자 마당] 입력 : 2015.05.15 03:00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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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23:15-16) 내 주여 내 말을 들으소서 땅 값은 은 사백 세겔이나 그것이 나와 당신 사이에 무슨 문제가 되리이까 당신의 죽은 자를 장사하소서 아브라함이 에브론의 말을 따라 에브론이 헷 족속이 듣는 데서 말한 대로 상인이 통용하는 은 사백 세겔을 달아 에브론에게 주고 (자기 소유로 함)
#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진심어린 사랑이나 정이나 고마움이 있어 공짜로 준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어떤 목적이 있어 공짜를 위장하여 주고받는다면 후일 문제가 생깁니다.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은 헤브론 지방에서 당대에 가장 존경받고 힘 있는 사람이라 자기가 가지고 싶은 것은 무엇이나 공짜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 부인이 사망하여 매장할 땅을 구할 때에, 그 지역 왕 같은 실력자가 땅을 공짜로 사용하라고 했지만 한사코 값을 치러주고 땅을 매입하여 매장지로 사용합니다. 이같이 분명한 처사는 오늘날 권력자나 실세들은 물론 모두가 배워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시는 구원은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일이므로 염치없어도 공짜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감사하며 아름다운 삶을 통하여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이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