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5. 팔 없는 장애, 아내 도움으로 방통大 졸업
팔 없는 장애, 아내 도움으로 방통大 졸업
두 팔이 되어준 당신에게, 졸업장을 바칩니다. 아내 도움-이동희 씨
사고로 양팔 잃은 남편에게 "같이 컴퓨터 배우자" 권유, 재활·재기의 꿈 키워줘
학교생활 2년 내내 왕복 4시간 스터디 함께 가고 시험지 답안도 대신 체크
사연 많은 졸업생이 많기로 유명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 졸업식이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학사모를 쓴 채 단상에 오른 수상자들 사이로 평상복 차림의 한 여성에게 1만7000여 졸업생의 눈길이 쏠렸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공부한' 졸업생에게 주는 '평생학습상' 수상자 이동희(58)씨의 아내 이해수(56)씨였다. 그는 양 어깨에 의수(義手)를 낀 남편 대신 상장을 받았다.
이날 컴퓨터과학과 졸업장을 받은 남편 이씨는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2013년 방송대에 편입한 남편 이씨는 교과서를 바닥에 놓고 발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며 공부했다.
25일 방송통신대학교 학위 수여식에서 컴퓨터과학과 졸업생 이동희(58)씨가 아내 이해수(56)씨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손등에 키스를 하고 있다. 양팔에 의수를 낀 남편을 대신해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고 노트 정리를 도와준 아내는 남편의 손이자 팔이었다. /장련성 객원기자
그런 그도 아내 이씨가 없었다면 시험을 칠 방법이 없었다. 학기말 고사 때 아내는 객관식 답을 대신 체크하고 주관식 문제는 남편이 불러주는 대로 답안을 썼다. 주말 서울에서 열리는 동기 스터디 모임에도 늘 함께였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부부는 주말마다 버스와 지하철을 왕복 4시간씩 갈아타고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학습관에서 공부했다. 실기 수업 때 남편을 대신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고, 이론 수업 땐 노트 정리를 대신해준 것도 아내 이씨였다.
이관용 방송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처음 남편 이씨를 봤을 때 '어떻게 수업을 따라올까' 생각했는데 아내가 늘 옆에서 남편을 극진히 살폈다"며 "부부의 한결같은 모습은 다른 수강생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남편 이씨는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영월화력발전소에서 관리기사로 일했다. 결혼 11년째였던 1995년 6만6000볼트에 감전되는 사고로 양팔을 잃었다. 한 달 넘게 사경을 헤매다 깨어난 이씨는 절단된 팔을 확인하고서 "나를 왜 살려놨느냐"며 오열했다. 키 175㎝에 건장한 체격인 이씨는 테니스와 축구를 즐기는 스포츠맨이었다.
그는 "사고 이후 숨 쉬고 걷는 일만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식사를 떠먹이고 남자 화장실에 같이 들어가 대소변 처리를 도왔다. 아내 이씨는 "남편의 왼쪽 어깨에 8㎝ 정도 남은 뼈가 우리에겐 희망이었다"고 했다. 왼팔 뼈에 갈고리 의수를 장착해 간신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 남편 이씨는 분당 18타 수준이었다.
전업주부였던 아내 이씨는 산재요양금만으로 가난하게 사는 길을 택했다. 대신 남편의 재활에 하루 24시간을 바쳤다. 아내는 남편을 강원 춘천으로 데리고 가, 팔다리가 절단되고도 컴퓨터 자격증을 딴 사람을 소개해줬다. 남편 이씨는 "입에 연필을 물고 자판을 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재활 끝에 남편 이씨는 1분에 40타를 칠 수 있게 됐다. 간단한 마우스 조작도 가능해졌다.
4번의 도전 끝에 2001년 그래픽과 출판 인쇄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시험에 합격했다. 남편과 함께 아내 이씨도 워드프로세서, 컴퓨터활용능력, PC정비사 자격증 등 각종 컴퓨터 자격증을 땄다. 2002년부터 부부는 복지관과 장애인 시설을 찾아 컴퓨터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아내 이씨는 남편보다 한 해 먼저 2012년 방송대 같은 과 대학원에 입학해 지난해 졸업했다. 두 사람은 국민에게 무료로 컴퓨터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교육 사이트 '배움나라'에서 온라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졸업식에서 딸 미진(24)씨는 "아빠는 엄마 없으면 공부 어떻게 했겠어?"라는 농담과 함께 아버지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네 엄마 없으면 난 아무것도 못했지!" 남편 이씨가 목을 빼자 아내는 "답답했겠네."라며 셔츠 윗 단추를 풀어 줬다. 아내 이씨는 "부부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우리는 공부를 통해 신의를 쌓았고 정을 나눴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기문 기자 하재영 인턴기자(고려대 언어학과 3년)
입력 : 2015.02.26. 01:20
* (시 37:-23)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 길을 기뻐하시나니 저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 사람의 일생은 출생 때부터 창조주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목표를 향하여가는 과정입니다. 성공적인 삶은 내가 세운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정해 두신 목표에 충실할 때가 성공입니다.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고, 엉뚱한 길로 들어서 허탕 칠 수도 있으며, 실패로 허우적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악의로 하나님을 버리거나 사단의 편에 서지만 않는다면 하나님은 언제나 나를 응원하시고 격려하시고 인도하십니다. 더 고마운 것은 나를 붙들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넘어질 뻔해도 엄마가 붙들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듯이, 우리의 삶도 때때로 흔들리고 힘들 때가 있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붙들고 계시므로 완전히 넘어지지는 않고 다시 바른 자세로 일어서 나아갑니다.-이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