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8. 시각장애인들, 요리 배운다
시각장애인들, 요리 배운다
칼도 못 잡던 이들… 난생처음 식사를 차렸습니다
'빵순이 장터' 회원들 도움으로 재료손질법부터 하나하나 익혀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게 요리… 실습할수록 자신감 생겨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요리학원 라니 라쉐프. 지난 10일 저녁 독특한 풍경이 펼쳐졌다. 수강생들은 "자, 이제 직접 요리해봅시다"는 강사의 말에도 바로 재료 손질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해산물과 채소 등을 손으로 하나하나 만져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지금 제가 손에 든 게 홍고추예요, 청고추예요?" "암게와 수게는 보지 않고도 구별할 수 있나요?" 같은 질문이 나왔다.
이날 수업은 요리연구가·디자이너 모임 '빵순이 장터' 회원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마련한 무료 강의다. 정영순 북스쿡스 대표가 '빵순이 장터'를 만들었고, 정 회장의 친구인 요리연구가 이난우씨 등이 회원이다. '빵순이 장터' 회원이 아니지만 참여한 봉사자도 많다.
서울의 요리아카데미 라니 라쉐프에서 두 여성 시각장애인(왼쪽에서 둘째와 셋째)이 요리를 배우고 있다. 아래 사진은 칼 쥐는 법과 안전하게 써는 법을 배우는 모습. /성형주 기자 시각장애인 학생 6명을 위해 10명의 봉사자가 보조자로 참여했다. 여기에다 지하철역에서 참가자를 안내해온 봉사자들, 참가자가 데려온 안내견을 돌봐주는 봉사자들도 따로 있다. 수강생 1명당 한두명씩 배정된 봉사자들은 "게는 배를 만져보면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 "만져봤을 때 좀 더 물컹한 것이 홍고추인데, 헷갈리기 쉬우니 도움을 청하라" 등 자세하게 설명하며 요리를 도왔다.
강의에 참가한 시각장애인들은 대부분 요리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모두 가족으로부터 독립한 직장인으로, 스스로 밥을 해 먹어야 하는 처지다. 이번 수업에서 처음으로 칼을 잡아봤다는 이주상(49)씨는 "늘 남이 해주는 밥을 먹기만 했는데, 나도 직접 요리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그가 만든 해물탕과 볶음밥을 보여주었다. 평생 할머니에게 의지해 자랐다는 김예지(35)씨는 "드디어 할머니께 음식 한번 해드릴 수 있게 됐다"며 감격해 했다.
이난우씨는 작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리 수업을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복지관 등에서 요리 봉사를 하며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요리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씨는 "시각장애인들이 가족들 도움으로 성장하다가 나이가 들면 독립하는데, 무엇보다 식생활 해결에 어려움을 겪더라"며 "그분들이 요리를 배워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가을과 올가을 8회짜리 수업을 했는데, 홈페이지에 모집한다고 알리자마자 순식간에 백 건 넘는 문의가 왔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요리교실을 열려면 보조자와 안내견도 수용할 넓은 장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한 번 교실을 여는 데 100만원 이상 든다. 여기에 힘을 보탠 것이 '빵순이 장터' 회원들이다. 이들은 작년 5월부터 매달 넷째 일요일 종로구 가회동에서 각자 만든 빵·과자·액세서리를 파는 '빵순이 장터'를 열고 있다. 이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 이번 요리교실을 열었다. 시인 림태주씨도 최근 연 시화전의 수익금 절반을 기부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다. 요리교실에 오지 못한 이들을 위해 직접 만든 점자 요리책을 가회동 주민센터에 비치해 무료 배포하기로 했다. 작년에 전국의 시각장애인복지관에 기증했지만 공공기관을 통해 개인에게 나눠주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조선일보 김효인 기자 입력 : 2014.12.16 05:30
* (고전 1:8) 주께서 너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날에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끝까지 견고케 하시리라
# 고난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믿음으로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과 하나님의 말씀 붙들고 살려고 힘쓰는 사람에게도 고난이 있습니다. 다만 그 고난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극복하는 방법이 차이가 날 뿐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은 한숨과 탄식과 술과 한풀이로 세월을 허송하지만, 믿음을 가진 사람은 주님 오시는 그날 까지 믿음으로 승리하도록 주님이 붙들어 주시고 함께하시며 책임져 주신다는 것입니다.-이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