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8. 유산균과 장 건강
유산균과 장 건강
유산균 박사 3인의 유쾌장쾌
안영태 한국야쿠르트 수석연구원
아기 똥 얻으려 산후조리원 수백 곳 기웃
김근회 애경중앙연구소선임연구원
딸 가방서 터지는 요구르트에 ‘발상의 전환’
김봉준 박사 CJ제일제당식품연구소
아토피 아들 위해 김치 유산균에 매달려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 몸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내는 살아 있는 균을 말한다. 락토바실러스· 비피더스 등 유산균이 대표적이다. 최근 업계 화제가 된 유산균 또는 유산균 관련 제품을 개발한 연구원 3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이들은 모두 자녀로부터 자극을 받아 제품 개발 의지를 불태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 안영태 한국야쿠르트 수석연구원
아기 똥 얻으려 산후조리원 수백 곳 기웃
몸에 좋은 유산균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사람의 장, 특히 태어난 지 일주일 정도 된 신생아의 장이다. 신생아는 모유를 먹으면서 영양을 섭취하기 시작하는 생후 3~4개월까지 장 속에 유산균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이후 분유나 이유식을 먹게 되면서 아기의 장도 성인과 비슷한 상태로 바뀐다.
최고 균주는 내 딸 장 속에 있었다
이 같은 이유로 유산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아기 장 속 유산균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기 분변에서 분리 배양한 7가지 유산균을 담아낸 한국야쿠르트 발효유 ‘7even(세븐)’의 개발 주역인 안영태 수석연구원(46)도 12년간 연구소 생활 대부분을 아기 똥과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분변을 얻는 과정이 곧 유산균 개발의 시작과 끝”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2000년 태어난 딸 똥에서 유산균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종류의 유산균을 얻기 위해선 많은 양의 아기 똥이 필요했고 산후조리원을 기웃거렸다. 연구소가 있는 경기 용인시 기흥 주변은 물론 경기 수원, 분당과 서울 목동, 강남 등 산후조리원 수백여곳을 찾아다녔다.
산후조리원들은 아기 똥을 달라는 그를 이상하게 여겨 대부분 거절했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이 신생아들에게 집단 발병할 때에는 정부 관계자로 오해받기도 했다. 아기 똥은 받자마자 바로 냉동해 연구실로 가져가야 해 하루 종일 아기가 ‘볼일’을 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해서 가져가더라도 아기 똥은 오염되기 일쑤다. ‘그걸 왜 가져가느냐’는 엄마들 항의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산모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홀로 다른 곳만 쳐다보며 하루 종일 기다리는 게 가장 힘들더라”고 말했다.
수많은 아기 똥을 통해 그는 건강하고 깨끗한 아기의 장에서 7가지 유산균을 분리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유산균들을 담아 ‘생후 7일 된 아기의 장’을 콘셉트로 2012년 내놓은 7even은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는 ‘얼려먹는 7even’ ‘7even 키즈’ 등 제품을 다양화했으며 올해 15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부 재직 시절부터 미생물, 특히 유산균을 공부해왔던 안 연구원은 그동안 알코올 분해 유산균, 대장염 예방 유산균, 항산화 유산균 등을 아기 똥에서 분리·개발했다. 유산균 관련 특허만 20건에 달해 국내 유산균 제품 개발의 1인자로 꼽힌다.
유산균은 사람에게 얻는 게 제일 좋아
그는 “유산균은 사람 장 속 외에 김치·과일·치즈 같은 음식이나 땅속에서도 존재한다”며 “사람이 먹는 유산균은 사람으로부터 얻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아기 똥에서 분리 배양한 유산균을 제품으로까지 만든 경우는 국내에선 한국야쿠르트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시중에 발효유 제품이 많지만 대부분 유산균주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7even은 유산균주의 ‘국산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연구원은 유산균이 단순히 장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넘어 다양한 기능을 하는 멀티 제품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 분변에는 체지방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며 “사람 분변을 계속 연구해 체내 면역력을 높여주거나 이미 쌓인 체지방을 분해해주는 유산균 등을 개발해 제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주영 기자 mooni@kyunghyang.com>
■ 김근회 애경중앙연구소선임연구원
딸 가방서 터지는 요구르트에 ‘발상의 전환’
10개월 동안의 노력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 그는 지난 2월 그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나 혼자 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애경 중앙연구소 김근회 선임연구원(42)은 자신이 만들어낸 ‘헬스앤 그래놀라 요거밀’에 자부심이 대단했다. 헬스앤은 애경이 올 2월 출시한 식품 브랜드이다.
두 번의 실패가 나를 유산균의 길로
미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선임연구원은 2000년 애경에 입사했다. 첫 업무는 비듬균 연구와 샴푸 개발이었다. “전공 분야가 아닌 샴푸 연구를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재미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2002년 앰플 제형의 샴푸 ‘케라시스’를 출시했다. 앰플은 손상된 모발이나 두피에 사용하는 고농축 영양제품으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후 그는 신사업 파트로 자리를 옮겼다. 새 먹을거리 사업을 찾는 회사 방침 때문이었다. 2012년 사내에 식품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실패의 연속. 야심차게 준비한 변비 개선 제품은 내부 테스트까지 성공했지만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에 상품화되지 못했다. 체중 조절용 식품도 9개월 동안 준비했지만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김 선임연구원은 “태스크포스 업무는 기존 사업 부문과 달리 뚜렷한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팀원 스스로 흔들릴 때가 많고, 스스로 위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 번의 실패 후 김 선임연구원이 생각해낸 아이템은 요구르트였다. 큰 딸 태희(9) 덕분이다. 그는 “딸이 요구르트를 좋아하는데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터질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보관상의 문제를 보완하면서 후발 주자로서 차별화된 특징도 필요했다. 그와 동료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물’과 ‘분말’이었다. 김 선임연구원은 “보관과 휴대가 간편한 요구르트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분말 타입의 요구르트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호두, 아몬드, 건포도와 같은 견과류와 건과일을 추가해 맛과 영향을 더했다.
분말 형태로 만들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살아 있는 유산균’은 3중코팅으로 보완했다. 그래놀라 요거밀에 포함된 유산균은 액상 형태에서 배양한 후 동결 건조시켜 만들었다. 물을 부으면 유산균이 다시 살아 나지만 생존율은 액상 제품보다 떨어진다. 대신 일단 살아난 유산균은 장까지 살아서 갈 수 있도록 3중코팅 처리됐다.
가격이 문제였다. 김 선임연구원은 “최초로 만든 제품은 맛은 좋았지만 여러 재료를 넣다 보니 가격대가 너무 높아졌다”며 “최초 제품의 풍미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가격을 낮추기 위한 실험을 수백번 했다”고 말했다.
보관 편의도 품질도 높이려 수백번 실험
소셜커머스를 통해 시험 판매한 제품 3만개는 1시간 만에 완판됐다. 정식 출시된 지 5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35만개를 돌파했다. 가격은 3500원으로 다른 요구르트보다 비싼 편이지만 편리함과 건강을 모두 챙긴 제품에 소비자들도 호응한 것이다.
다음 달에는 다른 맛의 신제품 2종이 추가 출시된다. 김 선임연구원은 “물만 부어서 먹어도 우유를 넣어서 먹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나오도록 한 게 주효했다”며 “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놀라 요거밀은 오랜만에 개발에 참여한 제품이라 더 애착이 가는 ‘자식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 김봉준 박사 CJ제일제당식품연구소
아토피 아들 위해 김치 유산균에 매달려
김치에서 채취한 유산균 가운데 아토피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균을 찾아 해멘 게 2년째였다. 마침 그 때 3살짜리 아들이 아토피를 앓기 시작했다. 새벽 2~3시면 잠에서 깨 몸을 긁으며 울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발효식품센터의 김봉준 박사(41)는 고민에 빠졌다.
마침 김박사는 유산균의 동물 실험 단계에 들어갔다. 확보한 3500여개 균 가운데 133번째 균을 투입한 쥐 상태가 유달리 좋았던 것이 생각났다. 이 균을 분말 형태로 만들어 아들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복용한 지 열흘 만에 상태가 몰라보게 호전됐다. 3개월 만에 아들은 병변 부위가 모두 사라졌다. 인체실험 등을 거쳐 기능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까지 3년이 더 걸렸다. 2011년 초 최종 연구결과 소식을 들은 뒤 김 박사는 이틀 동안 몸살을 앓았다. 그간 참았던 긴장과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몰려와서다.
7년 연구 결과 국내는 물론 중국 특허도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말 출시한 건강기능식품 ‘피부유산균 CJLP-133’은 이렇게 탄생했다. 제품 이름의 숫자 133은 실험에 사용된 균의 일련번호에서 따왔다. 7년의 연구개발 끝에 김치에서 분리한 이 균이 면역물질 조절을 통한 피부 가려움증과 아토피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증받았다. 싱가포르와 중국에 이어 지난달에는 국내에서도 특허를 취득했다.
김치 유산균 연구는 시작부터 어려운 과제였다. 회사 내부의 반대가 심했다. 상품화 가능성이 낮고 설령 개발에 성공해도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상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기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가까스로 승인을 받았지만 의구심은 컸다. 일년 가까이 연구비 집행이 미뤄질 정도였다.
김 박사는 연구 취지에 동감한 한 대학 교수에게 “사비로라도 돈을 드리겠다”고 설득해 초기 실험을 시작했다. 시료는 다양했다. 유익한 유산균을 채취하기 위해 집에서 담근 평범한 김장김치부터 마트·백화점에서 파는 기성품까지 각종 김치가 동원됐다.
배추·무·더덕 등 김치 종류도 골고루였다. 장기 저장한 묵은지는 풍미는 좋았지만 정작 좋은 균을 찾기가 어려웠다.
김 박사 혼자 시작하다시피 한 연구는 차츰 성과를 내며 인력이 3명으로 늘었다. 결과물을 내놓기까지 총 30억원이 투입됐다. 그는 “조그만 벤처회사에서도 균은 개발할 수 있지만 그걸 스타 균주로 만들기까지는 브랜드 개발과 마케팅 등 상당한 투자와 지속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효능이 입증된 균을 가공식품 등에 다양하게 적용해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김치 유산균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토피 균의 심화 연구에 들어갔고 또 다른 기능성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후보 균주도 100개쯤 된다. 김 박사는 이중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유산균을 7명의 동료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
우리 기술로 세계 대표 유산균 만들 것
김 박사는 1998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김치 유산균을 전공으로 삼았다. ‘계절에 따른 김치 유산균 군집의 변화’를 연구해 학위를 딴 그가 CJ제일제당에 입사해 처음 한 일은 유산균에 변화를 줘 여름에 만든 김치 제품 맛을 개선한 것이다. 그는 “김치가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음식인 건 확실한데, 건강 기능적 관점에서 뭐가 어떻게 우수한 건지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고 싶다”며 “우리 기술로 세계인이 먹는 대표적 유산균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입력 : 2014-08-01 22:12:15ㅣ수정 : 2014-08-01 22:17:59
* (잠 6:24-25) 선한 말은 꿀 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 어떤 길은 사람의 보기에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이니라.
# 말을 함부로 하다못해 악한 말만 내뱉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자기가 뱉은 악한 말이 결국은 자신을 사망의 길로 간다는 것을 모르나 봅니다. 그러나 선하고 복 된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에게나 듣는 사람에게도 복된 좋은 약이 됩니다. 선한 말과 행동은 하나님께 인정받고 복 받는 삶입니다.-이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