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 재혼가정, 엄마이야기
재혼가정, 엄마이야기
(원제목:남편 전처 자식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저는 재벌 딸은 아니지만 부족하지 않게 자랐습니다.
외모도 그럭저럭 .. 살짝 고치긴 했지만 ^^;;
일류대는 아니라도 가방끈도 쬐끔 길지요..
외국어 하나쯤 하고
스포츠도 즐길 줄 알고
악기도 두어 개 다룹니다.
내세울만한 건 없지만 성격도 온화하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오피스텔 하나 소유하고 자가용 한 대 있는 30대였지요..
일 년에 한번쯤 해외여행도 하고..뭐 그런 서울여자..
암튼 한 남자를 사랑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은 180도 달라졌지요..
가부장적인 남편과 시댁.
소소히 욕해봤자 제 얼굴에 침 뱉기지만..
예를 들어...
남편이 거실에서 뭘 먹고 있길래 쟁반 좀 받쳐서 먹으라고 했더니
잔소리 했다고 그대로 집을 나가 며칠 후에 들어옵니다.
연락두절, 외박, 가출은 기본이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는 법도 없습니다.
사업가라고 했던 남편은 사업을 하시는 시부모님 심부름을 해주고 월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출퇴근도 없고 아침마다 시부모님이 제게 전화를 하셔서 남편 아직 안 일어났냐고 화를 내십니다.
아기를 낳고 몇 개월 후
시어머니가 데리고 있던 남편의 전처 아들이 짐을 싸들고 저와 살겠다며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당시 중 2였지요...
그 아이도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있었던지
하루 종일 먹으며 체중은 100Kg을 육박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손자가 당신 품을 떠나 제게 온 것이 섭섭했는지
저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뭘 먹였는지, 공부는 시키는지 간섭을 많이 하셨습니다.
큰 아들에게 전신거울을 하나 사주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너는 돌아가신 네 엄마를 닮아 키도 크고 체격도 좋은 가보다..네 엄마에게 고마워해야겠다. 조금만 살을 빼면 더 멋있어 질 것 같아."
아이는 금기시 되던 엄마이야기를 제가 먼저 꺼내서 깜짝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1년에 걸쳐 아이는 20kg을 뺐습니다.
시어머니께서 말라가는 아이를 보며 제대로 안 먹이는 거 아니냐고 잔소리를 하실 때마다
"어머니..**는 더 빼지 않으면 성인병이 와서 위험해요.." 라고 하며
전처 자식 굶기는 새엄마소리를 들어가며 참았습니다.
지금 첫째는 고1이고 80kg대에서 더 내려가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냥 체격이 좀 큰(?) 상태입니다.
원래 체질이라 더 빼는 건 힘들듯 합니다.
제가 한 일 중에 그나마 보람된 일이 큰애 다이어트라서..자랑해서 죄송합니다.
남편의 두 아들, 그리고 제가 낳은 아들까지 세 아들 모두
같은 사랑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는 신도 아니고 성자도 아니고 저 자신을 속이며 살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하늘에 있는 아이들의 생모가 보고 있다면
마음 아프지 않게는 아이들에게 해주려고 합니다.
누가 뭐래도 엄마에게만은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주려고 합니다.
너무 잘해줬더니 술 마시고 담배 피운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데
어휴~정말...이럴 땐 저도 참기가...끙...
마음이 따뜻한 첫째, 영리한 둘째, 귀여운 막내...
소중한 인연을 맺은 아이들입니다.
어떤 시련이 있어도 엄마라는 이름을 달고
제가 제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이 아이들에게 혼란이 올 것을 알기에
오늘도 도를 닦으며..ㅎㅎ
결혼생활이란 것이 도를 닦지 않고는 불가능하더군요...
전처 자식 키우시는 분들..어떤 점이 힘드신지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미즈넷에서 옮긴 글입니다-관리자)
* (룻기 3;11) 내 딸아 두려워 말라 내가 네 말대로 네게 다 행하리라 네가 현숙한 여자인줄 나의 성읍 백성이 다 아느니라.
# 두렵고 떨릴 만큼 보잘 것 없는 신분으로 누구에게나 무시당할 수밖에 없는 한 여인이었는데, 온 도시에 좋은 여자라는 소문이 납니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룻이라는 여인입니다. 그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나라 백성으로 출생했으나, 하나님 섬기는 가문에 시집을 왔고, 그 후 10년 쯤 되어 남편이 죽지만, 그래도 그는 하나님 말씀 따라 홀시어머니를 잘 봉양한 연고로 좋은 소문이 난 것입니다. 그 후 그는 시어머니의 주선으로 아주 좋은 가문 남자와 재혼을 합니다. 심은 대로 거두는 결과입니다. 이 원리는 하나님의 법칙입니다.-이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