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7. 김연아의 선물
김연아의 선물
4년 전 밴쿠버에서 미국 NBC는 연아의 연기를 보며 "여왕 만세"라고 외쳤다.
소치에서도 연아는 변함없이 여왕이었다. 연아에게 박수 칠 수 있어 행복했다.
4분 10초 연기를 끝내고 김연아는 가쁜 숨 몰아쉬면서도 미소 지었다. 관중석을 향해 두 손 흔들어 작별 인사를 했다. 여섯 살에 고모의 빨간 스케이트를 얻어 신은 지 18년, 열네살에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세계로 나선 지 10년. 그 세월 내내 여린 어깨 짓누르던 모진 짐을 연아는 드디어 내려놓았다.
연아는 올림픽 2연패를 코앞에서 놓치고도 의젓했다. "어떤 결과든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선수의 길을 마감하며 "고생한 만큼 다 보여 드렸다. 모든 게 끝나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한 건 대한민국이다. 연아 이전까지 한국인에게 은반의 꽃,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딴 세상 이야기였다. 피겨 스타는 힘세고 잘사는 나라에서만 나오려니 했다.
연아는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제대로 된 빙상장 하나 없던 땅에서 기적을 일궜다. 이 세상에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는 선물을 우리 모두에게 나눠줬다. 세계인의 넋을 빼앗고 한국인에게 자존을 안겼다. 연아는 나라의 격(格)을 한 계단 끌어올렸다.
영광 뒤엔 긴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어린 연아는 와이어에 몸을 묶고 끝없이 점프 연습을 했다. 매일 밤 자정 넘어 과천 아이스링크 직원이 불을 꺼야 한다고 채근할 때까지 뛰고 또 뛰었다. 무릎 허리 고관절 꼬리뼈까지 온몸에 부상과 통증을 달고 살았다. 스무 살 연아는 밴쿠버올림픽에서 사상 최고 점수를 따내며 전설이 됐다.
연아는 박수받을 때 떠나고 싶었다. 혹독한 훈련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기대에 못 미칠까 두려웠다. 연아는 두 해를 쉬고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다"며 돌아왔다. 물러서지 않고 두려움과 맞섰다. 연아는 어제 스스로에게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며 "고생을 보상받았다"고 했다. 연아가 우리에게 준 용기와 기쁨은 어떤 보상으로도 다 갚을 수 없다.
4년 전 밴쿠버에서 미국 NBC는 연아의 연기를 보며 "여왕 만세"라고 외쳤다. 4년 뒤 소치에서도 연아는 변함 없이 여왕이었다. 연아에게 박수칠 수 있어 행복했다. 고맙다. 조선일보 사설 입력 : 2014.02.22 03:02
* (잠19:6) 너그러운 사람에게는 은혜를 구하는 자가 많고 선물을 주기를 좋아하는 자에게는 사람마다 친구가 되느니라
# 선물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선물 주기를 좋아하는 분도 계십니다. 선물은 돈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돈 주고 살수 없는 선물도 많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우리 국민에게 나눠준 기쁨이나, 가족끼리 오순도순 나누며 행복을 누리는 일은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선물입니다. 많은 선물을 받았음에도 고마운 줄 모르면 병든 마음이거나 좋은 마음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나게 좋은 선물을 주셨습니다. 어떤 선물인지 알고 믿는 사람은 영원한 복을 받을 사람입니다.-이박준